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 2009/08/29 19:09

절더러 개새끼라 하셨다지요...

 

글쓴이: [민주시민] 한혁 조회수 : 346 09.02.19 01:00 http://cafe.daum.net/coskom/4eyx/2969

 

 

이 글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몇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분해서 이렇게라도 제 심정을 알리고 싶다는 욕구와 아직도 투쟁중인 사업장의 수장을 상대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직과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사이에서 많이 갈등했습니다.

 

저도 이제 새로운 활동공간을 찾아서 일을 시작할 계획이고, 영수님도 명예퇴직을 하시겠노라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어차피 서로 얼굴 볼일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두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첫 번째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저를 욕하셨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제가 코비투쟁에 함께했던 일을 두고두고 평생을 스스로 후회할 것 같아서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그런 사소한 일로 그리 사람이 소심하냐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민주노총의 폭언폭행금지규정에 의거하여 연맹이나 민주노총에 영수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은 영수님과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영수님과 저 사이엔 그정도의 신뢰나 애정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임이 명백한지라 이 방법도 포기했습니다.

 

영수님께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이 그나마 제일 조용하고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으나 이 경우 영수님이 묵묵부답으로 대꾸조차 안하실 가능성도 있고, 제 얘기가 또다시 왜곡되어 여러사람에게 퍼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통화한 이후로 제가 분명히 “말씀 함부로 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드렸는데도 아무런 답변도 없이 심지어 공공연히 개새끼라 하셨기에 이 방법도 별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이곳 카페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솔직히 영수님이나 저나 한번 만나서 깔끔하게 원터치로 쇼부보는게 속편한 스타일이겠지만, 저도 이제 나이 마흔줄에 들어선지라 그렇게 뒷골목 양아치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워낙 오해와 왜곡이 많은 사이여서 최대한 솔직하게 쓰다보니 이리됐습니다.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절더러 개새끼라 하셨다 들었습니다.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이번처럼 소름이 끼쳤던 적은 없습니다. 사람사는 일이 참 그렇구나 하는 허망한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영수님과 통화할때도 서로 점잖게 얘기가 오간터여서 우리 사이에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제가 바보였던 것같습니다. 영수님 덕택에 별로 깨우치고 싶진 않지만 인생살이의 참으로 어두운 한 단면을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노동운동을 시작할 즈음에 선배들에게 들었던 꾸지람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 들으려고 노력하지 마라”였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다양한만큼이나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지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였습니다. 욕먹을게 두려워서 원칙을 저버리거나 적당히 타협하며 살지 말라는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세상사람 모두에게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아까운 인생 허비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일부러 욕먹을 짓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누구에겐가는 욕을 먹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굽히면서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영수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욕을 먹었다 해도 사실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영수님이 저를 비난하신 것도 하루이틀의 일이 아님도 알고 있습니다.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이제 이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국회의원들과 상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신 마당에 저같은 놈더러 개새끼라 욕하는 것쯤이야 우스운 일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도 않았던 얘길 근거로 뒤통수에 대고 그런 쌍욕을 하시는 것은 너무 심하시지 않습니까.

 

노동운동을 십수년이상 해서 잘 알고 있는 인간이 집행부 선출권한이 총회에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며 ‘한혁이 개새끼’ 운운하셨다지요?

 

제가 그리 말했습니까?

 

마지막으로 인사나 드리려고 참석했던 집행부회의에서 이른바 ‘1기 집행부’를 다시 집행부로 선출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 참석자간에 이견이 많았고 그로인해 잠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참 얘기를 듣다가 제가 드렸던 말씀은 “지금 코비의 상황에서 집행부를 확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집행부 선출은 지부장의 권한이다. 선거로 선출된 지도부가 자신의 정책방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집행부를 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코비의 경우 초기 선출된 집행부 성원들이 투쟁과정에서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것이고 이를 조합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타결이 되었다고 다시 집행부로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납득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있을 수 있고, 그로인해 자칫 조직의 지도력 전체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당사자들도 괜히 찝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회에서 자천타천으로 집행부를 추가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초기 집행부 동지들도 본인 결의가 있다면 조합원들앞에 그 결의를 밝히고 확인받아 집행부로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얘기를 그날 정회중에 영수님과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닌가요? 혹시나 싶어 그날 집행부회의에 함께했던 다른 동지들께도 확인했는데 적어도 제가 물어본 동지들은 제 기억이 맞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가 왜 제 노동운동 경력까지 들먹여가며 개새끼란 쌍욕을 들어야하는지 저는 지금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얘기 나온김에 그날 하지 못했던 얘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두가지 근거를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며, 1기 집행부 성원들이 고생을 많이했기 때문에 그들을 집행부로 다시 올리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여러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임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를 위해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총회를 자주 열거나, 분회모임을 안정적으로 조직해서 그 결과를 총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집행부 숫자를 늘리는 것도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으겠다면 다양한 의견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노조 집행부회의가 친목모임은 아닙니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말 안해도 통하는 시스템이면 회의가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날도 말씀드렸듯 투쟁과정에서 열심히 하고 실천적으로 검증된 동지들도 많습니다. 그런 동지들이 새롭게 집행부에 결합해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직해서 배치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대상에는 당연히 1기 집행부들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들을 배제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었음을 그때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 얘기가 왜 나쁜 것인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됩니다. 두 번째로 ‘고생을 많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할말이 없습니다.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집행부에 복귀시킨다는 것은 저와는 완전히 딴세상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말 마직막 단식투쟁중에 제가 단식을 함께하던 여러 동지들게 “단식끝나면 맛있는 고기 구워주겠다”고 약속한바가 있었습니다. 조직이 동의했기 때문에 시작된 단식이지만 발의자는 저였기 때문에 어찌됐든 단식하는 동지들게 여러 가지로 미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겸사겸사 주변의 나름 친한 동지들까지 초대를 하다보니 인원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사실 제 욕심같아선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그간의 고생을 잠시라도 잊고 즐겁게 놀고 먹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꽤 오래전부터 저랑 식사라도 따로 한 동지들이 일부 사람들에게 ‘작당모의’운운하는 소리를 들어가며 속상해하던 모습을 보아온터라 여러 사람에게 같이 가잔 얘길 하기도 주저되었습니다. 지금이 무슨 박통시절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행여 함께 한 동지들게 피해라도 가지않을까 걱정해야하는 것도 솔직한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맘편히 먹고 놀자는 자리인데 저와 인사도 안하고 말도 안섞는 분들은 어차피 제가 오시라할 이유도 없습니다. 행여 나중에라도 다른 소리가 나올까봐 문경에서 고기를 구어먹는 동안에도 제가 나서서 “노조 얘긴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놈의 ‘작당모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

 

문경에 있을때 영수님이 몇몇 동지들을 통해 제게 “집행부를 쳐내겠다” “조직을 깨겠다”고 전하라 하셨다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운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대장자리에 올라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장이란게 맘만 먹으면 조직도 깰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위치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고기 좀 구워먹는게 무슨 큰 대역죄라고 조직을 깨시겠다는 건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노동조합은 특정한 정치적 견해만으로 뭉친 결사체가 아니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중조직입니다. 마치 일곱색깔 무지개가 각각의 색을 지키면서도 어깨를 걸고 함께 있어 아름다울 수 있듯이, 노동조합도 여러 견해들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단결함으로써 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할때부터 저는 이 사실을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회의기구가 중요하고, 조합원들과의 간담회를 비롯해서 분임토의 등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낼 것을 계속 제안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에서 저의 이같은 제안은 자주 코스콤비정규지부의 특수성, 전투중인 조직의 긴박성 등등을 핑계로 무시되었고 오히려 ‘군대식 규율과 병영적 통제’가 더 올바르고 효율적인 조직운영방식인 것처럼 얘기되어 왔습니다. 그것에 반대하면 ‘병신’이거나 ‘개새끼’가 되기 일쑤였고, 이번에 제가 개새끼란 욕을 먹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도력은 자기 색깔로 몽땅 덧칠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믿음입니다.

 

얼마전에 이명박대통령이 TV에 출연하여 ‘원탁토론’이란걸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패널들이 국론분열을 우려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명박대통령의 한결같은 대답중 하나는 “국정운영에 ‘장애’가 많다”였습니다. 자신의 정책방향과 다른 의견들을 ‘장애’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그것을 공중파방송에서 숨김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이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포악하고 천박한 수준인지를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이명박처럼 한 집단의 리더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견해에 대해 ‘장애’로 인식하고 대응했을때 나타나는 재앙적 결과가 용산참사와 같은 것입니다.

 

재작년말쯤 저는 집행부 성원중 한명의 역할을 바꿀 것을 제안한바 있습니다. 당사자가 알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와 여러 동지들이 그 동지가 오해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잘 얘기해서 푸시도록 수차례 권유했었습니다. 그러나 영수님은 그냥 하면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로인해 그 동지도 마음에 상처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그 책임을 몽땅 제가 지고 욕을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례는 매우 불행하게도 상당히 많습니다.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고 싶은 핵심적인 말씀은 영수님께 ‘병신’ 혹은 ‘개새끼’ 소리를 듣는 사람은 늘 있었고 영수님의 생각이 바뀌면서 그 대상도 함께 바뀌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개새끼’로 부르며 ‘쳐내야할 대상’으로 공격하는 방식을 바꾸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수님은 한 조직의 대표자입니다. 그 대표자가 자기와 입장이 다른 이들을 그렇게 대하신다면 결국 조직 전체가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물론 아직 하지 못한 얘기도 많습니다만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게 공개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제가 하지도 않았던 얘길 근거로 저를 개새끼라 욕하신 점은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새로운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이력서라는 것을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써보았습니다. 그 이력서의 마지막 줄은 ‘2007년 10월 민주노총 서울본부 퇴사’로 끝납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요. 1년 넘는 시간이 그저 공백으로 남습니다. 코비투쟁과정에서 제가 있으나 보이지 않았던 유령같은 존재였듯이 제게도 그 시간들은 공란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시간들을 아름다운 행간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의 이런 최소한의 소박한 바램을 짓밟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일주일간만 이 글을 올려두겠습니다. 그리고 매일 한번씩 이 게시판에 들어와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시길 다시한번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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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9:09 2009/08/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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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죄송합니다 2009/09/28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반성하고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근데 님도 잘못있지않나여 나만잘못햇다고하네
    내가짱임 ㅅㄱ

  2. ?? 2009/10/01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뉘신지도 모르겠고,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