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자유화에 따라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는 기업·노동자를 위한 일종의 사회안전망인 무역조정지원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지식경제부와 고용노동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가 지난 6년간 무역조정지원제도로 지원한 기업은 11곳, 노동자는 85명이었다. 이는 법 제정 당시 정부 예측결과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007년 이후 배정된 예산의 집행률도 46억여원 중 12억여원으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집단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4월 ‘제조업 등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무역조정제도를 실시해왔다.
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융자 24억5000만원과 컨설팅 비용 6400만원이 전부였고 노동자에게는 실업급여와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을 제공했다. 특히 ㈜좋은시계는 한·EFTA FTA 발효 이후 2009년 4월 7일 무역조정지원 대상기업으로 지정되었으나, 정부의 지원 이전에 도산해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조정지원 노동자 85명도 통계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무역조정 지원을 신청한 노동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이들 85명은 무역조정지원기업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에서 실업급여 등 고용노동부의 각종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을 추산한 자료일 뿐이다. 또 고용노동부의 경우 올해의 경우에도 무역조정 노동자 지원을 위한 예산이 별도 배정되지 않았다.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부가 소요예산을 추정하기 위해 발주한 ‘시장개방에 따른 구조조정지원 소요액 추산(2005년11월)’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한·아세안 FTA만으로도 기업 1921곳, 노동자 1만1587만명이 지원을 받을 것이며 소요예산이 2828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산집행내역을 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46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12억8700만원(27.6%)에 그쳤으며 전용, 불용처리된 예산만도 각각 15억4800만원, 18억1500만원 등 33억6300만원에 달했다. 특히 한·EU FTA와 한·미FTA가 발효되어 본격적 피해가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에도 배정된 예산은 5억원에 불과했다.
박주선 의원은 “무역조정지원제도는 개방화 시대의 사회안전망”이라면서 “FTA 체결에만 속도전을 올리고 있는 정부가 FTA 피해대책을 마련해두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무역피해 가능성에 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동향 등의 자료를 확충함으로써 업계의 대응능력을 높이고, 경쟁력이 부족하여 무역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하여는 R&D 지원 등을 통하여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66년 제정한 ‘무역확대법’을 근거로 1970년대에 도입한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9년까지 총 6만8590건이 청원되었으며, 이 중 3만6116건이 승인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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