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 2006/08/24 18:01

#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신약성서 《마태복음》 14장 14~21절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 사건이다. 그외 《마가복음》(6:35~44), 《누가복음》(9:12~17), 《요한복음》(6:5~14) 등 공관복음서에 모두 나타나 있다. 29년 예수가 갈릴리호의 빈들에 있을 때 많은 무리가 쫓아왔다. 예수는 큰 무리 중 병든 자를 고쳐주었다. 저녁 때가 되어 먹을 것이 없어 고민할 때 한 어린아이가 내놓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축사하였다. 그리고 떡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어 큰 무리로 먹게 하였는데, 5천 명(여자와 어린이는 뺀 숫자)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는 것이다.

# 1
오병이어의 기적에 대해 4대 복음서는 모두 예수가 생명의 떡이 되었다는 것이며, 예수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생명을 얻고 예수의 신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거하는 기적이며, 인간에 대한 예수의 사랑을 증거하는 기적이자 장차 임할 천국잔치를 예표하는 기적이라는 것이다.

# 2
그런데 성서에 기록된 오병이어의 기적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예수의 말씀을 듣고자 갈릴리 들판에 5천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저녁식사시간이 되었으나 이들을 먹일 방도가 없었다. 이에 제자들이 근심하여 예수께 “저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어찌하오리까?”라고 여쭈었다. 이때 그 말을 들은 어린아이 하나가 품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내어놓으며 “이거라도 나누어 먹자”고 하였다. 어린아이다운 순진한 발상이었으나 제자들은 매우 어처구니없는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행동을 본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주섬주섬 자기가 먹으려고 가지고온 도시락을 꺼내놓기 시작하였고, 모인 사람들 모두가 자기 도시락을 꺼내놓고 서로 나누어 먹자 열 광주리가 넘는 떡과 고기가 남았다는 것이다. 즉 모두들 자기 먹을 도시락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기 것을 먼저 내놓고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생각이 없었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한 행동을 보고 뉘우치며 서로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 모두가 먹고도 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 3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기적에 대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일은 신학자나 역사학자의 몫이므로 굳이 따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어차피 내 능력밖의 일이다)
이 이야기가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나눔의 미학’을 너무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품속의 도시락을 행여 들킬세라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을 사람들의 표정이며, 제 것을 내어놓는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얼굴, 조막만한 손에 들린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본 어른들의 겸연쩍은 표정까지... 모두가 손에 잡힐 듯 가깝지 않은가?
게다가 이 이야기는 단지 “나누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도덕적 당위만이 아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 4
얼마전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갑작스레 최근에 수술을 받은 모 노동조합 위원장의 따님을 위한 모금이 제안되었다. 누군가 주변에 굴러다디던 박스를 구해왔고, 쓰다만 대자보 용지로 대강 박스를 포장하여 부실한 모금함을 만들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부지구협의회 사무차장이 사람들앞에서 “파견법에 맞서 2년 가까이 가열찬 투쟁을 벌이고 계신 ###위원장의 따님이 얼마전 수술을 받았습니다. 동지들도 잘 아시겠지만 ###위원장은 1년 6개월넘게 해고된 상태여서 따님의 치료비 마련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작은 정성이라도 한번 모아봅시다”라며 간략히 설명하고 모금함을 돌리기 시작했다.
100여명정도의 대의원들이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돈들을 내고는 있었지만 “한 이십만원쯤이라도 걷혀야할 텐데...”라는 걱정이 사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모금통이 한바퀴를 돌고난 후, 박스를 열었을때 우리는 박스속에 가득찬 만원짜리들을 보며 매우 놀랐으며, 모금 총액이 약80여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경악했다.

# 5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분할하여 착취하고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서로 나눔으로써 나뉘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오늘도 세상 곳곳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은 끈질기게 벌어지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8/24 18:01 2006/08/24 18:01
TAG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ist/trackback/44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 68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