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넷 불로그에 흥미로운 논쟁이--나는 사실 이것을 정상적 논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에 대해서는 후술--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따른 또한 흥미로운 여파들이 있었다. 이것은 "laron" 과 "라브" 라는 분에 의해 시작 되었고 댓글, 링크와 트랙백을 타고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많은 불로거들이 참여했다. 나는 지난 금요일에 이 사건을 처음 접했는데 주말에 PC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좀 천천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답답함.

 

 나는 이것과 관련된 포스팅과 댓글들을 되도록 차분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laron님의 글에 대해 라브님의 정당해 보이는 문제제기는 '최소한 합당해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시작됐고, 그것에 대해 laron님의 '어긋난', 또는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응답이 있었으며, 이 불충분한 응답을 빌미로 laron님의 '직장' 진보넷에는 라브님으로 부터 작성된 장문의 질의서가 전해졌다. 또한 많은 불로거들이 이것에 대해 많은 단상들을 저마다 풀어 놓았다.

 

  논쟁이라는 일은 laron님이 형식적으로 나마 자신의 글이 타인에게 반 여성성을 느끼도록 초래한 것에 대한 사과의 글이 전해지며 일단락 된 듯 보이고 지금은 몇몇 블로거들이 이 논쟁에 대한 자신의 단상들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교적 안전한 정리. 하지만 내가 느끼는 답답함은 이런 안전함에 문제가 있다고 환기한다.

 

  와 가장 유사한 답답함을 느낀 분은 아마도 "디디"님 일 것이다. 하지만 디디님은 그리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디디님의 댓글들과 8월 7일 포스팅 <생각>-- 나는 여기서 오히려 문제가 되었던 laron님의 발언을 주로 다루기보다는 최초의 라브님의 문제제기에 관해서만 비판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참이다. 그 이유는 현재 전개된 모든 주장들을 살펴보기에 이 논쟁 속에 많은 사람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내용도 너무 방대해지고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라브님의 문제제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문제제기의 방식

 

 처음에 이 일은 laron님의 블로그에 기록된 일종의 농담 <지금 나는 가만히 있는데... 얘가. 얘가.>에서 시작이 되었다. 거기에서 laron님은 자신이 포르노블, 즉 호색문학을 구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한다. 여기서 처음의 문제가 발생한다. 김윤옥이라는 한국의 영부인이 그 주인공이다. 실명이다. 간략한 줄거리로 보아 김윤옥 여사가 laron님이 구상한 포르노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인물이자 주인공이다. 포르노에서 성애의 노골적인 묘사는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라브님은 이 글에 대해서 논쟁 이전에 “동지”들에게 “공지”를--라브님의 7월 31일 포스팅 --한다. 논증 이전에 표출되는 명백하고 단순한 적의. 적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동지”들은 동참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모든 경로의 발설들을 여기에 동참하는 이들은 “논쟁”이라고 불렀다. 그 후 laron님은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며 논쟁의 대화상대라기 보다 투쟁의 대상에 가깝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디디님과 빨간뚱띵이 님이 마녀사냥과 파시즘에 대한 옅은 기시감을 느낀 이유.

 

 

포르노에 대한 혐오일까 실명거론에 대한 문제제기 일까

혹은 “꼴릿”한 강용석이 문제일까.

 

 라브님은 거침없이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자신의 동기를 다소 혼란스러워 한다. 그것은 포르노에 대한 사적인 혐오감 때문인 듯 보인다. 정작 문제가 된 글에서 laron님은 포르노블을 구상한다고 밝히며 그 것의 주된 내용은 영부인이 청와대 출입 기자와 성관계를 맺는다는 정도의 언급을 하고 있다. 이 줄거리에는 섹스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성적 묘사는 없다. 여기에 어떤 반여성성이 존재할 수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실재로 포르노라고 부르는 대다수의 상업적 창작물이 성적 묘사로서 여성을 일방적으로 성적대상화 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들이 포르노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런 포르노들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성적대상화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여성인 영부인이 laron님이 구상하는 포르노블에 등장한다는 발상과 그것에 대한 발설 자체가 라브님의 문제제기라면 이 논쟁이라는 건 다소 폭력적이다. 추측이며 선입견이자 무리한 단정이다. 그것은 쓰여 지지도 않았으며 또한 쓰여 질 일도 없다. 우리는 그 포르노블을 읽을 수 없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오히려 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김윤옥에 대한 실명거론이다. 존재하는 특정인에 대한 지칭. 여기서부터 발상이 현실을 투영하는게 아니라 현실에 개입한다. 우화는 훼이크 다큐의 수준으로도 끌어내려질 수 있다. 직위나 상징이 아니라 실재 인물을 소환하면서 사법적 판단의 여지도 함께 소환된다. 알다시피 특정 계층들은 2008년 부터 그것을 상당히 악의적이고 악랄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laron님의 문제적 표현은 라브님이 느끼는 문제를 보다 구체화 했다고 보인다. 라브님에게 이제 laron님의 문제적 글은 다분히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킬 위험성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김윤옥을 성적대상화 시켜버린다. 이런 영향은 댓글을 통한 논쟁중간에--laron님의 8월 2일자 포스팅 <불쾌하셨던 분들에게>의 댓글에--스쳐가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크게 문제시 되지는 않았다. 나에겐 이 부분이 오히려 의아하다.

 

 사실 laron님이 의도하는 바는 문제적 글의 마지막 세 줄, 강용석 사건에 대한 언급에서 드러난다. 애초에 김윤옥을 중심으로 하는 포르노블은 쓰여 질 수도 없었고 그런 구상도 없었다. 이 문제의 글은 강용석 사건에 대한 laron님의 표출적 단상, 혹은 사적유희에 불과하다. 하지만 laron님으로 부터의 불쾌할 수 있는 표현과 무분별한 인터넷 신조어 사용, 실명에 대한 거론 등은 혼란과 적극적인 적의를 가져왔다. 우리가 논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왜 최초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부수적 발언들에 더 집착하게 되었을까. 이것은 전체 논쟁에서 laron님의 모든 화행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처음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초점은 좀 멀어져 버렸다. 왜 논쟁이라는 건 laron님의 대응에 대한 꼬리에 꼬리 물기 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까. 혹시 laron님의 대응들과 사과의 미숙함은 논쟁의 참여자들로부터 만들어지고 요구된 것은 아니었을까?

 

 

p.s 이 글 역시 “쉴드”입니까? 그렇다면 미리 사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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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anPlease 2010/08/10 15: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laron님이 제시하신 포르노블의 구상이 님께서 말씀하신 "여성을 일방적으로 성적대상화시키는 대부분의 포르노"와 뭐가 다른지요. "완성본이 아니므로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떤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비판할 수 없고, 완성된 후에만 비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구상단계에서도 완성본과 동일한 수준의 비판이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라서, 성적 묘사가 없다고 하는 것은, 돌려서 말하면 "앞으로 성적 묘사가 들어갈 예정이다."를 의미하지 않습니까?

    님께서 김윤옥의 실명을/실명만 거론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시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것이 성적대상화를 시키게 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었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실명을 거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느냐는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있을 것 같군요. 사람들마다 문제에 접근하는 순서의 차이라고 할까요.

    라브님의 초기대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저는 그 대응이 아주 중요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은 분명히 성적대상화가 진행된 글에 대하여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짜증을 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하여 미리 예방하려는 게 목적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라브님의 그 글의 목적은 논쟁이 아닙니다.

    논쟁이 이상하게 흘러간 것은 "동지"들의 laron님에 대한 적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laron님의 답글의 무성의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오독"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읽었기 때문에 오독이라는 설명도 없으면서, 일단 무조건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몰고 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논쟁을 몇번을 더 겪게 되더라도 한쪽 편이 불편했던 것들을 먼저 쏟아내는 형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적의가 문제가 아니라, 논쟁의 주제가 그러하기 때문인 것이죠.

    • stickly 2010/08/10 16:44 고유주소 고치기

      감사합니다. 진지하며 또한 통찰이 깃든 댓글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이견에 대해서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1. 포르노블의 "구상"만을 통한 성적대상화의 성립여부에 대한 견해

      ScanPlease님은 존재하지 않는 포르노블이 구상만으로도 "여성을 일방적으로 성적대상화 시키는 대부분의 포르노"와 다른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또 똑같다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판별기준 또한 요원합니다. laron님이 구상한다는 포르노블 자체, 그리고 그 전에 포르노블에 대해서 구상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허구 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것에 대한 불편함과 근심을 가지고, 또한 그것을 근거로 위험성을 비판하거나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고한 판단은 오히려 위험해 보입니다. ScanPlease님은 "성적묘사 = 성적대상화" 라는 논리를 보이고 계신데 혹시 성적묘사 자체를 부정하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그렇다면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가기는 부담스럽습니다.


      2. 라브님의 초기대응 문제.

      확실히 laron님의 글은 문제의 여지가 많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물론 사견이지마는 저는 laron님의 글이 성적대상화 문제나 반여성적 경향과 정확하게 부합한다고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좀 커다란 문제도 있고 논쟁의 여지도 존재하지요. 하지만 라브님은 그것에 대해 laron님과의 정상적인 논쟁이나 논증 이전에 포르노라는 매개에만 의존해서 "반여성적"글이라는 확고한 자리매김을 해주셨습니다. 예방이 목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브님의 초기대응이라는 게시물의 효과는 전혀 예방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지목에 가깝겠지요.


      3. 논쟁의 방향성과 방식의 문제.

      이것에 관해 ScanPlease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 동의하는 바 입니다마는 제가 위의 저의 보잘것 없는 포스팅에 주로 담고 싶었던 것은 최초의 글이 가지는 문제 입니다. 최초에 보다 정확한, 그리고 덜 감정적인 문제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laron님 역시 문제가 있는 대응들, 문제가 있는 표현들이 오히려 유발된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당황하고 흥분을 하면 더욱 그렇게 되는 법이니까요. 보시다시피 논쟁을 진행하는 댓글들은 정작 문제가 된 글에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laron님도 라브님도 다른 방식이었다면 논쟁이 좀 더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지하조직 2010/08/13 04:13 고유주소 고치기

      Stickly/성적 묘사는 성적 대상화가 아니라고요? 전혀 상관없는 여자를 끌어들여다가 그렇게 성적으로 묘사하는데 성적 대상화가 아니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이 내 몸을 보더니 '거 참 탱탱하네'라고 말하는게 나를 성적으로 대상화시킨게 아니라고 말하는 겁니까 지금? Scan님의 말을 그렇게 단순화 시키지 마시구요. 왜 라론이 김윤옥을 끌어들여서 그렇게 성적으로 묘사했냐를 보셔야지요~

  2. 아주짧은 2010/08/10 16:5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 글에서 몇 개 단어만 씁니다. "달라진 부인의 탄력" 이것이 단순히 '성적 묘사'입니까?

    • stickly 2010/08/10 17:24 고유주소 고치기

      그 글에서 몇 개 단어만 찾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다른 건 없습니까?
      저 역시 laron님의 글이 문제가 없다고 한 바는 없습니다만.
      역으로 표본으로 제시하시는, "달라진 부인의 탄력"으로 라는 표현같은 것들을 사례로 laron님과 논쟁을 진행하셨으면 차라리 나았을 법 한데요.

  3. 라브♡ 2010/08/10 17: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흥미롭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게 부럽네요. 저는 처음부터 계속 피가 마릅니다.
    (감정만 쓰는 건 스캔플리즈님이 덧글을 잘 달아주셨으니까요)
    그리고 포르노에 대한 제 입장은...최소한 이 상황에서는 입장이 없는 게 여전한 입장입니다. 사적인 혐오감을 어디서 끌어내셨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 stickly 2010/08/10 19:04 고유주소 고치기

      반갑습니다. 라브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우선 "흥미롭다"라는 저의 말은 주제에 대한 단순한 가벼운 감정이 아닌 성적 주제나 운동의 차원을 떠난 "논쟁의 양상"에 대한 제 입장 입니다. 부디 불쾌하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사 실 제가 라브님의 대응에 대해 사적인 혐오감이라고 이야기 한 것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그렇게 주장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제기하신 라브님이 실제로 문제를 불러 일으킨 글에 대해 명확한 근거들이 미비했기 때문-또한 다시 한 번 밝히지만 그렇다고 laron님의 글이 문제가 없는 글이 아닙니다-입니다. ScanPlease님의 표현을 빌자면 라브님의 초기대응의 글에서 저는 충분한 이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여파는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남성이기 때문이라 그런가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브님의 문제제기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오히려 동의하는 쪽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초기대응에서 문제제기의 방법이나 내용이 그리 합당하거나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논의가 진행되면서는 오히려 최초의 문제들은 사라지고 응답과 응답의 태도의 문제로 천착되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논쟁의 시작을 제공한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평가되는 부분이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이 런 총체적 상황들에서, 더욱이 최초의 문제제기를 하신 라브님의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는 라브님의 문제제기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좀 어려웠습니다. 감정은 전달 되었지만 이해없이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사적인 혐오"란 표현은 라브님으로부터 전달된 감정만 나타낸 것입니다. 라브님의 설명이 덧 붙여 진다면, 그 표현은 정녕 저의 오판과 오만이 될 것입니다. 저도 저의 표현이 오판과 오만이었기를 바랍니다.

  4. 2010/08/10 19: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우선 ScanPlease님의 댓글에 다신 댓글에 대해 생각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1. "성적묘사=성적대상화"가 아니라면, 먼저 laron님 글의 성적묘사가 성적대상화였다는 비판들에 대해 정확하게 반론해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stickly의 제기는 그동안 laron님의 글이 성폭력이었다고 얘기해온 근거를 부정해버린 것이니까요.

    2. '예방'이 단지 그 글 하나만 읽지 못하게 하면 '예방'인지요?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은 성폭력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라브님의 제기는 구조에 대한 제기였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 글 하나를 읽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예방'했다면, 오히려 요즘 매일같이 포털메인을 장식하는 성폭력 범죄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저 인간말종들을 잡아 죽여라, 그럼 성폭력은 없어지리라-이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진다고 생각합니다.

    3. 그런 아쉬움은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 역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질 책임은 결코 아닙니다. 누가 가장 먼저 잘못했나를 따질 수 있나요? 이런 식으로 따져들어가자면, 문제제기할 구실을 제공한 사람 때문에 아쉬움 남는 논쟁이 만들어 진 것 아닌가요? 더 따져보자면 왜 누군가는 불편할 글을 쓰고, 누군가는 불편함을 겪도록 주체화 되었는지도 있겠네요. 아니면 애초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인간으로 누가 태어나게 했는지? ...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기원을 찾아 접근하는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특정한 사건이나 개인에게로 치환하는 것이기에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그 고리에서 중간 부분만 딱 끊어 라브님을 지목하는 것은 객관을 가장한 매우 정치적인 발화로 보이네요.) 성폭력을 사인 사이의 폭력이 아닌 구조적 폭력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stickly님은 왜 공적인 말하기 방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남성의 언어로 배당되어 있는 공적인 말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요. 남성에게 기울어진 성별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남성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말해진 이야기 자체가 묻히는 것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전 stickly님이 말한 바가 목소리를 빼앗긴 여성들에게 왜 말을 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걸로 느껴집니다. 약소자의 발화에 대해서는 들리지 않는다고 타박하기 전에 들으려고 노력했는지를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문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번역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번역의 노력을 누군가만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면 문제 아닙니까?

    • stickly 2010/08/10 19:58 고유주소 고치기

      고견에 제 이해가 보다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덧 붙이겠습니다.


      1. 에 관해.
      "성적묘사=성적대상화"가 되어버리면 모든 성적, 성애묘사가 성적대상화가 되고 그것이 성적대상화이기 때문에 부정하게 되면 논의는 말 그대로 이 논쟁에서 잘못 사용되었던 표현의 자유와 결부 될 것입니다. 따라서 laron님의 포르노블에 대한 발상, 그리고 그것이 언급되는 것 자체로는 성적대상화 담론을 통한 비판의 효과는 무효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재차 밝히다 시피 이것을 구체화 시켜 주는 것은 김윤옥, 이명박에 대한 실명거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비판은 제기 되지 않았던 듯 합니다.

      2. 그리고 3. 에 관해
      이 두 가지 부분은 연결되어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위에 라브님에 대한 댓글에도 쓴 것이지마는 논쟁에 대한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최초의 문제에 대한 실종에 대한 문제제기 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라브님의 문제제기 형식을 넘길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저의 책임이며 또한 유감입니다. 발화양식의 성차와 구조문제는 제가 견지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일견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라브님의 초기대응은 양식과 구조의 문제라기 보다 행위의 문제라고 보입니다. 구조적 문제로 돌리기에는 너무 문제가 훤원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만..

      무어라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태풍이 거의 다 도착한 듯 싶네요. 비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5. 푸우 2010/08/10 19: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laron님이 그런 글을 쓰게 된 경위나 의도에 대해서는 꽤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신 것 같은데 라브님이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경위와 그 '지지자'들이 글을 쓰게 된 경위나 감정(감정은 로고스중심주의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요?) 등에 대해서도 같은 정도의 노력을 쏟으셨나요? 젠더 논쟁에 있어서 어떤 글이 너무 감정적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은 남성-여성 사이에 현재하는 권력관계에 대한 외면은 아닌지요.

    만약 같은 정도의 노력을 쏟았는데도 라브님의 글이 올라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만 납득이 잘 안 간다면, 그것은 과연 라브님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말하기에 대한 거부반응일까요?

    쓰다보니 알았는데 위에 청님이 제기한 문제와 거의 유사해져버렸군요..

    • stickly 2010/08/10 20:18 고유주소 고치기

      반갑습니다.

      푸우 님으로 부터의 두 개의 물음이 있습니다.

      첫 질문은 제 생각을 발언하기 위한 준비와 전제에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 만으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위에 라브님의 댓글에 대한 대답에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심정적으로 납득하지만 이해와 섣부른 동의를 가져오지 못했으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성으로서의 말하기가 혹은 표출이 일반적으로 라브님의 문제제기 방식의 형태입니까? 라고 반문하고 싶은데 이것은 또 청님의 댓글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6. so 2010/08/10 20:2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라온에 이은 라브 죽이기 포스팅인가요 ㅎㅎ 제자리걸음 참 열심히 하는 군요.

    • stickly 2010/08/11 14:55 고유주소 고치기

      천박한 안목이군요. ㅎㅎ

    • so 2010/08/13 05:04 고유주소 고치기

      역시 치졸하군요 ㅎ

    • stickly 2010/08/13 13:19 고유주소 고치기

      서운하다고 느끼셨다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을 라브님 죽이기로 평가하시고 이 논의 자체를 제자리 걸음이라 여기시면서 다른 반응을 기대하시는 것은 무리가 아닐런지요.

  7. ScanPlease 2010/08/12 01:5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일반적으로 '성적묘사=성적대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표현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성적묘사와 성적대상화, 그리고 실명거론, 이 세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서로 다른 담론인 듯이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적대상화의 경우도 대부분 정황증거를 가지고 설명하게 되며, 그 정황증거의 일부가 성적묘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성기를 언급하거나, 성행위 동작을 언급해야만 성적묘사라고 할 수는 없죠. laron님의 글에는 이미 충분한 성적묘사가 있습니다. 하나하나 거론하기는 기분나빠서 싫군요.

    stickly님께서 실명거론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지만, 그 역시 실명거론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실명거론이 없었으면 괜찮았을 거라는 논지라면, 사실 무의미한 이야기입니다. 현상으로 일어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니까요. 포르노에서 성적대상화를 진행시키는 간단한 방법 중에 하나는 남성과 여성을 대우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남성의 얼굴은 다 가리면서 여성의 얼굴은 보여주는 방법도 있고, 카메라가 남성의 몸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서 여성의 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지요. 실명거론 역시 그와 같은 차별의 작업이 된 것이죠.

    모든 성적묘사가 성적대상화가 되지는 않지만, 또 어떤 성적묘사는 성적대상화가 되기도 하지요. 그 차이는 앞에서 언급한 차별적인 조건에 있습니다. 여기서 stickly님은 차별적인 조건을 만들었던 핵심고리인 실명거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셨는데, 여기까지는 매우 타당하고 또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차별적인 조건이 존재하는 한 그에 기반한 성적묘사는 모두 성적대상화의 과정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최소한 laron님의 글에서는 처음부터 차별적인 조건을 염두에 두고, 성적묘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이것을 '성적묘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laron님이 글을 쓴 의도를 밝히셨듯이 성적묘사가 목적이 아니라, 김윤옥이나 이명박을 끌어내리는 게 목적이었을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laron님의 최초의 글 내에서의 성적묘사를 성적대상화와 등치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8. stickly 2010/08/13 03: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셨는지요. 진지한 반론에 감사드립니다.

    성적묘사와 성적대상화에 관해.
    확실히 ScanPlease님은 "성적묘사=성적대상화"라고 말씀 하신 사실이 없습니다. 그것은 ScanPlease님의 논지상, 제가 판단하여 오히려 ScanPlease님의 생각을 물어본 것 입니다. ScanPlease님은 제 글에 대한 첫번째 댓글에서 laron님의 글과 일방적으로 여성이 성적대상화 되는 포르노들을 동일시 하셨는데 제 입장은 그 두 가지 대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 입니다. 이유는 laron님의 글이 포르노가 아닌 "포르노블에 대한 발상"이고, 실재로도 포르노처럼 씌여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ScanPlease님의 말씀대로 "성적묘사=성적대상화"라는 등식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laron님의 글은 영원히 포르노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묘사나 성적대상화의 양상 및 수준이 포르노와 다르게 됩니다. 즉 laron님이 발설하신 글로는 "판별기준" 자체가 부족합니다. laron님의 포르노블에 대한 발상은 포르노블이 아니며 따라서 어떠한 성적묘사를 띨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laron님에 의해 작성된 글,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대상화가 청와대 출입기자와 이명박에게도 동시에 "균등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성적대상화를 비판의 틀로 삼으려면 "여성"에 한정시킬 수 없게 됩니다. 아마도 laron님의 글에서 아주 가시적인 문제를 가지는 표현은 도입부의 "김윤옥과 관련된 하드코어 언더그라운드 포르노블을 생각하며"와 위의 "아주짧은"님이 언급하신 "달라진 부인의 탄력" 정도로 보입니다. 이와 같이 가시적인 표현이 적인 탓인지, 그것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논쟁양상에서 큰 비중을 가지지 못한 듯 보입니다. 제가 판단하기로 그렇기 때문에 또한 다른 분들도 정확한 비판이 제기되기 어려웠던 듯 합니다.

    실명거론과 성적대상화의 연결문제
    아무래도 문제 글이 논쟁의 여부를 떠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명거론으로 직접적인 피해자를 발생시킨다는 사실 일 것입니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김윤옥과 이명박이고 나머지 실명의 등장인물도 그 범주에 포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뭐.. 그 두 분 얘기고(타자화 -_-?) 이 사실과 별개로, 제가 실명거론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그 간 진행되었던 전체 논쟁을 두고 보았을 때, 실명거론은 중요한 "특정한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미지들의 구체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laron님의 글 자체에 대한 논쟁이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그 여부가 불분명한 성적묘사 혹은 성적대상화가 포르노와 김윤옥, 이명박 등의 실재하는 현상과 지칭들을 통해 구체화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실명거론은 "차별적인 조건을 만들었던 핵심고리"가 아니라 "문제의 글을 한결 더 문제가 있도록 구체화 시킨 핵심고리" 입니다.
    덧붙여 "차별적인 조건이 존재하는 한 그에 기반한 성적묘사는 모두 성적대상화의 과정"이라고 하는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선 위와 같은 전제로는 사실여부 이전에 단정이 됩니다. 우리는 대체로 차별적인 조건과 구조들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적묘사가 일방적인 성적대상화과정을 수반한다고 예측하거나 걱정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정"이 되면 또 하나의 폭력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해야 될 것입니다. 연결해서 두 번째, 순환오류가 있습니다. 차별적인 조건 하에 성적묘사는 모두 성적대상화의 과정이고, 이러한 성적대상화는 문화적 관념적 측면에서 차별적인 조건을 견고하게 고착시키거나 악화 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더 차별적인 조건은 성적대상화를 더 강화 합니다. 이러한 전제로는 지금의 사회 내에서순수한 성적묘사 자체가 혹은 성적대상화를 최대한 배제하는 성적묘사 자체가 요원해 지는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9. 지하조직 2010/08/13 04: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제기하려던 것은 다른 분들이 다 얘기 해주셔서 넘어가고... 오히려 라론 글의 문제점을 먼저 서술한 다음에 라브의 문제제기 방식이 뭐가 문제였는지를 적었다면, 적어도 정치적으로 라론을 옹호하기 위함이라는 비판 (정말 그런 의도가 없었기를..)을 듣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라론 글에 대해서는 실명거론만을 문제제기하시니....stickly님의 글은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하네요...

    • stickly 2010/08/13 11:11 고유주소 고치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하조직님의 물음은 어찌보면 이 논쟁과 저에 관해서 제일 중요한 물음을 담고 있는 듯 보여 짧은 물음이지만 무거움을 느낍니다.

      라브님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해.
      우선 저는 최초의 라브님의 "불쾌함"밖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제기에 해당하는 글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딱히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라브님의 두 번째 포스팅도 마찬가지로 불쾌함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라브님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푸우"님과 "청"님의 댓글을 통해 제 입장이 보류되었기 때문입니다. 푸우님과 청님은 제가 견지 하지 못한 부분을 개진해 주셨고 저는 그것에 대해 더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옹호와 비판, 정치적인 것.
      제가 포스팅을 쓰고, 논쟁을 진행하면서 사실은 가장 두려웠던 부분 입니다. 논쟁 양상 자체를 비판 했을때, 읽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논쟁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저의 개입 자체가 laron님에 대한 정치적 옹호로 읽힐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고, 포스팅을 통해 논쟁을 조금이라도 되짚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고민들을 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의도들은 여러 고마운 분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 졌다고 보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와의 대화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은 차분하게 정말 적극적이고 진지한 입장들을 전해 주셨습니다. 아마 제가 일방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laron님을 옹호하기 위해서 포스팅하고, 논쟁에 참여했다면 상황은 이렇게 긍정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의 유일한 문제제기
      제가 실명거론을 언급한 것은 위에 ScanPlease님과 이야기를 나눈 것 처럼 그것이 논쟁에 중요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입니다. 즉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 있을 때, 그 여지에 대한 논의 없이 문제 자체가 이미 동의되어 버리는 양상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 효과를 가져온 기제를 찾으려 한 것입니다. laron님의 글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문제가 정확히 지적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laron님도 이해를 하고, 또한 보다 실망스럽지 않은 인정을 하고 모두 만족할 만한 마무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논쟁에는 결정적으로 그것 자체가 부족했다고 느낍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이제 와서 남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확인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 지하조직 2010/08/13 14:04 고유주소 고치기

      님이 쓰신 글을 다시 잘 읽어보세요. 님은 라론님의 글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면죄부를 주면서 라브님의 대응에 관해서는 '불괘함'밖에 없었다고 단정해버립니다. 님의 의도대로 지금의 논쟁(?이 문제가 있으므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으므로 이 글을 쓰셨다면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오히려 그것을 의도 했다면 우리는 라론의 이러한 부분, 언급에 이렇게 문제제기를 해야한다라고 주장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 stickly 2010/08/18 00:28 고유주소 고치기

      지하조직님. 안녕하셨는지요. 사정상 오랫만에 접속해서 뒤늦은 리플을 남깁니다.

      지하조직님이 말씀하시는대로 제가 laron님에 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라는 것은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아 논쟁 구도상 그렇게 보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유감입니다. 하지만 저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최초의 포스팅에서도, 그리고 댓글을 통한 진지한 대화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 논쟁에서 저의 개입이 부디 누구를 지지하거나 두둔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사실 여성주의에 관한 담론들에 지식과 이해가 일천한 학생입니다. 따라서 "여성으로서 말하기" 등의 개념은 참으로 생소한 것이 사실 입니다--그것에 대해 댓글로 지적해주신 청님께 감사드립니다--그래서 지금은 그것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라브님의 문제제기가 여성으로서의 말하기 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화의 양상으로 향하려면 다른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하조직님이 말하시는 것 처럼 제가 느끼는 문제들을 늘어 놓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이 논쟁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느끼는 문제이며, 추측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는 문제제기를--논쟁이 벌어지고 난 후에서야 문제의 글을 보았습니다만--한 사람이 아니며 최초의 그 논쟁에 참여하지도, 문제제기를 지지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글에 대한 평가와 재정리된 문제제기는 최초의 문제제기를 하신 라브님이나 라브님을 지지하셨던 다른 분들이 해 주시는게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10. 푸우 2010/08/13 09:5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제와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stickly님께서 대화의 전제조건인 응답, 그것도 성의있는 응답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성적 묘사와 성적 대상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선 본문을 보면("이 줄거리에는 섹스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성적 묘사는 없다."), stickly님은 laron님의 글에 아예 성적 묘사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댓글을 보면("laron님의 글은 영원히 포르노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묘사나 성적대상화의 양상 및 수준이 포르노와 다르게 됩니다.") laron님의 글에서 성적 묘사가 발견될 여지가 있다는 듯한 표현이 발견됩니다. laron님의 글과 포르노에서 성적 묘사 등의 양상 및 수준이 다르다고 했지, 성적 묘사 등의 등장 여부가 다르다고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입장의 후퇴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설령 그것이 입장의 후퇴가 아니더라도 stickly님은 '성적 묘사=성적 대상화'라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십니다. 이 발언은 포르노가 아닌 성애적 표현들을 염두에 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stickly님의 글을 읽어보면 왜 '성적 묘사=성적 대상화'가 아닌지에 대한 논거나 논증은 없습니다. 단지 '성적 묘사=성적 대상화'라는 등식을 인정할 경우의 어떤 파급효를 우려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문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떤 객체에 대한 성적 묘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객체가 성적 대상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성적 묘사'라는 용법에는 생략된 구문들이 있는데, '성적 묘사'란 '어떤 대상에 대한 성적 묘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어떤 대상'이 성적 묘사의 순간에서 '성적 대상화'된다는 것이 그 당연한 귀결입니다. 예컨대 개구리를 '과학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과학적 묘사(이 경우에는 '과학적 설명')'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성적 대상화가 반드시 성적 묘사의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성적 묘사는 성적 대상화가 맞기 때문에 '성적 묘사<성적 대상화'의 등식이 성립합니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 묘사가 성적 대상화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성적 대상화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즉 성적 대상화는 계속 지속되어야 하며, 그것에 제한을 가하거나 그것을 금지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지나치게 길어질 염려가 있어서 제 글에 대한 링크(http://blog.jinbo.net/kimpoo88/?pid=15)로 대신합니다.

  11. ScanPlease 2010/08/13 09:5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stickly님, "낮선 눈빛교환", "뜨거운 침묵", "화려하면서도 똥튀기는" 등등의 표현들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저는 분명히 "발상만으로도 완성본과 같은 수준의 비판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말씀드렸는데, 이 주장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반박도 없이 또 발상만 있으므로 포르노블은 아니라고 하시는군요. 완성본이 아닌 창작물에 대하여, 완성본과 같은 수준의 비판을 할 수 없다면, 아직 완성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면죄부같은 역할을 하게 되겠죠.

    stickly님 말씀대로 laron님의 글은 앞으로 구체화된다면 어떤 성적묘사를 추가하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의 일을 고려할 의도는 없습니다. laron님의 말씀대로 앞으로 이것을 구체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laron님이 써놓은 것만으로도 이미 성적대상화는 진행되었다고 보고 있지요.

    "차별적인 조건이 존재하는 한 그에 기반한 성적묘사는 모두 성적대상화의 과정" 이라는 말에 대하여, "사실여부 이전에 단정"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 말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떤 창작물에 대하여 차별적인 조건을 판단하는 과정이 '단정'이라고 말할만큼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텐데요. 선험적으로 차별적인 조건을 판단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번 laron님의 글을 보면서도 그 글에서 차별적인 조건을 판단하는 데에도 그 글의 몇개의 단어들만 보면 알 수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저는 그 글을 다 읽기 전까지는 차별적인 조건을 알 수 없었거든요.

    두번째, 제가 주장한 것은 순환이 되는 논리는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 순환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오류라고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요. 연역법에서의 논증과정에서 순환논리는 매우 중대한 오류가 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 이것을 짚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지금 이 경우에 해당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stickly님께서 지금 설명하신 순환오류라는 것은 그냥 '악순환'의 구조를 설명하신 것으로만 보이는데요. 악순환에 해당하는 주장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순환오류라고 한다면, 앞으로 누군가가 어떤 사회현상에 대하여 순환의 구조를 설명하면 그것은 모두 순환오류가 되는 셈이지요. 이건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전제내에서는 성적대상화를 최대한 배제하는 성적묘사 자체가 요원해지는 건 아니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이 의견에 대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차별'과 '차이'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차이'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차별'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차이를 생산해내는 것이죠. stickly님께서 "차별이 없는 성적묘사는 어렵다."라고 생각하셔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면, 저는 '차이'가 없는 성적묘사는 어려워도, '차별'이 없는 성적묘사는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 성적대상화를 배제하는 성적묘사 자체가 요원해진다면, 그것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대상화가 되어서 사람들이 짜증내게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성적묘사를 꼭 해야할 만한 필요성을, 저는 도저히 모르겠거든요.

    덧) 푸우님의 글을 이제야 읽었는데, 성적대상화의 개념에 대한 비판을 인정합니다. 일단 이 덧글까지는 그냥 이렇게 쓰고, 다음부터는 좀 더 엄밀하게 써보죠. (엄밀한 개념도 자꾸 써봐야 익숙해진다고 생각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