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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동향] 기민당 스캔들 : 독일의 비밀과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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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동향] 기민당 스캔들 : 독일의 비밀과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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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당 스캔들 : 독일의 비밀과 스파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크리스찬 세믈러

4월 10일 독일 에센에서 기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번 전당대회는 콜 스캔들을 부인하는 동시에 독일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해 슈뢰더가 이끄는 집권연정에 대한 공격을 다시 시작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당 지도부 선거의 유일한 후보자인 안젤리카 메르켈의 당선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당의 전통적인 가치와 자유주의적 발언들 사이에서 계속되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면 콜사건으로 인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기민당은 살아남게 될 것이다.

기민당이 4월 에센에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 데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안젤리카 메르켈이 유일의 (당선) 가능한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헬무트 콜의 부하(prot g )였던 메르켈(콜은 그녀를 "소녀"라고 불렀다)은 동독 출신의 물리학자이며 신교도이다. 현재 그녀는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기민당의 신임 대표는 숨길 비밀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지난 10월이래 전 수상의 부패 이력을 주저없이 비판해왔다. 말하자면 그녀는 신뢰의 화신이며 기민당이 현재의 관성화된 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듯하다.
지난 석 달 동안 당의 발목을 잡아온 이러한 위기의 압박 속에서 예기치 않은 당 내부의 민주화 문제가 터져나왔고 메르켈은 이러한 국면으로부터 독점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같다. 기민당은 역사상, 특히 연속적인 선거 승리를 쟁취해내고 그럼으로써 당의 모든 수준에서 지도부의 안녕을 보장했던 콜의 집권 시절에는 평당원이 감히 지도부의 논평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당이 아니었다.
시대는 확실히 변했다. 심지어 전 수상의 후임자인 볼프강 쇼이블레조차도 불법적인 기부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지도부 자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기민당 간부들이 마침내 "평당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지역당 대회가 열리는 동안 휴회를 요청하면서 당지도부의 문제에 대처하기로 결의했지만 그 문제를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지, 안지!(안젤리카의 애칭)"를 연호한 지지자들은 일련의 회의를 계속 진행하면서 메르켈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폴커 뤼에 전 국방장관(그는 강한 남성적 자부심을을 가지고 있어 폴커 뤼펠(독일어로 "농사꾼"라는 뜻)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이 이끈 다른 후보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퇴장했다. "새로운 시작"의 화두로 쓰이고 있는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최근의 슬로건은 기민당의 전투적 당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메르켈은 모든 기부금과 비밀 계좌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론은 이 조사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기민당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보기에는 냉혹해 보이는 자기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많은 뒷거래가 있다.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이러한 사기와 정실의 이야기들은 표면적인 것과 이면에서 진행된 것 사이의 분명한 구별을 요구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번 스캔들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이것은 기민당이 수백만 마르크에 이르는 돈을 (어떠한 공적인 기록도 없이) 챙겼고 콜이 자신이 선택한 조직과 지도자들에게 나누어 줬다는 사실에 관계된다. 이는 정당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받지 못한 당의 법적 기구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었다. 게다가 기민당은 해외로부터 돈을 모금해서 이를 독일의 은행 계좌로 옮겼고 그런 다음 "대출금"이나 심지어 "유태인 기증자에 의한 유산"으로 (헤세 연방은행에 예치) 위장시켰다.

기증자는 누구였는가?

이번 사건의 이면에 있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기증자가 누구인가하는 점이다. 콜이 개인적으로 기부금을 받았기 때문에 그는 기증자들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전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와 미테랑이 콜의 선건운동 기간에 엘프 아퀴텡(Elf Aquitaine)사를 통해 전달했을 것이라 여겨진 수백만 마르크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지만 기민당은 스캔들을 처음 보도했던 텔레비전 채널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기민당은 해외에서 들어온 기부금을 위해 기업 기부금을 세탁했던 시스템을 통해, 특히 1980년대 기민당의 첫 재정 스캔들 이후에 해체된 국민통합기구를 통해 이 돈을 국내로 반입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기부금의 출처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그러나 흥미진진하기까지 한 또다른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출처 미상의 기부금을 환전하는 데 콜 정부는 세계의 민감한 지역에 대한 무기 판매, 구 동독 기업들의 배당금, 혹은 외국 그룹들에 의한 독일 기업 매입과 같은 특정한 행위들에 대해 눈감아 주었는가? 이 기부금들은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익명이어야만 했던 것일까?
이러한 의문들은 콜 시스템(당 대표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동시에 그에 복종했던 개별 인자들의 네트워크)이 아마도 어떠한 통제의 형태에도 구속당하지 않는 세력을 형성하고자 했던 기업주들의 단체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혐의를 남겨두고 있다. 현실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독점 자본주의"의 그 이론보다 훨씬 정확할 뿐만 아니라 근원적일 것이다. 부패를 폭로한 언론은 이번 스캔들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중심 쟁점을 둘러싼 짙은 안개를 간파하지는 못했다. 가장 비판적인 언론조차도 지금껏 말 스캔들을 피하기 위한 자신들의 길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치평론가 칼 오토 혼드리히는 최근 한 칼럼에서 도덕적 청렴을 끌어올리기 위한 훌륭한 정치 스캔들 같이 좋은 것은 전혀 없다고 썼다. 처음 단계는 발견, 그 다음은 대중적인 도덕적 분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임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 불행하게도 기민당 기부금 스캔들은 첫 번째 단계에서 멈춰버린 것 같다. 당의 간부들은 콜과 몇 명 안되는 지역당 지도부들과 재정담당자들에게 거의 모든 죄를 전가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목표는 전 당수와 그의 승계자인 쇼이블레를 희생시켜 이번 불법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지시키는 데 있다.
기부자들과 그들의 의도가 스포트라이트 밖에 가려져 있는 채, 대중적인 비판은 지폐로 가득찬 서류가방이나 불법 계좌 같은 너무나 표면적인 것들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인들은 밀수업자가 리히텐슈타인 안팎으로 수백만 마르크를 넣다 뺐다했다는 흥미진진한 사실들, 그리고 그 밀수업자가 다름아닌 법과 질서의 수호자인 전 내부장관 만프레드 칸터였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다시말해 혼드리히가 요구하고 있는 범죄를 저지른 모든 정당들로부터 철저한 자인을 받아낼 전망은 거의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을 어긴 모든 기민당원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용서받을 만한 오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스캔들은 (카타르시스는 제쳐두고라도) 부정부패를 정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당 지도부와 그 추종 당원들은 아마도 "향후의 상황을 살피고 있을 것"이고 권력 탈환을 위한 암투에서 "근본적인 쟁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부금 스캔들이 지난 50년간 근간이 되어온 기민당의 자산을 위협하면서 기부금 스캔들이 당을 뒤흔들지 아닌지에 대한 절대절명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1949년 연방공화국이 건설된 이래 기민당은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독일국가의 진정한 행정관으로 자임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위해 제출된 에센 선언에서 이런 예외적 사태는 우선적인 세 개의 임무들, 즉 "사회적 시장 경제, 서방에 대한 전망, 그리고 유럽통합"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이 문서가 지적했듯이 기민당은 사민당에 맞서 이 세 가지를 지켜내고 이것이 모든 독일인들이 공감하는 것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싸워왔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기민당이 자신들의 독점적 권력 장악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공산당을 아르코 콘스티투치오날레(입헌세력은 1945년 헌법을 승인했던 전쟁시기 저항운동에 가담한 당들로 구성되어 있다.)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바라본 반면 기민당은 심지어 야당이었던 시절(1969∼82년)에도 진정한 의미의 국가 유일 정당으로 조작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당만이 연방공화국의 유일한 보증인이라는 이러한 태도따라 헌법의 개념은 낯설게 되었던 것이다. 그 기부금이 정당한 목표(독일 정치의 토대 보호)에 쓰였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법 기부금 사건은 간단한 법적 사고 정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기민당 당원들은 자신들의 당만이 독일을 파멸과 재앙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 넘치는 이데올로기적 체계가 최근 몰아친 분위기 속에서 그 요소들에 대한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그 단단한 신명의 돌에 붙어 있던 모르타르는 가루로 변했다. 이웃의 전지전능한 소비에트에 대한 공포는 소비에트연방과 그것의 헤게모니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사라진 것이다. 그 자리를 차지해 나타난 귀신들(파멸적인 공유를 내세우는 당 역할을 하고 있는 사민당이나 산업 발전으로 적으로서의 녹색당)은 아직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다. 결국 그들은 국가 재정과 독일 생산품들의 보호를 정부 정책의 주요 주제로 만들었다. 게다가 현재 정부 정책은 안보와 빈곤한 이민자들에 의한 "외세 침략"에 관한 대중적인 공포를 진정시켰다. 한때 기민당 권력의 기반이었으며 스스로 규정한 이미지의 주요 구성성분이었던 것들 중 그 중심이 이제 게하르트 슈뢰더의 적녹연정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민당의 과도한 정당화 주장이 이렇듯 축소한다고 해서 이를 급격한 하강 혹은 해체의 신호로 파악하는 것은 실수이다. 기민당은 전쟁 이후 몇 십 년 동안 독일 역사상 공통 분모를 가지지 못했던 각기 다른 집단들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주장들(사회적 지향의 카톨릭교도들, 민족주의적 개신교들, 남서쪽 출신의 자유주의자들)을 함께 모아내면서 괄목할만한 통합 사업을 수행했다. 그 이후 사실상 한 개의 당인 기독 자유주의 보수 체제가 수십년간 지속되는 동안 다양한 종교분파들, 지역적인 분파, 그리고 계급간의 분쟁 사시의 모순들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기민당은 차이를 극복하는 데 있어 비길 바 없이 성공을 거두었듯이, 가족, 가정, 조국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와 이와 모순되는 초국가, 탈규제, 국제 경쟁과 같은 현대적인 이상에 기반한 정부 정책의 경계 사이에 벌어진 의견충돌을 오랫동안 그럭저럭 잘 처리해왔다. 기민당은 현상유지와 그 자기부정의 동력 모두를 촉진시키는 정책에 기반해왔기 때문에 이 균형있는 행위를 "반(半) 현대화"로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부 모순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의 응집력이나 남성 클럽의 정치적 독점, 특히 기민당과 같은 과거의 것들에서 독일 국민들의 인종적 단일성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되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민당 단일체제가 21세기에 생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안젤리카 메르켈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열정은 그것이 결코 잊혀진 신념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보존"(환경생태학은 말할 것도 없이)의 현대적 형태는 "가치 있는 보수주의의 형태"로 계속 번성하고 있는데 반해 이러한 구출 작전은 집단적인 의식에서 이미 쇠약해지고 있는 보수적인 사고의 측면들을 희생시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과거 독일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된 정치 조직의 형태들이 남겨 놓은 관성의 무게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크나 큰 실수이다. 기민당을 끝장내는 것은 것은 불법 기부와 검은 돈을 둘러싼 최근의 스캔들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지난 2월 17일 Schleswing-Holstein의 지방 선거에서 이미 보여주었다. 정치적, 그리고 언론의 공격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기민당은 유권자의 35.2%의 지지를 얻었고 이 수치는 1996년과 비교하면 단지 2% 정도의 하락만을 가져온 것이었다.
현대화에 실패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리고 일자리에 대한 외국과의 경쟁에 가장 격분하고 이미 동요하고 있는 "독일 정체성"의 개념이 극우민족주의와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주의를 낳고 있는 기민당 우익들에 관해서도 같은 평을 내릴 수 있을까? 역사학자인 미카엘 슈튀르머는 최근 연속한 각 세대의 유권자과 함께 새로이 변신해야 하는 통합 사업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위협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중에서도 기사련(기민당의 작은 바이에른 자매당)은 당내 강령에서 인민주의 운동에 양보할 수 있는 우익 유권자들을 유인하려 시도하고 있다. 또한 극우 조직들과의 논쟁을 벌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한편으로는 반대당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또 한편에선 그 영향력을 차단하려 하는 간사함이다. 기사련이 외르크 하이더가 선호하는 정치형태라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니다.
슈튀르머는 극우파가 두 개의 필수 요소인 강령과 받아들여질 만한 지도자 모두를 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극우파는 여전히 낡고 고집센 나치의 이미지와 맥주집의 악취, 그리고 불괘한 깃발과 군대식 점호 덫에 사로잡혀있다. 그들은 극우파 핵심인자들을 선발하는 통로가 되는 소규모 파시스트 테러 집단들과의 연계를 끊을 수도 없고 끊을 생각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이성적인 현상들이 그 운동 내부에서 발전하기 시작하고 있다. 극우파는 (아마 5년 내의 시간 안에) 기민당의 민족주의적 극우 분파들을 공동세력으로 규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잘 조직 될 것이다. 이것이 사실상 예상될 뿐만 아니라 공포스러운 유일한 분할의 형태이다.
기민당은 당분간 축제 분위기일 것이고 당내 반대자들조차 당의 "새로운 천사"라 부르는 안젤리카 메르켈은 승리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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