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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한 말

잘못했어요.

언제나 엄마와 충돌이 있으면 버럭 대들다 엄마가 눈물 한바가지 혹은 욕 한바가지 쏟아내시면

내내 듣고 있다가 ....

한참 지나서 하는 말

 

"잘못했어요." 였다.

 

근데 오늘 처음으로

"엄마.. 미안해요" 했다.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엄마 집으로 전화를 했다.

벨이 3번 울릴 때까지 안 받으면 끊어야지 했다가 7번까지 기다렸다.

 

"주무셨어" - 이건 뭐니?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니고,,

"아냐, 잘려고 했어."

근데 전화를 받으며 '우우우~ ' 앓는 소리를 낸다.

"왜? 아파"

"아냐, 누웠다 일어나면 담 결린것 같아서 그래."

 

쌍...담 결린거지 같은건 뭐야!

 

얼마전 서울로 이사해서 큰형부네랑 살림을 합친 엄마가 이사뒤 첫 분리수거 날 도와달라고 부르더니

정작 그날인 오늘 아침에 엄마는 혼자 그 많은 걸 다 치웠다.

내가 7시 20분에 일어났을 땐 형부네 집 짐을 다 치우고 엄마네 집 짐을 나를 때였다.

왜 안 깨웠냐고 성질을 부렸다

그럴거면 왜 불렀냐고 파닥했다.

"너 더 자라고.. 니가 안 도와줘도 있는 게 안심이야."

 

왈칵했다.

 

아침부터 성질을 부리고 말 안듣는 조카들 셋을 왁왁대며 잡고...

 

하루종일 찜찜해하다가 전화를 했다.

겨우 잠든것 같은데 또 엄마는 지금 자려고 했다고 한다.

 

눈물이 왈칵했다.

 

"엄마, 아침에 성질 부려서 미안해."

 

처음 미안하단 말을 엄마한테 했다.

 

마지못해, 혹은 논리로 언제나 엄마를 설득하려던 내가

처음으로 미안해 했다.

 

쉬운 말인데 난 어찌 이리 오랫동안 말 안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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