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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개발사업은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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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시장과 자본' 중심의 개발
노동자의 힘/최인기 
자본주의 초기단계에 생산수단의 독점적 소유에 기초하여 생산현장에서 노동을 통제하던 자본은 오늘날 경제부문을 넘어서 지역과 공간 등 모든 사회 영역들에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도시개발분야에 신자유주의 이념이 적용되면서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를 건설한다는 명분아래 곳곳에 외국인 투자를 원활하게 하고 있으며, 인천의 영종도와 서울 상암동의 경제특구, 그리고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금융허브 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과거 대표적인 건설 자본가였던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을 비롯한 강북지역 뉴타운 건설을 주도하며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와 경쟁을 통한 방식과 관료적이고 개발 중심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세입자를 비롯한 철거민과 원 거주민, 영세상인과 노점상 같은 이해당사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 없이 인간을 배제한 시장중심과 자본 중심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물 안에 갇힌 노점상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연말 대대적인 행정대집행과 단속으로 청계천 변의 노점상을 쫒아내고 그중 일부에게 동대문운동장 안에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었다. 서울시에서는 마치 큰 시혜를 베푼 듯이 주장을 하고 있지만, 지난 6월초 노점상들이 귀가한 시간을 틈타 동대문운동장을 가로질러 '바리케이트'를 몰래 설치하였다. 애초에 서울시에서 구두로 합의한 '동대문 운동장내 풍물시장 활성화' 라는 약속을 파기하고 7월 1일부터 서울시의 버스 노선이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주차장 설치는 바뀔 수 없는 시의 방침이다"라며 약속을 번복하고 나섰다.

앞의 약속 불이행은 빙산의 일각이다. 동대문운동장안에 좌판을 펼친 노점상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왜냐하면 향후 2-3년 후에 또 다시 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점상과 서울시의 합의수준은 서울시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 서울시 산하의 '건설기획국' 차원의 구두 합의로 진행이 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구두 합의라는 것은 이번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향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 변의 노점상 투쟁은 당사자들의 생존권을 넘어 청계천복원과 개발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책과 독선적인 행정운영을 폭로해내는 주요한 타격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막다른 골목길에 내몰린 철거민

청계천 변은 물론 서울 강북지역의 뉴타운 개발 계획으로 인하여 10만 명 이상의 세입자와 도시빈민들이 사실상 강제 이주될 상황에 처해있다. 민간개발방식이라는 이유로 대책 없는 강제철거가 상도2동에서 벌어지기도 했으며 '피맛골'이 형성되어 있는 종로지역의 청진동 일대는 연면적 약 3만평의 지상 20층, 지하 7층짜리 주상복합 빌딩이 올라갈 채비를 하고 있다.

4대문 안의 건설과 개발은 서울시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아직은 여론에 밀려 관철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건설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심에 짓는 주상복합 건물의 높이·용적률 기준을 현재의 800%에서 950%로 높이거나 90m에서 135m로 각각 기준이 완화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1년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이 정한 건축물 높이제한 기준(90m·20층)이 무너지고, 을지로 롯데호텔(139m·35층) 높이의 '거대' 주상복합이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게 되는 셈이다.

파헤쳐진 청계천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이명박 시장이 최근 한 기독교 행사의 봉헌식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골자의 봉헌서를 직접 낭독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듯이 그는 서울을 한 개인의 소유물로 사고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그의 개발과 복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청계천 복원, 역사의 복원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양보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은 개발이었습니까?... 청계천 복원에 다소나마 관여한 만큼 나는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청계천 사업을 주관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은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누구를 위한 청계천복원인지 시장은 맹세코 정치적 목적을 떠나 이 대 역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가로등 밑에 웅크리던 노점상들이 그 빈한한 생계수단마저 내놓은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 희생에 등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초기 청계천복원에 박수를 보냈던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의 한숨 섞인 고백이다.

개발을 통한 지역의 통제를 넘어서기 위하여…

이상과 같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는 강북지역의 뉴타운 개발과 청계천 복원은 건설경기의 활성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서울시 전역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기 위함이다.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정치적인 성과로 이어보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꼼수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생산을 넘어 자본의 힘은 생활 및 환경과 공간의 영역까지 이윤 확보를 위해 질주를 하고 있다. 철거민, 노점상들을 밀어내거나 통제하고 개발을 추진해 나가는 데 맞서 노동자 계급에 투쟁의 영역이 넓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최인기씨는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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