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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봇짐장수 '그누텔라'

힘센 봇짐장수 '그누텔라' [한겨레]2001-06-09 05판 12면 128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서로 연결된 모든 컴퓨터는 동등해야 한다.'인터넷의 처음 마음은 이랬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등의 전자공간에 몰려들면서 사뭇 양상이 달라졌다. 정보를 요구하는 쪽과 제공하는 쪽이 클라이언트와 서버라는 이름으로 확연히 구분되고, 정보가 흐르는 범위도 온갖 성벽과 대문으로 출입이 봉쇄됐다. 성 안에는 각종 돈되는 정보를 가공하는 장사치들이 늘어나면서 '신경제'란 커다란 시장도 형성됐다. 일단 성을 벗어나 대량복제된 정보는 갖가지 저작권의 패찰을 달고 행세하기 시작했다. 위계.독점.집중의 시장윤리가 이곳에도 어김없이 들어섰다. 시장에 골칫덩이가 나타났다. 하릴없이 산천을 떠돌면서 정보를 사고파는 봇짐장수들이 여기저기서 출현했다. 지난해 등장한 '그누텔라'도 그중 하나다. 냅스터와 달리 그누텔라는 중앙의 서버를 거치지 않으면서 사람들 간의 평등한 네트워크를 구현한다. 서버가 클라이언트와 구분되면 서버는 돈벌이용 개찰구로 군림한다. 이에 반해 그누텔라란 봇짐장수가 나타나면서 서버와 클라이언트는 하나가 된다. 봇짐장수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넘나들면서 정보를 팔거나 전하면서 사람들 간의 직접적 네트워크를 짜도록 돕는다. 밥 한술 대접에 선뜻 정보를 거저 내주기도 하면서, 멀리 떨어진 이들끼리 서로 필요한 정보의 교환을 주선한다. 발로 품을 팔며 사람들을 묶어줬던 봇짐장수의 구실은 시장의 위계를 무너뜨리는 일대일(P2P) 정보공유 체계인 그누텔라에 그대로 유지된다. 저스틴 프랭클과 톰 페퍼가 단 2주 만에 개발한 그누텔라가 이제는 정보공유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수천명이던 사용 인구가 현재 4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들 간에 200만개 정도의 음악.영화.문서 파일들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 속도대로라면 '냅스터 열풍'은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비슷한 기능의 '프리넷'보다 훨씬 유연하고 조작이 쉽다. 봇짐장수는 거래 기록을 남기는 법이 없다. 그저 머리에 기억된 길과 이름들뿐이다. 그가 만드는 네트워크 또한 내닫는 발길에 의지한다. 그누텔라에서 교환되는 정보와 사람은 철저히 익명이다. 누군가 흐르는 정보를 강제로 감시하려 한다면 봇짐장수의 길을 꿰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인터넷 전체를 통째로 가로막을 때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저작권 위반 혐의로 옭아매기도 힘들게 됐다. 지난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누텔라가 새로운 웹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이 신문은 제2.제3의 그누텔라의 등장과 정보 검색기술의 진전이 닷컴 시장모델을 밑에서부터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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