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위협이다.

2009/11/30 22:58 art


지하철 9호선 '여성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보러 샛강역에 갔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이 CCTVNUTS의 <사랑, 위협이다>라는 퍼포먼스와 영상이었다. 본 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 홀(관람석)에는 샛강역 곳곳을 비추는 CCTV화면을 모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 영상을 통해 역사 곳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역 퍼포머들의 행각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홀에서는 까만양복에 안전모를 쓴 감시자역 퍼포머가 그들에게 확성기로 소리를 쳤다. 나중는 연인역 퍼포머들이 역사 홀로 뛰어나와 도망쳐 다니고 결국 도망에 성공하는 것으로 이 퍼포먼스는 마무리.
사실 지하철에 공공미술 해봤자 깝깝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작품이야' 라는 포스의 오브제가 공공장소까지 침범한 느낌, 뭐 그런 거라면 말이다. 가기 전부터 이번 프로젝트는 좀 다를거라 기대했고 달랐다. 이 작품은 공적인 공간인 지하철이 상징하는 안전과 규율,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특성을 작품의 컨셉과 효과적으로 교차시켰다. 감시체계 대 개인의 문제, 안전과 대비되는 사랑과 젠더의 영역 말이다. 일상적인 장소에 기능적 목적으로 있는 장비들을 사용(전유)했을 뿐인데, 지하철역사 전체 공간을 가지고 노는 그들의 놀음에 무릎을 쳤다.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파더시티'의 시선'이라는 작가의 컨셉이 여성으로서 더 와 닿았다. 여성들은 자라면서 사랑과 연애에 대한 끔찍한 안전교육을 거치기 때문이다. "몸 버리면 세상 끝나"와 같은 갖은 공갈 협박 터부로부터 생존해 어엿한 성인여성이 되었는데 이제는 혼시장에 "하자 없는 상품"인지와 같은 개같은 질문에 응수해야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사랑, 위험하다"가 아니라 "사랑, 위협이다"라는 '마더시티'의 메시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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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22:58 2009/11/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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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빵꾸빵꾸  2009/12/02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 버리면서 세상 시작하고 싶다.
  2. 권안  2009/12/07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 하세요!!!
  3. 빵꾸빵꾸  2009/12/08 0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락 하시는 겝니까
  4. 권안  2009/12/08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 윤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