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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31
    가족에 대해서..
    양이

가족에 대해서..

'신화로서의' 가족에서 '현실 속의' 가족으로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어느 날 버스에 올라탔을 때 운전기사 뒤쪽 의자에 다음과 같은 TM티커가 붙어 있었다.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문득 그것을 보면서 나의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그려졌다. 가족을 태우고 가는 운전기사 아저씨는 그 집안의 가장(=아버지)으로 상징된다. 승객(=가족구성원)이 내리고 오를 때 보살펴주고, 버스요금을 받는(=살림을 담당하는)차장언니는 버스 자동화로 인하여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TV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로 사라져 버렸다. 버스기사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생계를 담당하며) 사람이지만 때로는 과속을 하기도, 급정거를 하기도 한다. 버스기사의 갑작스런 급정거에 놀란 한 아저씨가 용감하게 소리친다. - 아저씨 : 아저씨, 왜 이렇게 운전을 하세요? 갑자기 급정거해서 기둥에 다칠 뻔 했잖아요. - 버스기사 : 내가 급정거 하고 싶어서 그래요? 아저씨도 직접 해보세요. 보니까 다친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큰 소리 쳐요? - 아저씨 : 아니, 다치지 않으면 말도 못해?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 버스기사 : 어? 이 ○○가 어디다 대고 찍찍 반말이야? 야, 너 나이가 몇 살이야? * (드디어 기사 아저씨. 운전석에서 일어선다. 순간 버스 안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다른 승객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버스 안은 항의하는 사람, 말리는 사람들로 웅성웅성하며 소란스러워 진다. 그러나 곧 버스에 탄 승객들은 버스운전기사의 손동작 하나에 자신의 생명이 달려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황은 수습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창밖을 내다본다. 이것은 가족처럼 편안해야 할 버스 안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결코 상상하지 않으며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를 바라본다. 편안해야 할 가족을 생각하며. 타인과의 피 말리는 경쟁과 음모, 비인간적인 대우로 상처받는 현대인들은 어디선가 위로받고 싶어 한다. 자신도 가치있고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냉혹하고 살벌한 우리 사회에서 따뜻함. 친밀함과 애정이 넘쳐나는 유일한 곳은 가족이라고 이야기한다.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어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면서 일터와 가정의 상징과 역할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직장은 전쟁터로 의미도어 여기서는 '죽었다'생각하고, 쉴 때는 '집으로'가라는 것이다. 편안함과 따뜻함, 친밀한 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가족에 대한 신비화는 사회의 가치와는 대비되어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근 쏟아지는 가족에 관한 국내 영화들도 가족에 관한 신화를 내용으로 한다. 대중교통수단에서 발견되는 '가족처럼 편안히 모시겠습니다.'에서부터 시작해서 구인광고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신화는 사회 곳곳에 배어 있다. 구인광고에서 꼭 들어가야 할 구체적인 급여나 노동조건은 빠져 있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강조된다.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누구 누구씨' 라는 호칭은 어느덧 친해지면서 가족관계를 규정하는 '언니·오빠·형님'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 사회는 가족화되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가족의 생게를 책임지는 엄한 아버지로, 영부인은 가정에서 자식의 허물을 따뜻하게 감싸는 어머니로 상징된다. 알고 보면 대부분의 가족은 콩가루 집안? 가족화되어 있는 그 가족.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의 가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이 아니다. 어떤 특정한 형태와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여기는 '그 가족'은 친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는 가족이다. 그리고 살림하는 어머니와 일하는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분리되어 있다. 그 가족은 행복이 항상 묻어나는 화목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가정된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그 가족'은 내가 태어나서 성장한 현실 속의 가족이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고 사회가 정의한 가족이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직장이 마음에 와 닿을 때 우리는 지지고 볶으며 컸던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ideal)으로서의 가족을 상상하는 것이다. 나 또한 현실 속의 가족과 이상적인 가족 간 간극으로 인해 갈등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 가족은 남들에게 부러움을 많이 사는 가족이었다. 온화한 어머니와 생계부양자로서는 성실하셨던 아버지, 공부 잘해서 일류대에 척척 들어간 형제들이 있었던 우리 가족은 늘 주변에서 행복한 가족의 전형으로 이야기되었다. 주말에 엄마는 고운 한복을 입고 멋쟁이 아버지는 한껏 멋을 내시고 뒤에 자식들이 줄줄 따라가며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우리 가족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 전날 어머니와 아버지가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는 동안, 우리 형제들은 화장실에 모여서 벌벌 떨고, 아버지에게 맞은 어머니는 밤새도록 끙끙 앓았던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아버지는 주말이면 가족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는 자상한 아버지로 소문이 자자하였다. 이것은 내가 경험한 중산층의 전형적인 행복한 가족의 뒷면이다. 내가 태어나서 성장했던 가족 구성원들 모두는 각자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외적으로는 너무 행복한 가정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어느 날, 친구들과 풀밭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진실게임'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 게임의 규칙은 한 사람씩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다. 돌아가며 그 사람에게 어떠한 은밀한 질문을 하여도 그녀는 진실에 의거하여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 게임을 하며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가족과 관련하여 숨기고 싶은 비밀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이라고 규정짓는 이 사회는 불의의 사고로 일찍 어머니를 잃은 가족에게도 결손 가정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렸다. 한 친구는 어머니가 재혼을 하여 성이 다른 큰오빠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평평 울어버렸다. 분명히 형제인데 성이 다른 형제가 호적에 나란히 올라 있다는 것은 마치 자신의 어머니가 몹쓸 짓이라도 한 사람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정상 가족에서 벗어난 범주를 비정상 가족으로 분류하여 소외시켜 버리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알고 보며 콩가루 집안에서 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점점 늘어만 가는 이혼율, 한부모 가족의 증가, 결혼제도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인구의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 등으로 인하여 '비정상 가족'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일컬어 '가족해체' 또는 '가족파괴'라고 분석하며 성급히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한 현상을 분석하면서 빠짐없이 나오는 것은 현대여성들의 이기주의, 철없음, 인내심부족, 비정한 모성 등이고 전통 대가족으로의 복귀와 향수를 강조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족의 등장을 인정하는 열린 시각이 필요한 때 가족은 몇천만 년의 역사 속에서 계속 변화해 왔다. 원시농경 사회에는 개별적인 가족들이 여러 개의 집에 나누어 살기도 하고, 한 개의 씨족이 한 집에서 사는 경우도 있었다. 고려부터 조선 초기까지는 혼인 후 남자가 여자 집에 머물러 생활하기도 했고, 조선 전기까지도 여성들이 제사 및 재산 상속에 있어서 상당한 권리를 행사하였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가족이라고 이야기 되는 대가족이라는 것도 현대에 와서 각색된 것이다. 인간수명이 60, 70세를 넘어선 것이 불과 몇 십년 전인데 몇백 년 전에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장수만세' 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도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 보편적이었던 시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야기한다. 그때가 그립고 좋았을 것이라고. 없어지면 뭔가 가족에 쓸쓸하고 허전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호주제라는 것이 한국에 들어온 때는 일제시대인 1921년도인데 그것이 우리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나는 이혼율의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 또 그로 인한 한부모 가족과 독신 가족, 무자녀 부부, 재혼 가족 등을 가족해체로 보고 싶지 않다. 그 가족들은 정상적인 가족에서 벗어난 비정상 가족, 일탈가족이 아니라 충분히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다양한 가족 중의 하나인 것이다. '가족' 파괴현상이라고 이야기되는 '그 가족'은 이제 권좌에서 내려와 허울뿐인 실체를 드러내야만 한다. 진정으로 가족해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가로막는 제도와 법을 개정하고 빈손한 가족에 대한 지원대책을 수립하면서 특정 가족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진로를 막지는 않았는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만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라는 표어를 보며 버스를 탈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는,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가 편안한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가 편안하지 않으면 결코 가족은 편안할 수 없으므로. 글∥조주은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 상지대 강사 가족에 관한 읽을거리가 가득한 책 가족은 꼭 필요한 제도인가? 이 질문은 가족해체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동시대인이 던지는 질문이다. 그 만큼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과학, 인류학, 여성학 혹은 문화연구에서 가족의 중요성과 의미가 끊임없이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그와 관련 책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가족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다. 혹자는 '가족'을 생물학적, 인성적 차이에 기초한 기능적 단위로, 또는 사회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혹은 생존을 위한 경제적 단위로 파악하는 입장을 표명한다. 또한 한편에서는 인간을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어 있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 여성해방론자들은 가족이 지난 여성 억압적 성격, 나아가서는 반사회적 성격을 지적한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들은 가족의 실체가 얼마나 복잡다기한 것인가를 입증하는 증거물이다. <<서양의 가족과 성>>당대·12,000원은 로마시대에서 현대까지를 망라하여 서양 가족과 성의 발전과정을 다루고 있다. 로마시대의 혼인과 성관계, 중세 프랑스 귀족의 결혼과 성, 종교개혁이 가정과 여성에 끼친 영향, 근세 초 프랑스 가족 속의 성, 18세기 초 런던상인의 가족 등 서양의 가족과 성문제를 시·공간적 유형별 특성을 고려하면서 재구성했다. 서양가족사 연구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본 가족에 대한 연구서가 눈에 띈다.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는 근대가족과 페미니즘에 관한 연구서 <<가족의 이름으로>>또 하나의 문화·9000원를 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가족의 의미와 변화양상을 여성의 경험을 통해 읽어내고,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족들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탈피하여 좀더 개방적 사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가족은 이러해야 한다'고 주장 하면서 단일한 가족 형태만 고집한다면, 갈수록 당면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가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가족제도 아래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성들의 역할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본 가족>>한울·15,000원은 인류학, 여사학, 사회학, 심리학, 정신의학, 철학, 경제학 그리고 법학 등 다양한 분과에 속해 있는 저자들의 논문을 통해 페미니즘적 사고의 가정과 논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핵심 주제를 담고 있는데, 먼저, 가족의 부양자인 남편과 전업주부이자 어머니로 구성되는 현대 핵가족만을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가족 형태로 부추기는 '전형적인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입장. 둘째, 성별 노동분업, 이성 간의 성관계. 남성지배, 모성(motherhood)등의 주제를 포함하여 가족을 사회적 ·역사적으로 재분석하고자 하는 입장. 셋째, 모성과 사랑으로 미화되고 천국 같은 가정이라는 가족의 이미지로 신비화되어 온 가족경험이 실상은 이질적이라는 것. 넷째, 가족의 경계에 대한 의문 제기와 다섯째, 개인주의와 평등, 그리고 재정적 보살핌과 집합성 간의 이분법적 갈등을 이 책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101가지 이야기>>국일미디어·9000원는 이처럼 가족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가정생활을 좀더 수월하게 해 나가는 것을 돕는 책이다. 저자인 리처드 칼슨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Don't Sweat The Small Stuff)의 저자이자 심리학 박사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그의 해결방법은 바로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는 것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101가지 이야기는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가정생활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으로 손색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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