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잡소리

분류없음 2013/10/21 01:21

쿨럭. 지난 밤에 쓴 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구나. 어디로 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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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물건을 사거나 부탁으로 구입하면서 항상 '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는데 늘 EMS특송(항공편)으로 온다. 배송료가 두 배 이상 차이나는데 더구나 무거운 책은 그 값이 더 많이 나오는데 배송료를 본인들이 부담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EMS특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내기 전에 물어보든가. 배송료 부담이 껑충 뛰는데 괜찮겠냐고. 이십 달러면 보름치 채소와 샐러드를 살 수 있는데... 이제는 조금 화가 난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반복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한국우체국 서비스가 이명박 정권 뒤로 너무 세련되게 변해서 '배로 보내는 방법' 이 없어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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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것에 감사하고 좋을 때는,

한국어로 쓰인 괜찮은 책을 읽을 때와 컨셉을 잡기 어려운 용어를 누군가 한국어로 잘 정리해 놓은 것을 읽어서 그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때와, 누군가 한국어를 잘 쓰는 사람들이 근사한 글들을 당사자들의 블로그나, 매체에 실어 타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았을 때 등이다.

이 곳에서 만난 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들보다 가령, 영어나 타밀어나 포르투갈어나 스패니시나 우르드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말이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처지가 비슷해서? 뭐 여러가지 층위를 따지면야 공통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들과 대화하면, 혹은 SNS 등에서 문자로 의견을 나누면 말하지 않은 것도 들었다고 하고 쓰지 않은 글(의 맥락)도 읽었다고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가끔 녹음기를 들고 다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SNS는 증거가 남으니 이제 이 사람들이 SNS에 글을 잘 안 남기고 뒤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전화와 뒷담화 등 가십이나 불링(bullying)의 활성화. 가령, 꽃개는 결혼도 않고 (남자랑) 같이 산대.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한들 그게 어때서? 니들이 나를 알아?

뭐, 이 나라에서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유독 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집단 혹은 개인과 이런 방식으로 부대끼는 일이 잦으니 늘 이성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 "저는 이 건으로 당신과 대화하지 않겠어요" 라는 말은 말 그대로 해당 건에 대해서 당신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다른 건에 대해서는 대화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아직 결정한 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 "i'm not interested in this conversation." 은 이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추후에도 관심이 없을지 생길지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 "재미있어요" 는 말그대로 재미가 있다, 는 뜻입니다. 빈정거린다거나 과도한 호감을 표현한다는가 등 글의 맥락에 숨겨져 있는(숨겨져 있다고 당신이 주장하시는) 감정을 읽어내는 당신의 능력은 대단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감정일 뿐입니다. 글에서 감정을 읽어내려 애쓰기보다 텍스트는 텍스트대로 읽고 거기에서 그치는 능력이 어쩌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관심이 더 있으시면 전화를 하시거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세요. 오해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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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납땜, 뻰치, 망치, 줄자, 전기회로, 전류테스터기, 드릴, 드릴들의 각 크기(인치 기준), 너트와 볼트, 나사못, 플랫헤드를 가진 드라이버, 등등등 새로 익혀야 할 영어 단어들. -> 어제 Repair Cafe 자원활동에서 느낀 점.

이 곳 생활을 처음 할 때에 빗이 필요해서 빗을 사러 가는데 빗이 영어로 뭐지. 사전을 찾아 그 단어를 외워서 갔는데 아뿔사 내가 사려던 빗은 그게 아니었어. 다른 단어였던 것이야. 사전을 믿지 마세요. 나중엔 도마를 사러 갔는데 갑자기 영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칼질하는 흉내를 냈더니 칼 코너로 안내. 아니야, 그게 아니야. 다시 흉내를 냈더니 직원이 짜증을 내더라. 흥.

일하는 데에서 초창기에 어떤 클라이언트가 청소 할테니 비를 달라고 말하는데 그걸 못 알아듣고 계속 되물었다. 갑자기 이 클라이언트,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 흉내를 내 앞에서 내길래 이건 뭐야? 했다는. 가까스로 나중에 이해하고 거듭 사과했던 경험.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데에 필요한, 삶에 필요한 영어를 더 많이 배워야 한다.

2013/10/21 01:21 2013/10/2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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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조직 2013/10/25 16:10 Modify/Delete Reply

    맞아요. 오히려 빗자루, 쓰레받이, 도마 등 생활에 없어선 안 될 것 들이지만 네이티브들과 얘기를 주고 받을 일 없는 것들의 영어 이름을 잘 모른다능..... 나도 작년인가, 빗자루를 영어로 몰라했더니, 너 대학다니는애 맞냐며 놀림당했던 기억이....ㅋㅋㅋㅋ 대학에선 빗자루라는 말을 쓸일이 없으니~ 쩝~
    그나저나 그러고보니 도마가 영어로 뭔지 나도 모르겠네.... cuting plate 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

  2. 꽃개 2013/11/05 03:53 Modify/Delete Reply

    하하하. 나랑 비슷한 일을 겪으신다는. 맞아요 맞아. 여기서 이십 년 사시고 대학교수까지 하는 양반도 빗자루가 뭔지는 모르더라고요. 생활에서 쓸 일이 없으니까요. 도마는 대충 그렇게 얘기하면 알아듣는 것 같아요. 언어라는 게 재미있어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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