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책

분류없음 2015/06/13 01:39

 

존경해마지 않는 어떤 분께서 책 하나를 추천해주셨다. Jonathan Haidt의 "The Righteous Mind: Why Good People Are Divided by Politics and Religion" 한국어로 나온 책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진작에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로 나와 있다. "바른 마음"이라는 타이틀은 갸웃갸웃하긴 한데 부제는 그럴싸하다. 오히려 부제가 메인 타이틀이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존의 Look inside 서비스로 잠깐 들여다보니 첫 페이지를 스피노자의 글귀로 시작한다.

 

 

"I have striven not to laugh at human actions, not to weep at them, not to hate them, but to understand them."

 

 

스피노자의 고백 같기도 한 이 글귀는 그가 말년에 집필한 "정치학논고"에 담겼다. 나는 아직 정치학논고를 읽지 않았다. 최형익의 번역본이 있는데 이수영의 에티카에 관한 책과 아우라가 비슷한 번역이 나오지 않는다면 최형익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영문 번역본은 가타부타 비교평가할 깜냥이 없어 그냥 캠브리지나 펭귄 본을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저 글귀를 거듭 읽다보니 논어 위정편 어떤 구절이 떠오른다. 

 

The Master said: When I was fifteen I set my heart on learning. At thirty I took my stand. At forty I was without confusion. At fifty I knew the command of Tian. At sixty I heard it with a compliant ear. At seventy I follow the desires of my heart and do not overstep the bounds.

 

子曰(자 왈), 
吾 十有五而志于學(오 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從心所欲(칠십종심소욕)하야 不踰矩(불유구)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독립하였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되지 않게 되었고 쉰 살에는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는 말의 본 뜻을 알게 되었고 일흔 살에는 뜻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는 일이 없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았던 스피노자, 공자. 그들이 나에게 던지는 메세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비웃고, 애통해하며, 미워하느라 애쓰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는 점이다. 그걸 아는데도 비웃고 애통해하고 미워하면서 사느라 진이 빠졌겠지. 아는데도 그게 잘 안되는 거지. 

 

"열다섯 살에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몰랐어. 어쨌든 서른 살엔 제대로 살아봐야 겠다 싶어 독립을 했는데 먹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드냐, 그러니 결국 마흔 살이 되고 나서 보니까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그것 자체가 마구 흔들리는 거야. 오십이 되니까 아, 이런 게 인생인가 싶더라. 그냥 되는대로 살라는 게 하늘의 이친가 보다 싶더라고. 그러다가 예순이 되니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들어도 별 문제가 없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지. 결국 일흔이 되니 내가 뭐라고 하든 뭔 일을 하든 사람들이 별로 상관을 안 하더라." (공자는 일흔 셋에 죽었다.)

 

 

스피노자와 공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위에 쓴 건 전적으로 나의 추측이다. 다만 그들이 살아낸 그 삶이 참으로 고단했을 것이라는 점. 따라서 저런 글귀를 남기지 않았겠느냐, 추측해보는 것 뿐이다. 인간의 행동은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는 그런 명제는 없다. 따라서 공자의 위정편 메세지 (2:4) 는 뒤집어서 읽어내야 한다. 인간은 단순하지 않지만 또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자. 

 

 

조너선 하이트의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다. 기다리는 즐거움.

 

 

덧. 유경순 선생께서 새로운 책을 내셨다. 건강하고 치열하게 연구 성과를 끊임없이 이어주시는 듯해 감사하다. 나로서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둘째 권을 읽고 싶다.

 

 

2015/06/13 01:39 2015/06/1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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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5/06/15 00:53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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