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킨제이 성교육
'킨제이 성교육'을 대학사회 성평등 문제에 대한 정책으로 제시하는 집단이 있었다. 성폭력 등 무수히 많은 쟁점이 있었음에도 킨제이 이외에 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으니 아마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에게 있어 성평등의 문제는 성적보수주의의 문제였던 것이다.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고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순간 폭력은 더이상 폭력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웃통 벗고 운동하는 남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웃통 벗은 남자들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꼴보기 싫어서였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건 이 조직이나 운동장 마초들이나 매한가지였다. 남자들이 자라면서 몸에 익은, 여성들을 같은 공동체의 성원으로 여기지 않는 습성은 대놓고 여자후배 몸매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아리방, 포르노 틀어놓고 낄낄대는 과학생회실 등 어디에서나 범람하고 있었다.
나는 반성폭력 운동이 '금지의 정치'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토 나오는 상황을 어쨌든 상당부분 차단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금지와 적대로는 악순환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금지와 적대가 아닌 대안을 찾기란 우리의 공동체가 너무 공동체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