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11/25 18:50

베일 속의 사내

  

그 사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나는,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광채와

네 개의 하얀 앞니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미래는 민중들의 것입니다

서서히, 혹은 갑자기

전세계의 모든 민중들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당신은 이 사회에 나처럼 아주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을 파괴시키는 이 사회에

당신 스스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

그 사내의 말들이 밤새도록 내 가슴 깊이 울렸다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만일,

어떤 지도자가 이 세계를 두개로 나눈다면

난 기꺼이 민중들 편에 설 것임을,

그리하여

귀신에 홀린 듯 울부짖으며 온몸으로

적진의 바리케이드와 참호를 공격할 것이고

분노를 내뿜으며 무기를 피로 물들일 것이고

내 손에 잡힌 그 어떤 적이라도 단숨에 꺠부술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껏 내 코를 팽창시켜, 유유히

매운 화약냄새와 낭자한 적들의 피 냄새를 음미하리라

  

그런 다음 또 다시 내 몸을 바짝 긴장시킨 채

다음 전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리라

열광하는 민중들의 환호성이

또 다른 새로운 곳에서 힘차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1/25 18:50 2009/11/25 18:50
TAG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ist/trackback/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