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효율 공부를 몇주 지속하다, 오늘 새벽에 이르러 어떤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행정업무(?)(고용된 것도 아니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 남조선 대학원생들의 일 중 하나)를 끝내놓고 놀러가자! 고 한 뒤 후문으로 뛰쳐나가 버스에 올라탔다. 신촌로터리에 들어오는 그 많은 버스 중에 습관처럼 273번을 타고 마마무 노래를 듣다가(요즘 낙이다), 꾸벅꾸벅 졸다가, 잡생각도 하다가, 다시 습관처럼 외대앞에 내렸다.
그래도 그것도 모교라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척에 있어도 오랜만에 온 것이었는데 고향처럼 느껴졌다. 눈에 들어오는 장소마다 기억이 주르륵 달려나왔다. 하긴, 이래저래 8년을 다녔으니. 그러곤 뭘할까 하다 헌책방에 갔다. 사회과학 코너를 뒤적이고 중국이든 中國이든 China가 제목에 껴있는 책을 훑었다. 그러다 지금 구상 중인 논문 토픽 근처에 있는 책을 네 권 골라 샀다. 밖은 어두웠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서울 체감온도는 영하 25도란다) 그 추위 바람 다 맞아가며 놀러나간 것도 웃긴 짓이긴 하지만, 놀러나와서 한 거라곤 '학교'에 갔다 '서점'에 들러 '논문'과 관련 있을 것 같은 '책'을 산 거다. 책을 사들고 나오면서 스스로가 좀 한심해졌다. 노는 것까지 이모양이라니.
돌아가긴 해야겠고, 버스를 기다리다 이대로 가긴 아쉬워서 버드나무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참 자주 갔던 집인데 특히 군대 가기 직전의 여름,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졌을 때 청양고추를 먹고 땀을 흘렸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충격이라도 좀 받고 싶었다. 충격을 받아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처럼을 한병 마셨다. 순대국밥은 그냥 그랬지만 난 음식 맛에 관대한 사람이다.
Posted by 眼低手更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