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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자 제발

 

절대악 북한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의 일부라고 해두자, 일단.)에서는 거의 종교의 영역이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관리가 필요한 위험 인자'로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런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없애자는 건
종교인에게 신을 버리라고 하는 것 만큼이나 관철하기 어려운 요구다.
솔직히 합리적 설득이 가능한 영역인지조차 자신이 없다.
 
시스템 층위도 종교랑 비슷하다.
신도들 발라먹는 대형교회 목사들처럼
북에 대한 두려움을 주지시킴으로써 정치적(나아가 경제적) 이득을 보는 상층부가 존재하고,
극단적 배타성으로 무장하고 폭력과 진상을 온누리에 흩뿌리시는 일부 광신도들처럼
정치적 협박으로, 언론질로, 때론 가스통으로 쇼업을 마다않는 돌격대가 존재하고,
그저 '신'을 위해 '선의'로 교리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 자신하며 교단을 먹여 살리는 평신도들처럼
'조국'을 위해서 빨갱이를 처단하는 게 '정의'라 믿는 멍뎅한 대중들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떤 종류의 편견/사회적 망상이든 구조는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정권이 국보법 없앨 수 있을거라 믿었다가 결국 못하는 꼴을 봤다.
참여정부를 일차적으로 욕하기야 쉽겠지만서도, 국회에, 정부 부처에 앉은 인간들만의 문제랴?
뽑아놓은 사람들 하는 짓의 수준은 뽑아준 사람들 수준의 거울이다.
애초에 그것부터가 한참 모자랐던 거다.
"시기상조"란 분위기가 무시하긴 힘들 정도로 드러났기 때문에 결국 못 없앤 거다.
반백년 해온 세뇌인데 그리 쉽게 풀릴까..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세상에 애초에 북한껀 왜 리튓하고 그래"라고 당연한 듯 얘기하고,
그런식의 제재를 받고 살아야 한다는 게 왜 모욕감과 분노를 느낄 일인지조차 모르며,
국보법이 없어지면 적그리스도가 종말을 몰고오듯
대한민국이 북에 의해 중대한 위기에 처할거라 '막연히' 믿는다.
 
아직 여기는,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거나 때론 자진 반납하고 사는 데에 익숙하게 만드는 사회다.
마녀로 지목되면 줄줄이 태워 죽이고 그러던 사회에서 인본주의 외치고 무신론이 대두되고 그러면 어떻겠어..
지금은 아직도 그런 정도의 시기밖엔 안되는 거지.
 
진짜 싫다.
왜 내가 2012년, 한국에서,
'돈도 능력도 없으니 이민은 못가겠고 망명 신청은 어떡하면 할 수 있나' 이런 얘길 
젊은 애들이 두려움에 떨며 하는 꼴을 봐야 해. 왜.
 
그래도 어쨌거나.. 국보법 철폐를 반발 여론이 잠잠해지는 시대까지 미뤄둘 필요도 없는 노릇이다.
의회가 처리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만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아래로부터의 조용한 변화도 있지만 연역적 변화도 분명 존재한다.
사회의 룰은 의도적 간판 변화에서 초래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도, 이런저런 단체들도 '캠페인'이란 걸 하는 거고.
방향이 좀 엇나간 비유같긴 하지만, 난 서울시 버스노선 일제 정리-_- 때
카오스 상태에서 그렇게 난리치던 사람들이 결국 순식간에 적응했단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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