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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 입히기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미루도 옷 갈아입는 걸 무지하게 싫어합니다.

 

목욕시키려고 옷 벗길 때

목욕시키고 나서 옷 입힐 때

 

외출하려고 옷 입힐 때

외출하고 들어와서 옷 벗길 때

 

미루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집안에 가득찹니다.

 

요새는 힘도 점점 좋아져서

팔에 힘을 꽉 주고 버팁니다.

 

"잉잉잉...으아아..."

 

"미루야, 금방 옷 갈아 입혀줄께.."

 

외출하고 돌아와서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벗기다가

 

미루가 깨닫지도 못하는

엄청난 속도로 옷을 벗기면

울 틈도 없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이렇게

적절한 순간에 딱 좋은 생각이 납니다.

 

'상의 아랫부분부터 목 까지를 한 번에 두 손으로 쥐어서

순식간에 확 뒤집듯이 벗기면 되겠군...팔이랑 머리랑 동시에 빼버리는 거야..'

 

그 동안엔 미루 안 울릴려고

팔 먼저 빼고, 머리 빼고 그랬는데

좀 지나치게 조심조심 하다가

도리어 미루를 불편하게 한 것 같습니다.

 

"미루야~~옷 벗자~!! 아빠가 벗겨줄~~"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저는 옷을 통째로 움켜쥐고 아래서부터

휙 뒤집었습니다.

 

1초도 안 지나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얼굴에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습니다.

이럴 때 당황하지 않아야 성공합니다.

 

좀 더 힘을 줘서

힘껏 옷을 위로 올렸습니다.

 

미루 눈썹이랑 눈이 옷에 끼어서

위로 늘어 올려졌고

팔은 만세 자세에서 멈췄습니다.

얼굴은 벌개져있습니다.

 

저도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미루야, 미루야...가만히 좀 있어봐.."

 

미루,

엄청 버둥거립니다.

 

최후의 시도를 해야 합니다.

있는 힘껏 옷을 당겼습니다.

 

애가 질질 끌려 올라갑니다.

불쌍한 미루, 큰 봉변을 당했습니다.

 

제가 세웠던 계획의

부작용이 첫 시도에서

너무 드러났습니다.

 

옆집에서 빌려온

'손이 나왔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이가 옷 입는 과정을

묘사한 장편인데

이걸 제대로 읽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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