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길어야 한 두달밖에 못사신다는 통고를 오늘 아침에 들었다.
기적이란 것이 생길수도 있지만, 내 직감에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별로
그 기간이 크게 연장될 것 같지 않다.
그간 아버지와의 사이에 있었던 사소한 반목과 대립 (물론 나만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겠지만)
아버지에게 못되게 군 것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를 기쁘게 한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고등학교 입학때 한번, 대학 합격때 한번, 그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
정말로 크게 속썩인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기자기하게 사는 기쁨을 주는 자식은 전혀 아니었지.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내게 거부감을 많이 주는 대상이었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도 소용없는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겨우 한두달 전부터 사이가 좋아졌을뿐....
아버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미련없이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잘 살았고,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지 못하고 삶에 대한 미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발버둥치는 상태로 가게 된다면
그것을 지켜보는이들은 많이 슬프고 힘들것 같다.
아버지는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리고 어떤 기억, 혹은 아픔으로 남게 될 것인지.
솔직히 지금은 곧 닥쳐오게 될 아버지와의 이별이 슬프다기보다는 비쩍 말라서 저물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병원에서 지켜보는 것, 그리고 미친듯이 슬퍼할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볼 것이 두렵다.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의미를 별로 두지 않는 나로서는 이제 영원히 한사람과,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맞닥뜨리게 될 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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