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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저의 집은 우이동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 방은 반 지하실 방인데요.. 올해들면서 부터 지하세계로 쫓겨났습니다.

제가 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주변에 산이 있다보니 환영치 않는 동숙자들과 같이 생활하게 됐는데요...
서울에 있는 집 답지 않게 유난히 제 방엔 곤충들이 많습니다. 돈벌레, 귀뚜라미, 거미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몇 종.... 이렇게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

사실 이들 보다 제가 방에 있는 시간이 적으니 어떻게 보면 이들이 주인이고 제가 손님인 격이 되는데요...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이유없이 곤충을 죽이는게 싫어서 여태껏 살생없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큰 거미의 경우는 잡아서 추방시키지만...

근데 여름들어 다른 종족이 들어왔는데요...
모깁니다.. 사실은 윤회가 있다면 내생엔 모기로 태어나고 싶었습니다.
포식의 순간이 젤 위험에 노출된 순간인 이들의 스릴있는 생태가 권태로움에 실달렸던 제게 동경이었다면 억지일까요..??

암튼 요새 모기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을 깨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기전 분무식 살충제를 남발하고 집에 돌아와 죽어있는 곤충들을 보면 묘한 죄책감마저 듭니다.. (그렇다고 수십마리의 곤충과 동숙하는건 아닙니다... ^^)
한편으론 번식을 위해 남의 피를 빨아야 하는 모기의 생리가 불쌍하기까지 하구요...

더러 살다보면 아니 살기위해 악역을 맡아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는 미필적 고의로 가해자가 될 경우도 있구요... 또 묵시적인 악한이 될 때도 있습니다....

모기를 죽이며.. 좀 더 세련된 악한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정치가를 욕하는 이유는 좀 더 완벽한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라는 까뮈가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아니면 악한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악해져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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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 모기 박멸법 없을까요 - 이외수

오늘 춘천은 올들어 가장 기온이 높은 날씨였다.
벌써부터 모기가 방안에 침투해서 손등이며 등판에 빨대를 꽂기 시작한다.
살충제를 뿌리거나 모기향을 피우자니 목감기가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마냥 앉아서 피를 빨리고 있자니 갈수록 짜증이 고조된다. 모기들은 왜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 먹으면서 종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진화 시켰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는 다른 곤충들을 죽이게 되면 죄책감을 느끼지만 모기를 죽일 때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설마 인간들에게 남의 피를 빨면서 사는 놈들은 맞아 죽어도 싸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그런 식으로 자신들을 진화시키지는 않았겠지. 모기가 눈에 띄는 대로 세차게 손뼉을 마주쳐 보지만 한놈도 걸려들지 않는다. 한쪽 눈이 기능을 상실하고부터 헛손질을 일삼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만 수타식 모기사냥을 포기해 버린다. 그래, 빨아 먹고 싶은 대로 빨아 먹어라. 니들도 배 부르면 자빠져 자겠지. 짜증을 가라앉히고 비디오 삼매경에나 빠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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