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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랑 저녁 시간 보내기

6시 30분이 넘어서

미루를 찾으러 갔습니다.

 

"으아앙~~~"

 

미루가

현관으로 나오더니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웁니다.

 

3분 전에 다른 아이 엄마가 왔었는데

자기 아빠가 아닌 걸 알고는

미루가 놀이집 응접실에 엎드려서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나타난 걸 보고

감정이 북받쳤나 봅니다.

 

"미루가 평소엔 안 그러는데, 오늘 유난히..."

"야아아~어어.."

 

얼른 안아줬더니

선생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폈습니다.

 

"미루야~토마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토마토를 하나 주면

미루는 그걸 쭉쭉 빨아 먹느라고

조용해집니다.

 

이 때 옷도 갈아입고

미루 먹일 밥 준비도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닭 백숙을 끓였습니다.

 

사실 특별한 건 아닙니다.

지난 일주일간 세번째 입니다.

 

"어~어~어~~"

 

전체적으로 밥이 늦어지자

미루 얼굴이 좀 까매졌습니다.

 

"미루야~미루 자리로 올라가..."

 

탁자에 있는 의자 하나를

미루 자리로 정했더니

미루는 배가 고프면 그 자리에 가서 앉아 있습니다.

 

닭국물에 밥을 말고

백숙을 잘게 찢어서 같이 먹였습니다.

 

얼마나 배고팠던지 삼키지도 않고

막 넘깁니다.

 

"미루 니가 먹어볼래?"

 

자기 숟가락이 있는데

꼭 어른 숟가락을 듭니다.

 

밥과 고기를 푹 푸더니

입으로 가져갑니다.

가져가는 도중에 숟가락이 90도가 되면서

밥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전에 숟가락이 입에 닿으면 밥을 먹는 거고

안 그러면 흘립니다.

 

밥 그릇에 있는 밥과

탁자 위에 흘린 밥 양이 거의 똑같아졌습니다.

 

"밥 다 먹었으면 씻자"

 

온 몸이 닭국물로 범벅이 되어 놓고

안아 달랍니다.

 

대충 안아서 욕실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씻고 나와선

또 한참을 놀아줬습니다.

 

지난 며칠이 똑같습니다.

열심히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면서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낮에 일하는 것 보다

밤에 미루랑 있는게 더 힘이 듭니다.

 

미루가 좀 일찍 자면 좋겠는데

그건 잘 안됩니다.

 

이걸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내일

한국에 들어옵니다.

 

인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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