책읽는시간 2010/09/12 21:03

슬픈 열대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내가 일생을 바쳐서 목록을 작성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될 제도나 풍습 또는 관습들은 만약 이것들이 인간성으로 하여금 그것의 운명지어진 역할을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전혀 무의미해지고 마는 어떤 창조적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개화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독립적인 위치를 배당하지는 않는다. 또한 비록 인간 자신이 저주받을지라도 그의 헛된 노력들은 하나의 보편적인 몰락 과정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 C.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중에서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레비스트로스(1908~1991)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류학자이며 철학자 그리고 사상가이다.  '슬픈 열대'는 그가 1935년부터 1938년까지 상파울루 대학에 있을 때 조사한 브라질 내륙 지방의 네 원주민 부족에 대하여 15년 후에 자신의 기록과 느낌 등을 정리하여 쓴 산문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브라질 원주민에 대한 기록 뿐 아니라 서구문명의 약탈과 파괴에 대한 회의 등 그의 사상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모든 사회가 서구의 방향으로 동일시될 것이라고 전제하는 발전론적 역사관을 비판아면서, 모든 문화는 그 나름대로의 질서와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문화적 상대주의를 주장한다. 동시에 인간의 심층적인 사고 구조에는 공통적인 사고 원리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의 책 속에서 '착취'는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된다. 풍부한 원자재 갈취, 노동력 착취, 환경과 문화의 훼손, 전염병원균의 이식. 노예제의 철폐는 인간의 자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설탕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따라서 노예제는 철폐되어야 했다. 당연히 노동자가 된 원주민들의 생활은 노예와 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더 비참해졌다. 금, 설탕, 커피 - 국경을 넘어선 자본의 착취는 그러나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

 

 그 세계의 한 귀퉁이에 나  역시 존재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과 직장만을 전전하며 다른 사람과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조차 상실한 채. 대다수 노동자의 삶이 그렇듯.  그러나 조금 궁금하긴 하다. 가끔은 텔레비젼 너머 다양한 삶과 세상을 직접 만나보고 싶긴 하지. 그러기위해서 우선 내가 쳐놓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 언제쯤 그런 용기가 생길까? 사람과 세상을 마주할 용기. 쉽게 상처받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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