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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조퇴 투쟁

조희문 퇴진을 줄여 '조퇴', 혹은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조희문 위원장을 조퇴시켜 드리는 것도 '조퇴'. 아무튼 '조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만 봐도 '영진위의 미래는 문화미래포럼이다'라는 문장이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겠습니다. 조희문 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의 법인 설립자요, 심사위원장을 하셨던 복환모 교수 역시 문화미래포럼의 회원이요,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에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장원재와 씨과 김종국 씨도 문화미래포럼의 회원이지요.

게다가 김시무 평론가는 문화미래포럼의 협력 단체인 '비상업영화기구'의 자문위원이기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장원재 이사장은 한다협의 자문위원으로, 한다협의 최공재 이사장은 시민영상기구의 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문화미래포럼의 위용을 적나라하게 과시하고 있습니다.

고스톱을 쳐도 개평의 미학이 있어야 하거늘, 이들 문화미래포럼과 비상업영화기구의 뻔히 짜고 치는 싹쓸이는 요즘 초딩들도 안 하는 짓이지요. '타짜'라는 영화를 만든 한국에서 이런 노출 미학의 뻔한 고스톱판이 정부 부처에서 일어난 게 말이 되나요?

그러나 여기까지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지도 몰라요.

영상미디어센터 1차 공모 때 떨어졌던 '문화미래포럼'과 '비상업영화기구'의 복환모 교수와 김시무 평론가의 트랜스포머식 변신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떨어졌던 단체의 회원들이  2차 심사 때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는 점입니다. 2차 재공모 때 복환모 교수는 '심사위원장'을, 김시무 평론가는 '심사위원'을 하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꼴등을 했던 단체들이 1위로 선정된 것도 기막힌 반전 스토리인데, 무려 꼴등을 했던 단체의 회원들이 심사위원장, 심사위원으로 변신한 것은 그 뭐냐, 데우스마키나스러운 황당 반전이어서 개연성이 거의 제로인 데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티켓값을 아깝게 하지요. 이 정도의 졸속 시나리오밖에 못 쓰는 분들이 영진위를 책임지고, 독립영화를 책임지겠다니, 앞으로 영화인 새싹들은 누굴 보고 희망을 가지란 말입니까?




최문순 의원실


아니, 영진위는 탈락 단체의 임원들을 '심사위원'으로 둔갑시키는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보죠?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탈락자들이 곧이어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변신한 채 이름만 바뀐 단체를 선정하는 이 괴이한 변신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밀실 내부자 거래라 해도 틀린 주장이 아니지요.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데도 조희문 위원장은 기자회견 자리에 당당히 나와서 심사가 공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쯤되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일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해하는 4차원적인 사고 방식의 소유자랄 수 있겠습니다. 대체 어떤 의미의 공정성이요, 어떤 의미의 투명성인가요?

또 조희문 위원장은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사퇴하겠다는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YTN에 기자회견 내용이 촬영되었다니, 안 했다는 말씀을 하셔도 확인하면 될 일이겠군요.  

자, 조희문 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문화미래포럼에 복속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셔야 합니다. 또, 탈락 단체의 임원과 회원을 심사위원으로 둔갑시킨 기이하기 짝이 없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과정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셔야 될 것입니다. 이런 걸 두고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말하는 것은 솔방울로 수류탄 만든다고 개뻥을 치던 김일성만큼이나 허황되잖아요. 안 그래요?

이 모든 걸 증명할 길이 없으면, 그 스스로 공언한 대로, 위원장을 사퇴하셔야지요. 밀실도 아니고 카메라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언하신 일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겠습니다.





P.S1
이솝 우화에 보면, 배고픈 여우가 민가에 내려와 구멍을 통해 집안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너무 아둔하게 많이 먹어서 배가 불룩 나오는 바람에 구멍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지요. 결국 사람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을 비롯한 문화미래포럼과 비상업영화기구의 저렇듯 무리한 셈법이 가능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한독협에 대한 증오' 때문이지요. 한독협이 좌빨들의 온상이라고 생각하며, 그간 영진위 다양성 사업들을 독점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모 때 제출된 저들의 서류에는 영상미디어센터나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운영 철학보다 이념 투쟁에 대한 목청이 더 크게 반영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만 봐도 자, 이제 우리 우익들의 세상이다. 한독협을 때려잡자, 이제는 문화미래포럼이 장악하자는 단순한 셈법이 그들의 두뇌 세포의 눈을 멀게 한 것입니다.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나갈 구멍 보지 못한 채 덥석덥석 그 주린 배를 채우신 거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그들이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고 고려하지도 않은 상수가 존재합니다. 바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지요. 노무현 정권 이전부터, 김대중 정권 이전부터 20년 넘게 독립영화의 현장에서 망치질, 대패질해가며 그 터를 가꿨고,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뀐 이후에는 독립영화를 독립만세영화쯤으로 여기는 영진위 공무원들에게 거의 강의하듯 공공성으로서의 독립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정책을 만들어 제안했으며, 또 알기 쉽게 외국의 사례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들려주었던 그 수고로움, 애정이 없으면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그 수고로움과 그에 기반한 '실력'의 크기를 저치들이 도저히 알 리가 없겠지요. 단지 한독협만 쥐어패면 된다. 다음엔 우리가 먹는다, 정도의 허기밖에는 없었을 테니까요.

미안하지만, 전용관과 미디액트, 영진위가 만든 게 아니에요. 그거, 한국의 독립영화가 20년 세월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만든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한독협만 부쉬면 된다는 이 단세포적인 권력욕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 바로 이것이 오늘의 사태를 자초하게 만든 거지요. 문화미래포럼의 자문위원 변희재씨가 한독협을 '친노좌파세력'이라고 최근에 일갈하신 것만 봐도 이들의 뇌 성장이 딱, 노무현 시대에 멈춰버렸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들의 이 퇴행적인 허기는 이렇게 대체로 답이 없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 구멍으로 도저히 나갈 수 없는 여우들의 운명이 된 거지요. 적나라하게 들켜버린 거지요.



P.S2
아래, 한다협의 보도자료를 봤는데, 해명해야 할 중요한 사안은 정작 빼먹으셨네요. 미디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한다협의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제출 서류는 '허위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지요. 과연 그것이 당사자에 대한 '사과'로 그칠 일인가요? 얼마나 조급하게 서류를 작성했으면, 당사자도 모르게 배급팀에 이름을 올렸을까요. 영화인 ㅈ씨는 자신의 이름이 기재된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하더군요. 이 "허위 사실 기재" 문제는 정확히 짚고 넘어갈 문제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오류가 한다협 제출 서류와 심사과정에 있다지요? 그게 뭔지는 기달려 보세요. 우리는 그렇게 성급하지 않아요. 우리 인디포럼뿐만 아니라, 아트시네마, 영화 아카데미 등 줄지어 날릴 펀치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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