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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을 추석특집 봉변

웬 비냐.

 

또 비가 샜다. 심지어 이야기공방에서...

 

아침 먹고 띠굴거리면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뭐 좀 먹을까 부엌 쪽으로 갔더니

빗물이 오늘은 북쪽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여간해서는 들이칠 수 없는 구조인데 빗물이 들이치고..

부랴부랴 그 방향 창을 모두 닫았다.

 

이야기공방의 창은 보통 닫혀 있어 그냥 문을 열어봤을 뿐인데...

완전 난리가 나 있었다.

키보드는 못쓰게 되었을 것 같다.

 

당황하여 부랴부랴 그릇과 걸레를 가져다 물기를 닦으며

테이프며 컴퓨터를 물이 안튀는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빌어먹을~~~

웬놈의 선이 그렇게 많은지 성질대로라면 죄다 잡아뜯고 싶었다.

 

간신히 컴을 옮기고 물기를 닦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내 생각에는 컴퓨터 본체와 테이프데크에만 별일 없으면 큰 일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지금은 컴퓨터를 켤 수도 없으려니와

하나하나 분해한 선들을 다시 이을 능력이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빗물 배수관이 우리층의 천장 위로 지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역류하여 빗물이 샌다.

 

맨처음에 봉변을 당한 것은 재환이었지만

그 다음은 여백은 없고 꼭 나 혼자 있을 때만 이런 일이 생긴다.

그 뒤로 다시 수리를 했는데도

지난 번 폭우 때도, 그 후에 폭우 때도...

 

그땐 그래도 편집실이나 자료실이 아니고

빈방, 회의실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했었는데...

입초사 때문이었을까?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에서 제습기능을 실행해서

젖은 건 어지간히 말랐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응접실에 있는 컴퓨터가 켜지질 않는다.

전원이 접촉불량인지...

켜지다 꺼지고 켜지다 꺼지고...

 

내가 전원을 끌 때는 확실히 끈 상태였는데...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거 아닐까?

천둥번개 심하게 쳐서 혹시 낙뢰피해라도 입을까 해서였는데...

 

.................

 

대충 수습해 두고 여백에게 전화를 했다.

안된다.

조금 있다가 다시 해봤다.

역시 안된다.

전화까지 안되다니 열 받았다.

 

몇 시간이나 지난 다음에 간신히 통화가 되었는데...

이 친구는 장봉도 외가에 가 있어서 금방 오지도 못한다.

내일 3시 배를 타고 나올 예정이란다.

돌아오면 늦더라도 사무실로 오라고 했더니

또 비샜냐고 걱정한다.

잠시 당황했지만 돌아와 봤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내일 와서 얘기하자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내 탓인 것 같은 느낌이 커지면서

애 봐준 공 없다듯이 어처구니 없이 눈치가 보인다.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진빠지고 우울하다.

 

무사히 수습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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