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총을 쏴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맞으면 죽는 진짜 총.

학교에서 학생 몇십명을 데리고 수련회를 갔는데 그 장소가 바로 군 부대였던 거다. 서울 보다는 북쪽에 있는 육군 부대였다. 우리는 제식을 배우고 유격 훈련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격도 했다. K-1 세 발을 쐈다.

당시에는 학생이니까 간단하게 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겪어보니 다른 게 하나도 없었다. 우린 그냥 육군 훈련소...코스를 며칠간 그대로 겪은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당시에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파수꾼과 돼지의 왕에 나오는 그런 남고에서 내 위치에 적절한 살아남는 법을 배워서 살아가는 남고생이었다. 그 나이에 총 쏴본다는 건 그냥 신기한 경험이었을 뿐이다.

군사주의는 이미 군대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조직 운영원리이자 보편적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걸 군대에 들어가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부루마불 하면서 돈 계산 한참 했는데, 교과서로 덧셈 뺄셈을 배우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해야할까. 뭘 해야할까.

http://www.hani.co.kr/arti/opinion/dica/5400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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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10:38 2012/08/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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