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70419 일로일로에서의 일상

 6:40 기상
 7:00 아침식사
 7:30~8:30 ? 어제는 근처 시장 구경
 8:30 셔틀 타고 학원으로 출발
 9:00 ~ 10:00 공부? 어제는 론리 보며 근교 여행 계획 세우기
* 겨우 둘째 날인데도, 오늘은 늦잠을 자서 8시 4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군것질 용으로 사둔 쿠키와 아래층 던킨도너츠 커피를 아침으로 때우고, 택시를 타고 10시 수업에 맞춰 겨우 학원에 도착했다.
10:00 첫 수업. (1:1) 읽기와 단어.
           오늘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이야기함.
           (전혀 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음)
11:00 두 번째 수업. (1:1) 원래는 토론 수업이지만 주로 문장 구성과 표현을 배우는 데 주력하고 있음.
            상반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제기를 담은 교재를 사용.
            오늘의 주제는 "담배를 폐서 관련 병에 걸린 사람이 담배회사를 고소하는 것에 대한 입장"
            여기선 입장을 가지고 토론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음.

12:00~1:00 점심식사 및 휴식. 점심은 숙소에서 배달해 온 것을 학원 건물 매점(?)에서 먹음.

1:00 세 번째 수업. (1:1) 나이가 꽤 많은 튜터의 '쓰기' 시간.
         그러나, 한국에서 가져간 "feminist media studies"를 같이 읽고 토론하기로 함.
         (1:1 수업 튜터 중 그녀가 가장 이 활동에 적합할 거 같으므로...)

2:00 네 번째, 그룹 수업. '유용한 표현들'. 이 튜터 역시 매우 똑똑하며 발음도 좋음. 3명의 수강생과 함꼐 진행.
         교재는 표현에 대한 것이지만, 주로 발음 교정과 관용 표현에 대하여 배움.

3:00 다섯 번쨰, CNN 뉴스 듣기 (월 수 금) / 논쟁 (화, 목). 5~8명의 수강생과 함께 진행.
         어제는 듣기 수업이었는데, 반복해서 들으면서 블랭크를 채움. 모르는 단어 잔뜩~~
        오늘은 논쟁. 역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이 이슈가 됨. (범인이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총기 소지에 대한 입장을 토론했는데, 문제는 점차 인종차별이나 미국의 만행에 대한 것으로 바뀜^^
        어제 아침엔 몰랐던, 한국 정부가 미국에 사과했다는 정보를 알고 급 분노함. (와서 인터넷을 보니, 사과는 아니었더군...)
        여하간, 토론 과정에서 이 친구들은, 역관계 때문에 사과하는 제스추어를 보였어야 하지 않았겠냐고 분석함.
        "만일 한국에서 총기소지가 가능하다면?"이라는 질문에, 한국사람들은 다혈질이라 총질이 남발할 것 이라는 답변에서 부터,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총을 어떻게 다루는 지 알고 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할 것 이란 대답도...
       적어도 이 학원에 있는 젊은 친구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총기소지에 대해서는 반대, 미국은 나쁘다는 것. 필리핀과는 미국과의 역관계나 미군들의 범죄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음.

4:00 여섯 번쨰, 영화 보기 그룹 수업. 이번 주 교재는 friends. 역시 많은 학생들이 함꼐 함.
         캐릭터와 내러티브가 있는 뭔가를 보면서 표현을 익히는 것도 역시 유익함.

5:00 셔틀을 타고 숙소로~~
         저녁 식사 전에 숙수에서 잠시 휴식.
         학원이 엄청나게 덥고, 여섯 시간이나 수업을 듣기 때문에, 에어컨 바람 속에서 잠시 쉬어주는 것이 필수.
       
6:00 저녁식사. 저녁식사는 그나마 제일 나음.

6:30 ~ 웹서핑, 숙제하기, 복습하기... 숙제나 복습은 오늘 부터 해보려고 생각하는 중. (하지만, 벌써 8시다...--;;)

자기 전에 가계부를 쓰고 다운받아 온 요가 비디오(정말 많이 가져왔지만, 정작 보는 건 한국요가협회에선가 만든 간단한 버젼)를 보고 30분 정도 요가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잠. 원래는 12시 정도에 잤으나, 오늘 늦잠을 자버린 관계로,더 일찍 자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


------------------------

첫 날이었던 어제, 세 명의 1:1 튜터에게 뭐 하던 사람이었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영어 표현이 부족한데다, 그 사람들은 이 분야에 대한 사전 정보도 전혀 없기 때문에 참으로 힘들었다... 어제는 대충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나를 다시 저널리스트로 알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

"feminist media studies"를 같이 공부하기로 한 지나가,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상황은 어떠냐고 물어서, 한국의 운동 상황과 필리핀의 'NGO'와 'activist'에 대하여 한 시간 내내 수다를 떨었다. 서로 다른 지점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여기 있는 튜터들 중 가장 필리핀 액센트가 심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놀란건, 필리핀에서는 아직도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저널리스트들이 암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 대한 보도를 할 경우...),
그리고, 지나는 내가 'activist'라는 표현을 쓰자 화들짝 놀랐는데, (적어도 그녀에게) 활동가란, 산에서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는 전사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필리핀에서 그 표현을 쓰면 환영받지 못한다고, 매우 반사회적이고 호전적인 인물로 보일거라고 했다. '활동가'는 NGO'와는 무척 다른데, 지나가 보기에 필리핀의 NGO는 기금을 받기 위해 활동하거나, 은퇴한(? - 산에서 내려온) 액티비스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 있는 것 같다나... 잘 모르'겠다. 그녀는 별로 보수적이지 않고, 필리핀 최고 학부를 졸업한 이를테면 인텔리 계층이고 (그녀는 U.P.를 졸업했는데, 특히 그녀 시절에 그 학교는 운동권이 대세였던 모양으로, 그녀도 나의 사상에 익숙하며 동의한다고 이야기했다. ㅋㅋ), 그녀 역시 현재 필리핀의 민주주의를 따옴표 안에 있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바꾸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어도 '활동가'나 'NGO'에 희망을 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오래 이야기를 해본 외국사람이라야 외국 활동가들 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런 대화가 무척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조금만 이야기하면 척척 알아듣는 활동가들과는 엄청 다르지만, (예를 들어,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아마도 못알아들었을 듯 하다.)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을 수도... 나중에 필리핀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면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봐야겠다.

어쨌거나, 그녀도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무척 호의적이었다. 성주류화나 성인지적 정책들의 범위 내에서인 것 같기는 했지만, 현 대통령을 포함해 두 명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 낸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 보도를 조직해내고 법을 만들려는 여성운동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었다. 적어도 제도적 수준에서는 필리핀의 성주류화는 한국보다 한 세대 쯤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주류화를 넘어선 다른 지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녀에게 "feminist media studies"라는 책은 무척이나 적절하지 않을까? 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함꼐 고민해 볼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다.


에고, 오늘은 웹을 쓰느라 너무 오래 로비 (유일하게 낮은 속도의 무선인터넷을 잡을 수 있는 곳)에서 버텼다. 아직 숙제도 하나도 안했는데... 흠흠... 인터넷 쓰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걸까. (사실 이렇게 수업을 많이 듣는 게 아니었는데, 그놈의 무료 그룹수업이 두 시간이나 있어서 말이야...)
 오늘은 꼭 일찍 자서 내일 아침에 늦잠 자는 실수를 하지 말고 꼭 아침밥 얻어먹고 셔틀타고 학원갈 수 있어야 할텐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