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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아이가 울 때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서

버스를 탔습니다.

 

미루는

그 전부터 비몽사몽으로

아기띠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다른 빈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햇볕 비치는 쪽 의자에 앉았습니다.

 

주선생님은 책으로 미루 얼굴을 가려서

햇볕을 막고

 

저는 혹시 잠에서 깰까봐 미루 엉덩이를

계속 토닥토닥 해줬습니다.

 

근데 오늘 날씨가 은근히 더웠던 데다

햇볕까지 받으니까

몸 온도가 슬슬 올라갑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미루도 조금씩 더워지는 모양입니다.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차를 탔는데 차가 멈추면 자주 웁니다.

차가 출발하면 울음을 멈춥니다.

 

미루도 그렇습니다.

 

칭얼대는 소리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쏘이게 해줬습니다.

점점 긴장이 되서 엉덩이를 더욱 열심히 토닥여줬습니다.

 

"낑..낑..으에..으에.....응에...."

 

차가 좌회전 해서 큰 길로 나갔을 때

앞쪽을 보니 완전히 도로가 꽉 막혀 있습니다.

 

절망적입니다.

미루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미루야...괜찮아...괜찮아..."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달래는 목소리에 벌써 자신감 상실의 기운이 묻어납니다.

 

미루는 보챘다 울었다를 반복하고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람부터

저 멀리 운전사 아저씨 옆에 앉아있는 사람까지

죄다 우리쪽을 쳐다 봅니다.

 

"미루가 많이 더운가봐.."

"아기띠 풀러줄까?"

 

아기띠에서 애를 꺼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제 등은 땀으로 흥건합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은 아예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아이고 많이 더운가보네.."하시면서

아기띠 푸는 걸 도와주셨습니다. 눈물나도록 고마웠습니다.

 

뒷자리의 젊은 여자분은

"차 출발하니까 안 우네~아이 이뻐라~~"하셨습니다.

미루보다는 우리한테 힘이 됩니다.

 

미루는 아기띠에서 탈출한 후로도

계속 울었습니다.

 

저는 이 자세 저 자세 고쳐가면서

미루를 안아보고

온갖 방법으로 달래도 봤습니다.

 

옆에서 같이 달래는

주선생님 얼굴도 까맣습니다.

 

이럴 때 가장 적당한 말은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입니다.

 

내릴 곳에서 3 정류장 쯤 남았을 때

버스에서 내려서 차라리 걷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구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주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근데 난 옆에 상구가 있어서 그냥 버텼어...혼자 있었으면 그냥 내렸을 거야..."

 

어쨌든 우리는 끝까지 버텼습니다.

우리를 내려주고 출발하는 버스를 보면서

아기띠 푸는 데 도와준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진짜 고마워하면서 하는 인사입니다.

 

제가 예전에 자주 김제 시골집에 내려갈 때

처음에는 주로 버스를 타다가 나중에는 꼭 기차만 탔었습니다.

 

버스 탔다가 애라도 한명 타는 날에는

3시간 내내 애 우는 소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그게 그렇게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우는 아이 부모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겠다 싶습니다.

 

애 울린다고 뒤에서 궁시렁 댔던 저의 잘못을

이제야 뉘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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