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후예

분류없음 2015/05/13 01:16

부제: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를 수 없는 

 

 

페이스북 한 친구가 이 기사를 링크하기 전까지 네일산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순한 이유를 말하자면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더 솔직하게 -- 싸가지없게 말하자면 매니큐어를 타인에게 서비스받는다는 것에 관한 (정치적) 결벽증이랄까. 나온 김에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에 있을 때에는 손톱에 뭘 바르는 것 자체에 아예 never ever 관심이 없었다. 이 나라에 온 뒤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몇 차례 매니큐어를 사러 매장에 들렀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가령 미리 형광 노란색 혹은 라일락 컬러를 결정했다가 막상 매장에 가면 생각해 둔 것 이상의 다양한 색과 효과를 내를 상품이 즐비하다. 고를 수가 없었던 것. "결정 장애"

 

 

뉴욕 주의 네일산업에 대해서는 경험한 바 없으므로 무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타 3D/서비스 업종처럼 그 산업의 종사자들이 이주민들로 대체되는 경향, 따라서 산업종사자들의 노동조건, 임금과 대우, 사회적 위상 등이 여성화/하위화 (feminized) 하는 경향이 있을 거라는 짐작 정도.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유사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짐작 정도. 

 

 

잠깐 일했던 accounting firm에서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몇 군데 담당했었다. 예를 들어 네일샵/뷰티샵/스파살롱 같은 데. 그러나 이런 곳에서 오너가 고용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들이 아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특수고용직" 이라고 해야 할까. 그 회사에 고용된 사람들은 각각 "자영업자"인 셈. 따라서 이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주어지는 권리 밖에 존재한다. 가령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 년 이상 일하다가 그만둬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오너는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 아니므로 고용한 노동자의 수만큼 납부해야 하는 산재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낼 의무도 없다. 이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임금을 받지 않는다. 아니, 오너에게 돈은 받지만 이 돈은 이들의 고용의 대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일종의 "커미션/인센티브"로 된다. 당연히 연말정산 (소득보고 및 세금 환급) 에서도 누락되거나 다른 소득으로 간주된다. "커미션"은 "장학금"과 같은 개념이라 일반적인 "노동소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일 경우, 그러니까 체류신분이 불안정할 경우 이들의 노동은 employment experience 로 인정받지 못한다. 

 

 

나는 이 "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그들의 오너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거기까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오너들이 "노동자들이 아닌 그 노동자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는지 그것만큼은 안다. 여기까지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견한 예로 미용실을 예로 들 수 있다. 미용실 사장님은 가게 하나를 렌트하고 부스 (의자) 몇 개를 설치한다. 그리고 그 부스를 각 각 다른 미용기술자들에게 다시 렌트한다. 미용기술자들은 일정 금액 이상의 디파짓 (보증금) 을 내고 그 부스를 빌려서 손님을 받는다. 손님들이 지불하는 이용료는 고스란히 미용실 사장님에게 가고 정작 노동을 제공한 미용기술자들은 팁을 받거나 격주 혹은 월 단위로 "커미션/인센티브"를 받는다. 이 미용기술자들도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이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이런 시스템을 사상하고 네일샵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모두 임노동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스크에서 일부러 그랬는지 몰랐는지 그건 모르겠다. 이 기사의 맥락이나 기획의도와 무관하게 "이미 부를 축적한" "여전히 노동력을 착취하는" (주로 한국인) 오너들이 - 자본이 - 빠져나갈 합법적인 구멍이 이미 보인다. 다만 "도덕적 비난을 피할" 구멍은 상당히 좁아보인다. 이 기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적하는지 알 것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동격서?

 

 

참고로 뉴욕 시가 위치한 미국 뉴욕 주의 최저 임금은 시간 당 $8.75 이다. 올해 연말에 $9.00 를 적용한다. 이미 결정났다. 최저 임금을 쥐꼬리만큼 어거지로 올린 맥락에 이 기사의 목적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너무 과도할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2015/05/13 01:16 2015/05/13 01:16
tags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ys1917/trackback/1072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