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 2006/08/24 10:40

그녀의 관은 눈물나게 가벼웠다.

예전에 몇번 운구를 하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

나름대로 긴장했었는데

그녀의 관은 참 가벼웠다.

 

죽어서도 살아남은 자들을 배려한 것일까?

아니면 살아있는동안 너무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고

여윈 몸으로 떠나서일까?

 

나는 그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내가 옳고 그녀는 틀렸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 일로 그녀는 아마도 무척 마음 졸이고 속상했을 것이다.

그뒤로 나는 내가 질못 생각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갚을 수 없는 부채만 영원히 남았다.

 

그 미안함때문에 나는 그녀의 관을 들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라도 그녀 곁에서 미안하다 사과하고 싶었는데

가볍디 가벼운 관을 들고 그저 마음만 아팠다.

 

다시 건강해져서 일어날 거니까

유언따윈 생각하지도 않겠다던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남긴 말은

"일으켜 주세요. 미안해요. 사랑해요"였다 한다.

그녀의 남편은

"할 수만 있었다면 일어서서라도 죽음을 맞았을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렇게 일어서는 모습을 꿈에라도 보고싶었을 그녀의 남편.

보통 사람같았으면

"내 아내가 이렇게 죽어가도록 당신들은 뭐했냐?"고 난리라도 쳤을텐데

그는 아내대신 남은 자들이 일어서기를

일어서서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원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가스총을 사줘야 할만큼 심각한 탄압사업장의 위원장을 아내로 두고 있던

그의 가슴엔 또 얼마나 깊은 상처가 배어 있을 것인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새벽까지 투쟁사업장회의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 몇시간 잠도 못자고 다시 일어나 맨밥도시락을 챙겨들고 다른 투쟁사업장으로 떠나는 아내의 뒷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가슴시린 슬픔이었을 것인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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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10:40 2006/08/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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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미 2006/08/24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파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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