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불편한 교통

유모차를 가지고 밖에 나가보니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백화점으로 옮기려고 잡은 택시 트렁크에

접은 유모차가 안 들어갔습니다.

 

트렁크 문 연 체로 그냥 덜렁덜렁 매달고 갔습니다.

 

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우리는

맨날 버스랑 지하철만 타지 말고

우리도 차나 한 대 살까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선생님 갑자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이야~정말 차 한대 있으면 좋겠다.

유모차도 싣고, 아예 돗자리랑 먹을 것도 싣고

돗자리에 깔 수건이랑, 음...우리 읽을 책이랑 가방도 챙기고

소풍겸 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야..

맞아~자전거도 싣고 다니자, 이런 데 와서 자전거 타면 좋잖아.."

 

제가 대답했습니다.

"트럭 살려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어떻게 돌아올까를 궁리했습니다.

 

"마을 버스 탈까?"

 

집까지 한방에 가는 마을버스가 있긴 한데

유모차를 가지고 타는 건 못 할 짓입니다.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일 것 같습니다.

 

"공원 가로질러서 버스 정류장 가면

150번 버스 다니는 데 그 중에 저상버스 몇 대 있거든?

그거 기다렸다 탈까?"

 

그러면 좋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겁니다.

몸이 피곤해서 그렇게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았습니다.

 

"에이...그냥 또 택시 타자.."

 

택시를 잡고 타는데

택시 뒤에 따라오다 멈춰 선 차들의 눈치가 보입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습니다.

한 팔에 매달려 있던 가방이랑

이것저것 장 본 물건들 먼저 싣고

유모차에서 애 꺼내서 안고

유모차 접어서 트렁크에 싣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택시 한번 타는 데 정신이 없습니다.

 

어른 혼자나 둘이 택시 탈 때랑은

타는 속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집에 도착해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주선생님이 외치셨습니다.

 

"애하고 같이 다니는 방법을 알았어~~!!!"

"뭔데?"

"슬로우~~!!"

 

어차피 혼자가 아니니까

느릴 수밖에 없고,

그럴거면 당당하게 느리게 움직이자는 겁니다. 쫄지말고.

 

아까 택시 탈 때, 그리고 내릴 때

제가 자꾸 눈치보고, 신경쓰여 하는 걸 알았나 봅니다.

 

'슬로우'는 우리 마음 가짐으로

괜찮은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유모차가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교통 체계가 만들어지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돈도 없는데, 차 사게 생겼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