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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징징

미루가 밤새 징징댑니다.

단 1초도 쉬지 않고 징징댑니다.

 

칭찬도 24시간 내내 들으면 지겨운데,

징징대는 걸 24시간 듣는 건...와, 진짜 미치겠습니다.

 

밤엔 자다깨다를 수십회 반복 후

발작적으로 울어대는데,

제 머리뚜껑이 들썩들썩합니다.

 

미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새벽 3시 40분

 

12시 직전에 자러 들어갔는데

4시간 가까이 잠을 설치다 나온 겁니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미칠 듯이 힘이 듭니다.

 

한달 쯤 전에 감기 걸려서 고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내내 생활이 엉망진창입니다.

 

미루를 안아 달래다가 내려놨습니다.

저를 도둑놈 보듯이 쳐다 봅니다.

 

"미루야~왜 그래..나, 아빠야 아빠..너랑 8개월 동안 지지고 볶았잖아..."

 

"......"

 

말이 없습니다.

계속 징징거리더니, 갑자기 밝은 데로 나와서 놀랬나 봅니다.

 

뒤쫓아 나온 주선생님한테 물었습니다.

 

"근데...미루 지금 몇 주지?"

 

"35주 넘어가고 36주 다 됐지..."

 

"36주?"

 

이럴수가, 36주라면

그 유명한 급성장기입니다.

 

애들이 느닷없이 팍팍 커서

몸도 놀라고 마음도 놀란다는 주간입니다.

 

정말 급성장기라서 그렇게 징징댄 거였으면

미루한테 참 미안한 일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화만 냈습니다.

 

그 동안 쌓였던 신경질이

얼렸던 이유식 녹듯 녹습니다.

 

"음...미루야 고생이 많다...토닥토닥.."

 

험악했던 분위기가

아끼고 챙겨주는 분위기로 바뀝니다.

 

"미루야...많이 힘들지..?

우리 기분전환 좀 하고 다시 자자..."

 

그렇게 달래고 나서 미루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이번엔 징징대지도 않고, 깨지도 않고

잘 잡니다.

 

우리도 겨우 한숨 잡니다.

이렇게 얼마라도

잠을 자야 겨우 살 것 같습니다.

 

......

 

 

방이 환해지는 게 벌써 아침인가 봅니다.

 

"이잉...낑..끼잉...징징징.."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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