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2006/11/13 11:37

요즘 묘하게 부르주아적인 취미를 붙였다.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좋아진 것이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 질은 별로다.

그 음식의 원가는 보기보다 매우 낮다.

그리고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많이 써서 자극적인 맛에다가 버터, 기름등이 많이 들어가서

고열량 식품들이다.

 

 

그렇지만 뭐랄까 그 깔끔하면서 이국적인 분위기와 식탁마다 따로따로 떨어져서 개인공간이

보장되는 그런것이 좋다. 그리고 따뜻한 수프가 맛있고 빵을 무한 리필해주는 것이 좋다.

 

글쎄.... 어쩌면 이미지를 소비하는 면도 1%도 없다고 볼수는 없을것 같다.

 

 

 

얼마전에는 지인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기위하여 인터넷상 쿠폰 까페에 가입하여 온

갖 쿠폰을 다 뒤지고 각 패밀리 레스토랑별 특징을 다 섭렵했다.

 

 

 

(토니 ***, 베니**,  * 웃백, T*I 등등...   각각 잘하는 음식들과 먹어선 안되는 음식들이 있더

라. * 웃백 스테이크는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이더라도 질긴 고기를 잘 먹는

튼튼한 이빨과 강한 소화력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직접먹으며 확인했다. 동 상표는 또한 스파

게티도 양은 많으면서도 많이 먹어주기 힘든 맛이었다. 토니 ***는 먹어보지는 못했으나, 

스테이크 중심 식당이어서 다른 메뉴들에 대한 신뢰는 그닥 가지 않는다. 카후** 이라는 곳

은 좀 달착지근하면서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인데 의외로 누들같은것이 괜찮은듯.)

 

 

 

그러나 역시 이런데를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1)  굉장히 맛나거나 대단한 음식들이 아니다.

 

2) 이런데 자주  갈만한 시간이 없다.

 

3) 이런데에 돈을 소비한다는 일종의 조그만 자기비난.

 

4)  내 수준에서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

 

 

 

이하와 같은데 물론 4번이 가장 큰 이유이다. 참고로 내가 3번정도 가본 베니** 같은 곳은

가장 싼 점심 메뉴가 통신사 할인을 하면 12000원정도 하는데 이건 내가 사실 한끼에 써야

하는 식사대의 4배가량이나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을 생각하고 또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자기 검열하기보다는

그저 내게 지금 주어질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서 순간순간 누리려고 한다.

 

 

어차피 인생 살다보니.... 고급스런 (물론 패밀리 레스토랑이 무슨 고급이냐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문화 좀 즐긴다고 하여 그걸로 소박함이나 속물성 또는 희생을 감내하려는 진지한

마음의 유무를 테스트 한다는 건 별로 높은 확률의 변별력은 없는것 같다. 소박한 삶 민중적

인 삶의 태도를  취하는 듯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그렇지 않게 변하는 사람들을 주

변에서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그럴수록 한 때의 목소리 높임보다는 계속 자기 인생에서 자

기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더 정직하고 실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삶의 자세를 관련하여 생각하기에는 좀 과도한 연결일지는 모르지만, 할리스니 베니건스니 하는 곳들에 들어가서 의외로 편안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습성과 호불호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좀더 땅을 파고 들어가서 심각

하게 되버리고 말았다.

 

나는 물적조건에 기반한 취미와 습성을 버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

이것을 억제하거나 바꾸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폭력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취미와 습성이 자신에게 즐거움을 준다기보다는 필요이상으로 얽매이게 하는 경

우도 있다고 본다. 할리스 커피는 매일매일 꼭 마셔줘야 하는 사람이 자판기 커피에 만족하

면서 살아야 하는 낮은 임금의, 그러나 자기가 마음속으로 하고 싶어했던 직업을 갖고자 하

는 결단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별로 하고 싶지 않을 일을 지속하면서도 그것이 주는 타성

에 익숙해지며 할리스 커피에 안존하는 삶을 살기 쉬울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끔 비싼

것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때 좀 두렵다.

 

 

 

어쩌면 이렇게 어설프게 튀긴 케찹양념의 탕수육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까다로운 성향도 무

언가 다른 곳으로 나 자신을 탈출시킬 출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하나의 허탈

한 자족적 성향인것 같다. 학회를 하든 뭐를 하든, 뭔가 내가 스스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일

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을때에는 거짓말 반보태어 나물반찬에 비 쫄쫄 맞는 식으로 살아도

탐욕스런 자족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출구를 찾게 되면 나라는 사람이 좀더

담백하고 소박해 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고급스런 취향을 즐기면서도 얼마든지 담백하고

소박한 심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요즘 내가 그렇다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 내가 요즘 빈곤한건, 공동체적 삶의 부재에서 나온 결핍때문인가?

 

결국 돈을 많이 쓰고 적게 쓰고보다는 어떻게 하든지 간에 그 삶의 방식속에서 자기가 머릿속부터 뱃속까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삶을 잘 구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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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혜정 2006/11/13 23:33

    내 수준에서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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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징어땅콩 2006/11/13 23:50

    오 동시접속 회사이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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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혜정 2006/11/14 19:35

    으흐, 회사였는지 집이었는지 생각이 안나네 ^.^
    지금은 회사라오.
    날이 춥구만. 찬바람 조심해야겠어~~~
    우리 언제 한번 '부르주아적 취미' 함께 즐겨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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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강철새잎 2006/11/14 23:51

    '내 수준에서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에 한 표ㅋ
    댓글 보고 또 방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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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징어땅콩 2006/11/15 00:34

    혜정/ 오 언니와 즐기는 부르주아적 취미 기대되오^.^
    새잎/ 반가워요^^*- 우연히 서울 임용 티오 같은 것을 보고 잘못봤나 눈을 꿈뻑했죠- 관련 공부하시는 것 같은데 머릿속 가볍게 사실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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