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후기

분류없음 2015/03/12 02:31

역시 화요일 반값 영화 관람. 

 

밤 열 시가 다 된 시간. 터질 듯한 열정의 십대 후반 - 이십대 초반 청춘들이 들끓고 마약딜러들이 드문드문 손님을 고르고 군데군데 홈리스 어르신들이 이불을 꽁꽁 싸매고 누워계신 그 거리에 있는 그 극장에서만 그 시간에 "킹스맨:시크릿서비스"를 상영한다. 기백 달러를 호가하는 가방, 옷, 화장품, 신발 등등의 유명 메이커 매장들이 비까뻔쩍 네온사인을 자랑하지만 문은 꼭꼭 잠겼다. 영업시간이 끝났다. 그 시간에 찾는 그 거리는 참말로,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자정 무렵의 명동 밤거리와는 사뭇 다르다. 오뎅이라도 파는 작은 스넥카라도 있으면 참 좋겠는데, 열 개라도 그 자리에서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릴없는 바람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 이다지도 어처구니없을 것이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007 시리즈 정도 하겠지, 심해도 스파이키드 정도는 넘어서겠지 했는데 "19세 이상 관람" 이라는 걸 너무 쉽게 간과했다. 일단 영화를 보고 나온 즉자적인 소감은 몇 년 전에 "300"을 보고 난 직후의 느낌이랄까? 토할 것 같았고 속이 너무 불편했다. 재미가 있냐없냐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속이 메슥거렸다.  

 

사실 콜린 퍼스가 속한 킹스맨 에이전시 측도, 사무엘 잭슨의 발렌타인 측도 그 누구도 정의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목적과 명분이 없으니 그저 눈에 보이는 이미지만 남는다. 도식화하면,

 

 

백인, 남성, 매너, 수트, 잉글리시 엑센트의 영어, 위스키 혹은 브랜디

Vs.

비백인 등의 비주류 인물, 비매너 (야만), 래퍼를 연상케하는 캐쥬얼 복장, 사투리 (dialects) 로 불리는 영어, 에일 맥주 따위

 

 

그리고 이 두 그룹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사람을 아주 잘 죽인다. 찌르고 때리고 치고 폭발시키고 쏘고 썰고... 명분없는 살상과 전쟁을 희화한 것이라 믿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구역질이 난다. 대립이 명징한 저 프레임이 그 희화를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 

 

엑스맨, 킥애스 등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라 열혈 팬도 많고 기대치도 높았을 것이라 사료. 나로선 개인적 취향으론 영 아니올시다이지만 헐리우드 오락 영화로는 잘 만들었다. 

 

* "스칸디나비안", "더티블론드 헤어", "세상을 구하면 키스 이상의 것을 줄 것". (서양) 남성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드러낸 스칸디나비안 공주님의 출연이 그나마 나에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007의 원형을 벗어나지 않아서 그러려나.    

 

2015/03/12 02:31 2015/03/1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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