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노동자 투쟁을 통해 본 적과 보라의 쟁점들

하도 오랜만에 블로그에 왔더니 비밀번호도 까먹었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노동자 투쟁을 통해 본 적과 보라의 쟁점들

 

이 토론회에 다녀왔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주최한.

그 날 해야할 일을 다 못끝낸 상태에서 가는지라... 너무 무리해서 가겠다고 맘 먹은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가길 참 정말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자리였다.

 

 들었던 생각을 그냥 적어보면...

 

 

-정규직 노동조합은 임단협, 노사협의회, 산안위 같은 87년 이후 안착화된 제도적 장치들에 자기 업무를 한정하고 있는 듯 하다. 일부러 한정한다기 보다는 그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니까 가진 인력으로 그 일만 겨우 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사업장의 담벼락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사업장 내부의 의제라 하더라도 사측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풀릴 수 있는 문제로 한정되어 제기된다.

 

-학자금 지원 액수를 늘리는 단협을 체결하기 위한 투쟁을 한다고 해서 그 노동조합 운동이 지금의 교육시스템 문제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당연히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적어도 반값등록금 투쟁에 대한 지지성명이라도 냈어야 한다. 집회라도 한 번 나와야 한다. 그런데 아니다.

 

-그러다보니 희망버스 같은데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자기 회사에 노동조합 있는데 노조랑 같이 안 오고 따로 왔다고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산별노조라지만 실제로 같은 산별 안에 있는 투쟁사업장에 연대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면 기업의 벽을 넘어서는 연대투쟁이라는 기조의 의미가 무색하다. 노동자대회 부문별 사전결의대회를 같이 하면 같은 산별인 상황인 것 같다.

 

-노동조합 운동이 성장함에 따라 이런 조합 시스템에 갇히는 것이 필연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운동 전반이 완전히 탈바꿈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 하지만, 다른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지만 의미있는 흐름.

 

-노동조합 상근활동가들이 자기 조합 업무를 끝내고 다른 사회적 실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기 위해서는 일단 야근이 사라져야 하는 것 같애....  행정업무도 줄이고.... 아니면 집회 갈 거니깐 이 시간에 일 시키지 말라고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거나. 이런 곳이 있을까. 자기 사업장 관련 업무 다 안 끝냈는데 연대가겠다고 일 빼달라면 그렇게 하라고 할 곳이.

 

-노동조합 일정으로 지침이 내려와도 회의시간에 "여기 누가 갈까요"라고 얘기 꺼내기라도 되면 다행인 상황인 것 같다. 그냥 문서로 나가면 조직 절대 안 된다. 전화 돌리고 몇명 무조건 오라고 하고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이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농성장에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공감'을 한 명이라도 더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게 필요할 것 같은데.  일단 친한 사람들한테 분홍색 책자를 쥐어주며 집회 꼭 같이 가자고 하는 식으로 한 명이라도 같이 가려고 한다. 한명만이라도! 그런데 정작 나는 갈 수 있을까. 일정이 안 터지길 바랄 뿐.

 

-성폭력 등 성별권력에 관한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그것이 사측의 권력으로 작용했을 때다. 다시 말해 구사대나 공권력이 성폭력의 위협 등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때.  이는 모든 문제가 노동조합의 단결을 해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의제의 무게가 달리 계산된다는 뜻이다.

 

-권력이 '무언가를 하게끔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할 때, 계급권력만이 권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경우 1)성폭력은 계급권력의 철폐가 전제되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 2)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노동자 단결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과 2)가 합쳐져야 한다. 1)을 주장하면서도 반성폭력 운동이 필요하고 오히려 그 운동이 자본주의의 총체적 인식과 변혁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적어도 성폭력이 노동자의 단결을 해치고 있으므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운동 내부에서 제기가 이루어질 때 그것이 노동권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했던 것 같다. 노동권의 문제로 전환될 경우 다시 단결해서 잘 싸워보자는 실천적 결론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노동권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떼어내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향은 남성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보통 대책위 등의 활동을 통해 실천이 이어질 경우 이에 참여할 수 있는 남성활동가는 실제로 그리 많지 않았다. 성폭력 가해자였거나, 평소에 반성폭력 운동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던가, 말은 안했지만 반성폭력 운동이 여전히 자기 운동의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다 빼면 남질 않았다. 

 

-이제는 대개의 조직에서 성폭력에 대한 대응이 매뉴얼로 짜여져 더 숨통이 막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성폭력을 의제화 해내는 방향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건 기업이나 노조나 다를 바 없다. 어떤 기업에서는 어떤 말이 성희롱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웃었는지 여부를 따진다고 한다. 웃었으면 성희롱이 아니고 안 웃었으면 성희롱이다. 노동조합이 대처하는 방법과 뭐 다를 바 있나.

 

-물론 이에 대한 역편향으로 다시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가해자에 개인에 대한 실천을 완전히 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성폭력 운동을 주도하던 곳에서. 크게 얘기가 안 됐지만. 당시에 그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이 투쟁이 노동권을 위협하는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자운동이 이를 타파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어떤 맥락인지 이해가 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협소한 노동권 개념을 실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도록 풍부하게 만들고, 실제로 성별권력이 어떻게 노동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지에 대해 밝히고 투쟁해야 하는 것 같다.   

 

-민주노총이 '4인가족의 가장인 남성 금속노동자'로 상징되는 것은 여전하다.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민주노총이 4인가족의 가장인 남성 금속노동자의 조직이니까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민주노총이 그렇게 상징되는 것에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민주노총엔   '4인가족의 가장인 남성 금속노동자'  말고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으며 자기들 임금 올리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노동조합 말고 현장에서 진짜 노동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도 많다. 사회적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투쟁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언니의 대리인이 되기 위해 성폭력 피해자로 그렇게 힘들게 투쟁했었나보다"라고 말하는  권수정 동지의 목소리가 요즘도 계속 떠올라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내가 하고 있는게 너무 없어서 더 그렇다.

 

-아 뭐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써댔더니 글이 어쩌구 ..... 라고 쓰려다가 이거 뭐 블로그에 논문 쓸 것도 아니고.

 

그냥 씻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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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4 22:45 2011/11/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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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네요. 웃었으면 성희롱이 아니고 안웃었으면 성희롱이에요? 근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성노동은 어떻게 보는지 혹시 아세요? 글을 읽으니까 이 그룹이 성노동은 성별권력의 문제로 보는지 아니면 노동권의 문제로 보는지 아니면 낙태처럼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의 문제로 보는지 이슈마다 얘기가 다 달라서 혼란스럽네요.

    • 현장마다 얘기들어보면 이보다더 더 웃기는(웃을 수 없는) 사례들이 많겠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 있는 분들이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블로그가 있으니 그곳에 가서 물어보심이 어떨까요~

    • 블로그에 가봤는데 광고만 주로 해서 묻기가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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