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킨제이 성교육

'킨제이 성교육'을 대학사회 성평등 문제에 대한 정책으로 제시하는 집단이 있었다. 성폭력 등 무수히 많은 쟁점이 있었음에도 킨제이 이외에 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으니 아마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에게 있어 성평등의 문제는 성적보수주의의 문제였던 것이다.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고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순간 폭력은 더이상 폭력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웃통 벗고 운동하는 남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웃통 벗은 남자들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꼴보기 싫어서였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건 이 조직이나 운동장 마초들이나 매한가지였다. 남자들이 자라면서 몸에 익은, 여성들을 같은 공동체의 성원으로 여기지 않는 습성은 대놓고 여자후배 몸매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아리방, 포르노 틀어놓고 낄낄대는 과학생회실 등 어디에서나 범람하고 있었다. 
나는 반성폭력 운동이 '금지의 정치'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토 나오는 상황을 어쨌든 상당부분 차단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금지와 적대로는 악순환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금지와 적대가 아닌 대안을 찾기란 우리의 공동체가 너무 공동체적이지 않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2013/03/14 21:09 2013/03/14 21:0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tightrope/trackback/59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