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 2006/09/09 22:40

6월부터 시작했던 사업을 이제야 마무리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엔 당연히 나름대로 원대한 포부가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이 그렇듯 결국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허수아비를 세워야 하나.

낼모레 철거를 들어온다는데

한가로이 허수아비 따위를 세우는게 과연 가당한 일인가.

낯부끄러운 고민이 계속되었지만

그렇게라도 평택투쟁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끼를 건네주고 모아준 다른 동지들의 마음을

내 개인의 감상으로 져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냥 슬그머니 폐기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보다

허수아비를 세워서

결코 잊지말자고

평택을 지키기 위해 무장한 사수대 40명도 아닌

허수아비 40개를 세웠음을

똑똑히 두눈으로 확인하자고 결심했다.

 

40년을 버틴 산리즈카 투쟁이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것이 아니라

단 하루 관제탑을 점거하고 10년을 감옥에서 살고,

청년시절 투쟁에 결합하여 이제 노년이 되어서도 산리즈카를 지키는

그런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곱씹으며

나는 오늘 내 부끄러움을 마음에 새긴다.

그 반성과 결의가

평생 내 가슴속에서 나태함과 무기력을 쫒는 허수아비로 설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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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9 22:40 2006/09/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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