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잡담

분류없음 2015/06/03 12:34

 

이번 주엔 짝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다. 어제 계획은 오전에 둘 다 이발을 하고 코리아타운에서 순대, 튀김을 먹는 거였다. 지난 주 금요일 하기로 했던 아파트 수도관 청소가 어제로 미뤄졌는데 그걸 깜빡 했다. 아침나절부터 물이 나오질 않아 좌절. 

 

 

오늘 화요일, 이발을 하면 딱 좋은데 하필이면 미용사 언니가 화요일 오프. 매드맥스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원래 지난 주에 보기로 했는데 둘 다 스케쥴이 맞지 않아 보류.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영화관 기프트카드 잔액으로 영화 세 편을 볼 수 있고 나의 영화관 멤버십 카드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으니 둘이서 영화 두 편 정도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셈. 

 

 

지난 번에 화요일 디스카운트 아이맥스 영화를 보러 갔다가 좌석이 없어 맨 앞에서 본 일이 떠올라 일찍 나섰다. 지난 번에 갔던 영화관은 인도, 중국, 한국 등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의 상업적인 영화를 직수입해 헐리우드 영화와 함께 상영하는 곳이라 늘 사람이 많다. 이에 더해 한 층 아래에는 푸드몰이 있고 시내 한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로 항상 북적인다. 오늘은 그 동네를 피하기로 했다. 

 

 

이 도시에 와서 물정을 전혀 모르던 첫 해 둘째 달에 오늘 들른 영화관에서 VIP 영화를 봤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게 VIP 영화관인지도 몰랐다. 영화가 왜 이렇게 비싸, 하고 들어갔는데 나와 짝, 딱 둘밖에 관객이 없었다. 이 영화관에 전염병이라도 도는 건가. 이 영화에 무슨 문제라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또 한참을 보다가 싹 잊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오자 다시 두려움 엄습.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여러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필이면 VIP 옵션으로 잘못 골랐다는 것을 한참 뒤에 깨닫고 젠장! 했던 기억. 

 

 

영화표를 미리 산 뒤 두 개 층 아래에 있는 그로서리샵에서 먹을 것을 샀다. 대구살로 만든 커틀렛, 베지테리안을 위한 샐러드바에서 샐러드 100그람, 스시 약간을 사서 함께 먹었다. 대구살로 만든 커틀렛은 처음 먹어보는 대단히 인상적인 맛이었다. 원래 타르토르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하는데 서빙하던 동아프리칸 여성이 누락했고 우리 둘 또한 애써 묻지 않았다. 아니 잊었다는 게 맞을까. 이 커틀렛은 아마 다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국산 오뎅이 훨 낫다. 샐러드 중에 타이식 누들이 제일 맛있어서 서로 영화보고 나와서 약간 더 삽시다, 했는데 나중에 둘 다 잊었다. 집에 와서 기억이 났다. 스시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다시 한 층 위에 있는 인디고 책방에 들어 세일 중인 책을 몇 권 들춰봤다. 마야 안젤루의 "Rainbow in the Cloud" 를 조금 읽었다. 판형이 손에 꼭 잡혀 가독성이 그만이지만 양장이다. 도서관에 있겠지. 그리고 22달러로 폭풍세일 중인 "Hubble's Universe" 도 읽었다. 사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도서관에 있겠지. 옆 칸으로 옮겨 레고 블럭과 플레이모빌, Klutz 도서 등을 구경. 700 피스 정도 들어 있는 레고테크닉이 90달러 정도. 가만 있어 보자, 내가 저걸 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계산하다가 관뒀다. 3.99달러 하는 미니피규어를 하나 사겠다고 짝에게 말할까 하다가 그것도 관뒀다. 오늘은 둘이 영화를 보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지출하는 것 외에 계획에 없던 구매는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집에서 나오기 전에 혼자서 맹세했던 바가 있다. 아마 짝에게 이야기했다면 당장 사라고 하셨을 것이다. 늘 짝은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 주신다. 나 또한 그러려고 애를 쓰는 편이지만 잘하고 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출근길/퇴근길에 꼭 안고 인사하기, 사과 먼저 하기, 고맙다는 말 자주 하기 등등 나 자신에게 약속한 것들을 일상에서 지키기 위해 애쓰는데 늘 부족한 것 같다. 어쨌든 짝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미니피규어가 여전히 아른아른하기는 하다. 나중에 나중에 ... 

 

 

매드맥스는 할 말이 무진장 많은 영화다. 오늘 당장 이 드라이한 일기에 정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발은 내일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생각난 김에 마야 안젤루의 시 하나로 마감. 

 

 

Insomniac

 

There are some nights when
sleep plays coy,
aloof and disdainful.
And all the wiles
that I employ to win
its service to my side
are useless as wounded pride,
and much more painful. 

 

Maya Angelou

 

 

 

2015/06/03 12:34 2015/06/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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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겔부처 2015/06/03 13:02 Modify/Delete Reply

    어머나 사랑이 느껴지네요 꺅 >ㅆ<
    매드맥스 얘기 꼭 써주세용 뭔 얘기하실지 왕궁금하네요 저도 이거저거 생각했는데 다른 거 쓸 거 많아서 안 쓸 듯.. 염둥님 글 읽고싶당 하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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