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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5
    오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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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8/30
    Dulce et Decorum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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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8/30
    위험한 家系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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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8/27
    오리 망아지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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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8/2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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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6/26
    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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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06/20
    어느 푸른 저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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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6/06/15
    The colo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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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06/10
    Apparently with no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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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과 내일 새벽엔) 꼭 발제문 쓴다. 쓰고 주말에 즐겁게.. 읽자.

아, 구질구질.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레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근따근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여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밭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요강에 한없이 누는 잘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른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맑았다는 것이다

 

- 백석, <동뇨부(童尿賦)>

 

*벌불: 들불 / 싸개동당: 오줌을 참다가 기어코 싸는 장소 / 잘망하니: 얄미우면서도 앙증스런 모습, 얄밉게도 / 물외: 오이 / 당콩: 강낭콩 / 재밤중: 한밤중 / 쥐발 같은: 쥐발같이 앙증맞은

 

 

====================

 

 

'구질구질' 때문에 이게 생각났는데 다시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나. 백석은 진정 개그쟁이!

 

여기에 가끔 출몰하는 ㄱㅇ이가 이걸 보면 좋아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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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lce et Decorum Est

Bent double, like old beggars under sacks,

Knock-kneed, coughing like hags, we cursed through sludge,

Till on the haunting flares we turned our backs,

And towards our distant rest began to trudge.

Men marched asleep. Many had lost their boots,

But limped on, blood-shod. All went lame, all blind;

Drunk with fatigue; deaf even to the hoots

Of gas-shell dropping softly behind.

자루를 짊어진 늙은 거지들처럼, 두 배로 휘고,

무릎은 덜컹거리고, 노파처럼 기침하면서, 우리는 진창을 헤치며 저주했다,

그러다 섬광이 출몰하면 등을 돌렸고,

다시 먼 휴식을 향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졸면서 행군했다. 대부분 구두를 잃었으나,

다리를 절며 나아갔다, 피딱지를 신발 삼아. 모두가 절름발이었고, 모두 눈멀었다;

피로에 취해서; 귀도 멀어서 심지어 독가스탄이

뒤로 부드럽게 떨어지며 삐이 소리를 내는 것도 듣지 못했다.

 

Gas! GAS! Quick, boys!─An ecstasy of fumbling,

Fitting the clumsy helmets just in time,

But someone still was yelling out and stumbling

And flound'ring like a man in fire or lime.─

Dim through the misty panes and thick green light,

As under a green sea, I saw him drowning.

In all my dreams before my helpless sight

He plunges at me, guttering, choking, drowning.

가스다, 가스야! 빨리, 제군들!─미친듯이 더듬어

딱 맞춰 투박한 헬멧을 썼건만,

누군가는 아직 소리치며 비틀거리며,

불이나 덫 속에 있는 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희뿌연 창과 두꺼운 녹색 빛 사이로 어슴프레

그가 익사하는 게 보였다, 마치 녹색 바다처럼.

내 모든 꿈에서 그는 어쩔 줄 모르는 내 앞에 나와

내게로 달려든다, 흐르며, 질식한 채, 물에 빠지듯.

 

If in some smothering dreams, you too could pace

Behind the wagon that we flung him in,

And watch the white eyes writhing in his face,

His hanging face, like a devil's sick of sin,

If you could hear, at every jolt, the blood

Come gargling from the froth-corrupted lungs

Bitter as the cud

Of vile, incurable sores on innocent tongues,─

My friend, you would not tell with such high zest

To children ardent for some desperate glory,

The old lie: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

만약 어떤 숨막히는 꿈에서, 너 또한

우리가 그를 던져넣은 마차 뒤를 따라갈 수 있다면,

그러면서 그의 얼굴 위에서 몸부림치는 그 눈알을 볼 수 있다면,

그 축 늘어진, 악마도 질려버릴듯한 얼굴을,

덜컹거릴 때마다 피가 그르륵 소리를 내며

거품으로 오염된 폐로부터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결백한 혓바닥에 난 불치의 사악한 종기에 닿은

쓰디쓴 새김질거리처럼,─

친구여, 만약 그렇다면 네가 그토록 높은 열의로

절망적인 영광에 혈안이 된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을,

그 오래된 거짓말: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은

달콤하고도 바람직하다는 것.

 

─ Wilfred Owen, 'Dulce et Decorum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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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家系 · 1969

 

1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추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추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 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댕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 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 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 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家系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 기형도, <위험한 家系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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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망아지 토끼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두 던져버린다

 

  장날 아침에 앞 행길로 엄지 따라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큰 소리로

  ─ 매지야 오나라

  ─ 매지야 오나라

 

  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지워 나는 山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 백석, <오리 망아지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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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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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Before

I opened my mouth

I noticed them sitting there

as orderly as frozen fish

in a package.

 

Slowly water began to fill the room

though I did not notice it

till it reached

my ears

and then I heard the sounds

of fish in an aquarium

and I knew that though I had

tried to drown them

with my words

that they had only opened up

like gills for them

and let me in.

 

Together we swam around the room

like thirty tails whacking words

till the bell rang

puncturing

a hole in the door

 

where we all leaked out

 

They went to another class

I suppose and I home

 

where Queen Elizabeth

my cat met me

and licked my fins

till they were hands again.

 

- D. C.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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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푸른 저녁

어느 푸른 저녁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방하지 않는가.
나는 그것을 본다.

 

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
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
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
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2
가장 짧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한꺼번에 내리는 것일까
나는 까닭없이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둥글게 무릎을 기운 차가운 나무들, 혹은
곧 유리창을 쏟아버릴 것 같은 검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
낮은 소리들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은 걸어오는 것이다.
몇몇은 딱딱해 보이는 모자를 썼다.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또다시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투명한 저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신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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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nel

이것도 <영미시 강독> 교재에서.

 

The Colonel

 

What you have heart is true. I was in his house. His wife carried a tray of coffee and sugar. His daughter filed her nails, his son went out for the night. There were daily papers, pet dogs, a pistol on the cushion beside him. The moon swung bare on its black cord over the house. On the television was a cop show. It was in English. Broken bottles were embedded in the walls around the house to scoop the kneecaps from a man's legs or cut his hands to lace. On the windows there were gratings like those in liquor stores. We had dinner, rack of lamb, good wine, a gold bell was on the table for calling the maid. The maid brought green mangoes, salt, a type of bread. I was asked how I enjoyed the country. There was a brief commercial in Spanish. His wife took everything away. There was some talk then of how difficult it had become to govern. The parrot said hello on the terrace. The colonel told it to shut up, and pushed himself from the table. My friend said to me with his eyes: say nothing. The colonel returned with a sack used to bring groceries home. He spilled many human ears on the table. They were like dried peach halves. There is no other way to say this. He took one of them in his hands, shook it in our faces, dropped it into a water glass. It came alive there. I am tired of fooling around he said. As for the rights of anyone, tell your people they can go fuck themselves. He swept the ears to the floor with his arm and held the last of his wine in the air. Something for your poetry, no? he said. Some of the ears on the floor caught this scrap of his voice. Some of the ears on the floor were pressed to the ground.

May 1978

 

- Carolyn Forché

 

 

대령

 

당신이 들은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의 집에 있었다. 그의 부인은 커피와 설탕이 담긴 접시를 가져왔다. 그의 딸은 손톱을 다듬었고, 아들은 밤시간을 보내러 나갔다. 신문과 애완견이 있었고, 그의 옆에 놓인 쿠션 위에는 권총이 있었다. 헐벗은 달이 집 위로 지나가는 검은 전깃줄에 매달려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범죄 수사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영어 방송이었다. 담벼락에는 깨진 유리병이 박혀 있었는데, 다리에서 무릎뼈를 파내고 손을 잘라 꿰기 위해서였다. 창문은 주류점에서 보는 것처럼 격자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녁으로 선반 가득한 양고기와 좋은 와인을 먹었다. 테이블 위에는 하녀를 부를 때 쓰이는 금색 종이 있었다. 하녀는 초록색 망고와 소금, 빵 같은 것을 가져왔다. 나는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스페인어로 된 짧은 광고가 나왔다. 그의 아내가 모두 치워서 내갔다. 그리고는 통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짧은 얘기가 오갔다. 앵무새가 테라스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대령은 앵무새에게 닥치라고 하고는 테이블을 밀치며 일어났다. 친구는 나에게 눈으로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대령은 식료품을 사 올 때 쓰는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테이블 위에 수많은 사람의 귀를 쏟아부었다. 그 귀들은 말린 복숭아 반쪽처럼 생겼다. 이걸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는 그중의 하나를 손에 들더니, 우리 앞에서 흔들고는, 물컵 안에 빠뜨렸다. 거기서 그 귀는 점차 생기를 띠었다. 이런 바보 짓거리도 이제 지겨워, 그가 말했다. 어느 놈의 권리든, 가서 x까라고 해. 그는 팔로 귀들을 쓸어서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남은 와인 잔을 공중으로 들었다. 당신의 시를 위해서도 뭔가 되겠군, 그렇지 않소? 그가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귀들 중 몇 개는 이 한 토막의 목소리를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귀들 중 몇 개는 땅바닥에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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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arently with no surprise

"영미시 강독" 시험 공부하다가 문득, 적어두고 싶어서.

 

이 시 좋다. 디킨슨의 시.

 

Apparently with no surprise

 

Apparently with no surprise

To any happy flower

The Frost beheads it at its play─

In accidental power─

The blonde Assassin passes on─

The Sun proceeds unmoved

To measure off another Day

For an Approving God.

 

Emily Dickinson

 

 

아래는 나의 번역.

 

하나도 놀랍지 않아

행복한 아무 꽃이나

생생할 때 서리가 그 목을 벤다고 해도─

뜻밖의 힘을 가지고서─

금발의 암살자는 지나가 버리고─

해는 움직이지도 않은 채

또 하루를 재러 나아가고

신이 이에 만족한다고 해도.

 

 

별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하나만 더 해봐야겠다.

 

Ozymandias

 

I met a traveler from an antique land

Who said: Two vast and trunkless legs of stone

Stand in the desert . . . Near them, on the sand,

Half sunk, a shattered visage lies, whose frown,

And wrinkled lip, and sneer of cold command,

Tell that its sculptor well those passions read

Which yet survive, stamped on these lifeless things,

The hand that mocked them, and the heart that fed;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Percy Bysshe Shelley

 

 

고대의 땅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돌로 된 두 개의 거대한 다리가 몸체도 없이

사막에 서 있더군 . . . 그 가까이에는, 모래 위에,

반쯤 가라앉은, 산산 조각난 얼굴이 놓여 있어. 그 찡그리고

주름진 입술과, 차가운 명령을 내리는 듯한 비웃음을 보니

그 조각가가 감정을 잘 읽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아직도 살아남아서 이 생기없는 것들 위에 찍혀있는 감정,

그것들을 조롱하는 손보다, 그 위로 스며드는 심장보다도 오래;

그리고 받침대 위에는 다음의 말이 적혀 있더라고:

"나는 왕중의 왕, 오지맨디아스다;

내가 만든 것을 보라, 그대 권력자여, 그리고 절망하라!"

이 밖에는 남지 않았지. 이 거대한 잔해가

부식해가는 주위에는, 외롭고 평탄한 모래사장이

저 멀리까지 끝없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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