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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3

"애기 이름이 뭐예요?"

 

식당에서 만난 다른 감독님이

물었습니다.

 

"미루예요..."

 

옆에서 계속

마시마로 인형을 괴롭히던

7살 먹은 꼬마가 이름을 들었습니다.

 

"미루? 마시미루? ...엄마~~ 애기 이름이 마시미루야~"

 

미루는 일본말로

'보다'라는 뜻이랍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미루를 참 이뻐했습니다.

 

전 괜히 우쭐해서

미루를 데리고

영화 상영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좀 있다 바로 나왔습니다.

미루가 졸려서 울먹울먹 합니다.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아기띠로 안고, 토닥거렸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흐릅니다.

 

"에이 그냥 숙소로 갈걸..."

 

영화가 끝날려면 한참 남았고

그 이후에 워크샵까지 하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데

괜히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어디 있을 데가 없습니다.

 

"저기요.."

 

한참 서성거리고 있는데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할 때

주선생님 통역을 해주시기로 되어 있는

제일교포 3세 여자분이 저를 부릅니다.

 

"네.."

 

"저기 닥아실 빌려놨는데요..."

 

다과실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 죽겠구만, 과자 먹으라고 합니다.

 

"다과실이요?"

 

제가 못 알아 듣는 것 같자

그 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머리를 긁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흐으....탁아실인가?"

 

"아...탁아실!"

 

탁아실에 미루를 눕혀 놓고

저도 한숨 잤습니다.

 

영화 상영하는 동안

다행히 편히 있을 수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이 일하는 사이에

저의 미루 돌보기 역할은

그 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5시 이후로는 탁아실이 문을 닫아서

미루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숙소는 침대방이라서

한 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

미루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큰일입니다.

 

그때부터 주선생님이 돌아온

저녁 10시 30분까지

계속 미루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루는 저의 노력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꼭 침대 가장자리에서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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