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11/06/19 12:58

고도를 기다리며

에스트라공   정말 내일 또 와야 하니?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그럼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베케트는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고통받고 있으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고통이 삶을 장악해버린 시기를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끝끝내 살아남는 것은,

삶을 지배하는 고통을 넘어 서는 또는 고통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각자의 그 무엇을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기쁨이나 희망 또는 행복이나 사랑같은 자신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지고 적절하게 표현이 가능한 그런 것들 말이다

 

그들은 고도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 그들 기다림의 끝은 죽음이겠지

'고도'의 상징은

수많은 인간에게 각자 다른 의미일 것인데,

나 역시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혼란 속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가면 안 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6/19 12:58 2011/06/19 12:58

트랙백

http://blog.jinbo.net/sadsappho/trackback/51

댓글

1 ... 7 8 9 10 11 12 13 14 15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