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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붙어있기

미루가 급성장기에 분리불안이 겹쳐서

요즘 정말 험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분위기 좋게 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미루랑 하루 종일 바짝 붙어 있는 겁니다.

 

하루 내내 지겹도록 붙어 있으면

나중에는 미루가 먼저 떨어집니다.

 

떨어지긴 전까지는 많이 맞습니다.

 

"열 둘, 열 셋, 열 넷.."

 

미루가 제 얼굴을

계속 때리고 있습니다.

 

전 숫자를 셉니다.

 

"퍽퍽퍽~"

"열 다섯, 열 여섯.."

 

어릴 때 동생이랑 장난하면서

서로 툭툭 건들면 꼭 그걸 세어놨다가

나중에 갚아주던 습관이 살아났습니다.

 

"에이...그런 건 세면 안되지..."

 

자기가 맞는 것도 아니면서

주선생님이 간섭합니다.

살살 때리는 건 빼랍니다.

 

미루가 제 콧구멍을 잡더니

막 잡아 당깁니다.

 

"어..어...이런 건..?"

 

"..그런 건 기분 나쁘니까 집어 넣어.."

 

"열 일곱, 열 여덟...아싸!! 열 여덟대...인제 미루 너 대!"

 

너무 쪼그만해서 때릴 데가 없습니다.

 

장부를 따로 두고

맞을 때 마다 써둘까도 생각했는데

당연히 안 합니다. 치사해 보입니다.

 

"아악!!"

 

미루가 누워 있는 저를

이마로 받았습니다. 코를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너무 아파서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야~!! 미루..이건 너무 하잖아..."

 

인상을 팍 쓰니까

미루도 움찔합니다.

 

아무리 8개월된 아기여도

분위기 파악은 합니다.

 

제가 코를 잡고 계속 아파하니까

옆으로 기어오더니

손을 제 얼굴에 댑니다.

 

딴에 위로하려고 하나 봅니다.

그새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미루는 손을 천천히 뻗어

제 얼굴에 댑니다.

 

그리고  눈꼬리를 잡더니

쭉 찢었습니다.

 

또 기분이 나빠집니다.

 

꼭 붙어있기는 참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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