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황우석 시나리오

'윤리적' 문제로 섀튼과 결별했던(그에게 결별을 당했던)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연구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인 미국의 P 박사와 손을 잡고 연구를 계속한다.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MBC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만다. 혹은 그렇게 발표된다. 진실은 그 누구도 몰랐으나, 그저 대중들이 'MBC 드라마 안보기 운동'을 일사불란하게 전개하는 동안, 클럽박스에 올라오는 드라마 영상 파일의 다운로드 횟수는 단연 MBC의 것이 압도적으로 많을 뿐이었다. 연구는 수월하게, 그러나 특별한 성과 없이 계속되었고, 언론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한 번씩 별 것 아닌 자잘한 실험의 성공을 대서특필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계속해서 유지되도록 엄호한다. 사실, 대중의 관심은 '유지된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대한민국 대중들은 이제 신문의 정치란보다는 모든 일간지에 신설된 교양과학란을 본다. 대통령보다 더욱 큰 영향을 행사하는 그 인물의 자리는 종신직이었다. 문제는 P 박사가 특허와 관련해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문제였는지는 이 세상 모든 언론이 없어져야지만 명확해질 것이었으나, 어쨌든 문제는 사후적으로 일파만파 커져갔다. 황우석은 참담한 표정으로 P 박사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였고, 그 발표문의 마지막 문장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형적으로 증폭된 분노의 심지에 점화의 불꽃을 당겼다. "과학기술의 역사,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미국에 의한 이 수모를 우리 국민들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대중들 앞으로 미국의 경제적 보복 의혹에 관한 기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급기야 황우석이 청와대에 친히 왕림하시어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하며 '국력 증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후, 국방비의 비율이 국민의 분노 게이지 만큼이나 엄청나게 올라간다. '전쟁막는세상' 등에서 목숨을 걸고 성명서를 발표하였지만, 오히려 거시적 수준의 테러를 당하고 잠수한다. 양복을 입은 중년의 신사가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명동의 한 가게에 난입해 사냥용 엽총으로 7명을 살해한다. 문제는 그들이 3명의 미국인, 2명의 독일인, 1명의 캐나다인, 1명의 혼혈아(캐나다-한국)였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건을 정당화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전쟁을 치를 각오를 다진다.

 

후에 학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파시즘을 새롭게 정의하였고 역사적 사례를 추가하였으며, 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을 다행으로 여겼다. 한국은 독일이나 이탈리아만큼 유명해졌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