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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미루야 밥 먹자~~"

"바압~바압~바압~"

 

저 쪽에 있던 미루가

식탁 위로 뛰다시피 옵니다.

 

집에서 평소에 맘마란 말을 안 써서 그런지

성인용 단어를 구사합니다.

 

쇠고기버섯국에

밥을 말아 줬더니

쩝쩝 잘 받아 먹습니다.

 

밥을 받아 먹으면서

미루는 식탁 위로 올라가더니

튀밥을 엎었습니다.

튀긴 쌀 알이 사방으로 튑니다.

 

"미루야 한 숟갈 더 먹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듭니다.

 

"더 먹자아~"

"어기 시여요"

 

앗, 먹기 싫답니다.

 

"먹기 싫어?"

"에~"

 

별 말을 다합니다.

요새 부쩍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희안하게 문장을 구사합니다.

 

밥을 다 먹고

미루와의 놀이가 시작됐습니다.

체력이 모자랄 때는 자꾸 말을 걸어야 합니다.

 

"미루야~이게 뭐야?"

아무거나 잡고 미루한테 물었는데

곧바로 대답이 날라옵니다.

 

"모아요"

"몰라요?..."

 

"책 읽을까?"

"에~"

 

미루가

읽고 싶은 책을 꺼냅니다.

 

'Sweet Dreams, Sam'이라는,

우리집에 안 어울리는 영어책입니다.

아는 사람한테서 촉감책을 받은 겁니다.

 

제목부터 읽어줬습니다.

"좋은 꿈 꾸삼~"

 

두 페이지 쯤 넘기더니

이 책 저 책을 마구 꺼냅니다.

 

고전유아서적 '손이 나왔네'가 나왔습니다.

 

"손이 나왔네~"

 

미루가 한손으로 다른 손을 받치고

감자를 먹이는 자세를 취합니다.

 

손도 알고, 머리고 알고, 얼굴도 압니다.

코랑, 눈, 입도 구분합니다.

 

"띵동 띵동"

 

주선생님이 퇴근했습니다.

"5시쯤에 젖 짰어야 하는데 못 짰어. 미루야~엄마 쭈쭈 먹자~"

"주쭈..주쭈..주쭈.."

 

미루는 허리가 뒤로 확 꺾인 자세로

젖에 매달렸습니다.

 

"미루 먹일려고 자전거 타고 막 왔지~~"

"우유 배달이군"

 

"현숙아 근데 미루는 어떻게 이런 자세로 젖을 먹냐?"

"완전 요가야"

 

우리 대화를 듣던 미루가

두 사람을 보고

히~하고 웃습니다.

 

"인제 웃음도 자기 의사를 가지고 웃는 것 같지 않냐?"

"그러게...사교적인 웃음이야, 이건"

 

미루는 지금

점점 더 세상을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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