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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아이가 태어난 날 아침 풍경이 아직도 훤한데 벌써 학교에 간다고 한다.

어느새 저렇게 훌쩍 커버렸는지 매일 같이 생활하였지만 신기하다.

아이가 너무 작아서 젖을 먹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돌지나 홍역에 걸려 입원까지 하고 맘 졸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작년 하반기 아이하고 원없이 놀았다. 아이는 어린이집도 떼려치우고 나는 직장도 떼려치우고 학교 가기 전까지 실컷 놀자고, 돈 번답시고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한꺼번에 채우려는 듯 둘이 껌딱지처럼 붙어서 맘껏 놀고 싸우고 즐겼다.

그 마무리도 할 겸 앞으로 바빠질 우리 식구들 힘내기 차원으로 끝자락 겨울여행을 다녀왔다.

 코스는 영월 별마로 천문대에서 별을 보고 강원도 시골길을 달려  동해로 넘어가 바다를 보고 모래사장에서 놀다오는 것이었다. 코스는 아주 좋았다. 기존에 우리 가족이 다니지 않던 새로운 길이었으니까.

 별마로천문대는 듣던대로 좋은 추억을 만들수 있는 곳이었다. 천문대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책으로만 보던 별자리들을 직접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해설해 주시는 천문지기 분들이 있어서 더 좋았다. 시민천문대 중에는 가장 시설이 좋다는 망원경으로 별들도 관찰하였다. 

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천문대가 있는 자리가 도시의 빛과 차단될 수록 별이 잘 보일것이라는 것쯤 알고 있다. 하지반 한밤에 찾아가는 별마로는 오지중에 오지같이 느껴졌다. 차로 올라가건만 산을 빙빙 돌아도 돌아도 나오질 않아 무섭기까지 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시리우스별과 북극성을 본 우리는 그 험한 길을 돌아나와 또다시 강원도 산길을 달려 동해로 넘어갔다. 별자리를 더듬으며 눈이 허옇게 덮인 산속을 달리는 느낌은 "아~ 좋다"

오밤중에 도착한 동해에서는 회를 무진장 좋아하는 세식구의 기호에 맞게 세꼬시 한접시 먹겠다고 묵호항까지 가서 기계로 떠주는 도다리 세꼬시를 한접시 떳다. 1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문을 연 집이라고는 한집밖에 없었다. 동해로 넘어가는 동안 내내 잠이 들었던 울 아들 회먹자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난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을 하나 얻어 맛나게 먹고 푹 잤다.


 

 


 

 

대진항 앞바다의 모습이다. 물이 어찌나 깨끗한지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올라오는 길에 우연하게 고래화석박물관을 발견하여 그곳에 잠깐 들렸다.

1,2층으로 구성되어진 조그만 박물관이었지만 내용은 짜임새 있었다.

외부에 꾸며진 공룡발굴지에서 아이와 아빠는 한참을 화석발굴에 열중하여 시간을 보냈다.

 

 

 


 

고생물학자가 꿈인 우리 아이에게는 비록 모형일지라도 만져보고 긁어보고 올라타고 그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어행의 묘미란 그런 것인가보다. 미지의 세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떤 것들이 뜻밖의 행복을 주기도 하는것.

 

동해시에서 올라오는 길에 해변도로를 타고 이곳저곳 들렸다가 강릉의 허균, 허난설헌 생가에 들려 올라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와 남편은 허균을 난 허난설헌을 좋아하는 터라 그들의 생가는 왠지 꼭 들려야 할 듯.

해가 질 무렵 도착한 생가터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닫아논 대문은 주인 없음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고 담너머 보이는 집안은 황량한 겨울바람만 지나가고 있었다. 허난설헌의 외롭고 허한 모습을 보는듯하여 가슴이 허하다.

 

 

허기진 마음을 달랠 겸 생가터 바로 옆에 있는 시골순두부집에 들어가 순두부전골을 먹었다. 초당하면 두부라던데 음 진짜 맛있었다. 간장에 찍어 먹던 모두부는 콩의 고소함과 약간의 비릿함이 묻어나는 진짜 두부였다. 김치 숭숭 썰어 끓인 순두부도 겨울바람에 지친 우리 세식구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데 제격이었다.

 

맛있는 저녁을 끝으로 우리는 서울로 올라왔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처음 학교가는 우리 아이, 새학기를 시작하는 우리 남편, 새로 시작하는 나에게 멋지게 잘 헤쳐나걀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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