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뽀개기...

[통계뽀개기]

여러가지 방법(론)을 전전 궁리할 때, 주변에서 '방법론자, 냐?'고 면박 받은 적이 있다.

 

 

지나서 생각하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방법 문제가 아니라 글쓰기 문제였지만, 양적이든 질적이든 조사방법과 관련해서 남은 게 없지는 않았다. 실증주의 양적 방법에 알레르기는 면할수 있었고, 우스개 소리로 '된장 통계'라고 하면서, 남들 가려운데 긁어줄 정도는 되었으니까. 재미 있는 건, 대다수 질문들에 대한 답이,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는 점인데,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고차원적이거나 그런 내용이다. 한마디로, 통계책들이 독자 가려운 곳을 잘 못 찾는다는 말씀.

 

가끔씩 단체에서 아는 분들이 설문 통계 분석을 맡겨 올 때가 있다. 학술 논문이 아닌 바에야 현장에서 사용하는 통계분석기법은, 빈도분석, 교차분석이 대부분이다. 고로 예전에는 -- 그리고 요즘도 대부분 -- 앙케이트 조사 정도인데, 요즘은 분산분석이나 회귀분석을 해야하는 '문제제기'를 받게 된다. (무슨무슨 분석은 이후에 간략히 설명하니 지금은 패쓰하자) 이런 때 대답하기 참 대략난감한데, 왜냐하면  현장에 통계결과를 이해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용보다는 배경지식 탓이다. 예를 들어, '교차분석이나 분산분석이나 가설은 같은데...측정수준이...다른 거든요' 라고 설명하면 소통이 되겠는가? 내 생각에, 앙케이트 수준을 넘어서, 간단한 기초 통계 지식은 현장화될 필요가 있다.

 

물론 실제 통계분석을 하는 사람은 설문지 설계만 제대로 되면, 분석방법이야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외부에 통계분석을 맡기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뿐만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자료를 확보하고 평가하여 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장활동의 도구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 맡기더라도 윈리를 알고 일하면 유리하지 않겠는가? 통계 처리하는데 기술적으로 별로 어렵지도 않다. 요즘은 시중에 좋은 참고서들도 많이 나와 있고, S/W도 구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사서 보시면 알겠지만, 그마저도 어렵다!! '이런 된장!'

 

몇 해 전에 이런 문제 의식으로 대중적인 방법론 교재를 만들고자 초안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활동가를 대상으로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자고 썼는데,

대학 교과서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고백컨대, '빈축'을 샀던 걸로 기억하고 '쪽 팔릴'만 했다. 그 후로 막연히 '--뽀개기' 시리즈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설문조사와 통계분석 기법 메뉴얼을 만들고 싶었다. 아주 얇은 책자로.

 

경험 상 통계는 어렵다.

대학원 수준에서 3-4개 과목을 들어도 분석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학술 논문을 아주 '기묘한' 통계 기법으로 쓸 요량이 아니라면, 그렇게 공부할 필요 전혀 없다. 비유컨대 일반 사용자가 컴퓨터 사용하는데, C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윈도를 사용하는 몇 가지 기본만 알면 되는 것처럼, 많이 쓰는 양적 통계 방법도 마찬가지다. 내 소신이긴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통계일 수록 신뢰하기 힘들다. 방법상 제약이 너무나 많고, 제대로된 결과를 내려면 그만큼 조작 -- 통계쟁이들은 '마사지'라고 한다 -- 을 많이 할 개연성이 크다. 화려한 기법에 현혹되지 말고, 기본만 잘 하면 된다.

 

한때 서봉수 9단의 바둑을 '된장 바둑'이라고 했는데, 삼류 속성 B급 야바위 통계분석방법을 '된장 통계'라고 하자. 틈틈히 올려 보겠으나, 본인이 게을러서 많은 것은 기대하지 마시고. 통계에 관한 질문 --- 여기에는 학술 통계도 포함--- 은 남기시면 아는대로 답하도록 하겠다. 실증주의 양적 통계에 알레르기를 가진 분들도 DIY 설명서 정도 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정말 뽀갤 수 있는지 모르지만, 통계뽀개기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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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21:53 2010/05/1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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