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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크리스마스 이브

일어나니 11시.

새벽3시쯤 되었을까 싶어 시계를 보니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홍콩에서 돌아온 이후 계속 이런식이다.

새벽에 잠들어 아점시간에 일어나기.

 

후다닥 준비를 하고 친구에게 부탁한 번역본 테잎을 받으러 대학로로

움직였다. 

오늘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 대학로에서 이쁜 커플 찻잔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그 집이 팬시점으로 대폭 바뀌는 바람에 아로마 향이 나는 베가모트 목욕셋트를

급하나마 구입을 하고 법원으로 이동했다.

 

올해 친한 친구 2명 결혼.

단지 친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모자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함께하는 애들이기에 마음은 섭섭..착잡..

중학교 1학년때 만나 10년간을 떨어져 있었어도 마음은 늘 한결같았던 친구.

친구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들어오는데 중학교 때 함께지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결혼할때마다 드는 묘한 기분

그래도.. 잘 살아야돼.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둘을 다시 만났다.

안씨라고 불리던 톡톡튀는 친구와 하얀 얼굴에 수줍음 가득한 착한 친구

그 시간동안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성격. 그 얼굴.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른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어댔던지

사람들이 우리가 중학교 때 몇번이었고 선생님이 누구였고

우리반에 누가 있었는지 대충 다 알게됐을 정도.

안씨는 번호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특이한 애다.

안씨에겐 중1 때가 젤 기억에 남는단다. 넘 재밌었다고.

나도 중1때가 참 좋았다. 그럼에도 그 기억들을 떠올린건 너무 오랫만이었다

무심한 탓일까.. 더 좋은 기억들 때문일까.. 그까이꺼 라지만 그래도 사는게

피곤해서였을까..

 

한 친구는 먼저 가고 한 친구는 부산으로 내려가고

다가오는 구정에 꼭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번호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까.. 연락을 하게 될까

어느 친구의 결혼식 전에 과연!!

 

 

 



며칠전에 청바지 입고 갈지도 모른다는 말에 경악비스무리한 표정을 짓던

친구를 생각하야 특별히 한벌있는 정장 바지를 입고 갔다.

신발도 특별히 구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어색함..발은 집을 떠나면서 서서히 저려오기 시작.

거리에는 크리스마스라고 난리도 아닌데 그거 찬찬히 볼 여유조차 없다.

하긴 그거보면 뭐하랴..짜증만 날텐데..

해마다 그런거 안챙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올해처럼 무감정은 흔한 일은 아니었는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나 벌써 감정이 푹~ 바람빠진거 아닌가란 쓸데없는 걱정도

잠깐하고. ㅎㅎ

화장도 안하고(사실 못하고) 입술이 터서 립클로스를 하나 구입했건만 바삐

움직이느라 제대로 바르지도 못했다.. 그리고 발랐는데 젠장.. 역시 싼거여서

입술에 쩍쩍 달라붙는거였다. 음.. 침으로 축이고 다시 윗,아랫입술 모았다가

펼쳤다가..

 

다시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나도 베가모트 향이 나는 바디 로션을 하나 구입하고는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빨리 샤워해야쥐~

오는 길에 빵도 하나 샀다. 일하면서 천천히 먹어야지 했는데

식장에서 밥을 그렇게 먹고도 들어갈 구멍이 더 남았는지

빵을 하나 뜯는 순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이 빵이 확~

보이지도 않게 어느새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빵 종이가.

작은 빵도 아니고 삼천원짜리 빵이었는데..

위 버리고 살 찌고 잠 오고..

 

잠시 눈을 붙인 후 작업 시작..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지나가고 시계는 새벽 5시를 또 넘기고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다가와도..

 

나는

오로지

빨리 작업 끝났으면 좋겠다..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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