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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1
    Value based management
    지드

Value based management

비정규직과 Value based management에 관하여

 

0.

  살면서 흔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에 일용/임시근로자가 있다. 일종의 알바 같은 것으로 완전한 프리랜서라 볼 수 있다.(계약서 같은 것을 쓰는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일부 잘나가는 IT개발자들이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일부 아나운서들이 그러는 것 처럼), 독립적으로 일하는 경우를 간간히 보게 된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가치 중에서 회사가 간접비 명목으로 떼는 비용(이를테면, 사무실사용료, 수도광열비, 각종 세금들 등)을 보전받기 때문에 대부분 연봉이 높은 편이다.(물론, 불안정하긴 하지만, 인맥이 한번 맺어지면, 짧게 끊어지지는 않는다) 불행히도 이런 부류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건설잡부로 연상되는 비교적 고령의, 무기술자들이거나, 패스트푸드점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대학생/청소년,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 정도이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회사원들이 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두 부류가 있다. 각 부서에 배치되어 각종 잡무를 담당하는 '사무여직원'이다. 그들은 주로 상고나 전문대를 나왔고(근래에는 대학을 나온 경우도 심심치 않은 것 같다), 99.9% 박봉이다. 이들이 박봉인 이유는 급여의 Baseline 자체가 낮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1년짜리 계약을 매년 맺기 때문이다. 1년 계약이므로 고용안정의 유효기간도 1년이고, 연봉인상협의를 해보기도 전에 재계약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미혼의 젊은 여성들인지라, 밝고 명랑하고 순수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들은 신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불린다.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나쁜 경우도 있는데, 그들은 '파견근로자'라고 불린다. 물론 일하는 것은 똑같고, 연봉도 비슷하겠지만, 비정규직이 회사와 직접 계약하는 반면, 파견근로자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공급책'이 하나 더 끼기 때문에, 실제 받는 연봉은 비정규직보다 더 적으며 '공급책'의 확보물량 덕에 고용은 훨씬 불안정하다.

 

  어쨌거나, 우린 모두 같은 장소에 나란히 앉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1.

  지난 11월 30일에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 3개(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파견법, 파견근로자 보호법, 노동위원회법)이 통과되었다. 내 경험상, 위의 세 부류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모른다. 법안의 핵심골자는 '비정규직/파견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고, 보수언론에서도 난리, 진보언론에서도 난리를 치고있다. 보수언론은 인건비가 급상승하는 상황이 조성되어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아우성이고, 진보언론에서는 고용보장에 대한 강제성이 없으므로 2년후 대량 정리해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2.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사회발전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때,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핵심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다.(나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며, 시장은 어떤 체제에서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부분은 다음에 더 얘기해보겠다) 반면, 개별조직 측면에서는 조직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끝없은 이윤추구가 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4년쯤 전에 전경련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당시 보스턴컨설팅 부사장이라는 작자가 거드름잡으며 발표했던 내용은 경영의 Global trend(or standard)는 Value based management라는 주장이었는데, 대차대조표를 갖다놓고 보니까 기업의 Cash flow가 돈빌려준 사람(부채항목)으로 많이 들어가더라는 것이고, 기업의 존재목적이 주주의 이익극대화인 만큼 기업의 '주인'인 주주(자본항목)에게 많은 Cash flow가 돌아가야 한다는 뻔한 스토리였으며, 그것을 실행하고 평가하는 지표로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이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은 넘어가도 되며,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단순하기 짝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매출은 올리고 비용(인건비, 이자비용까지 포함)을 최소화하여 주주한테 돈을 많이 갖다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3.

  관리회계를 응용하여 손익계산서 양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법안이 진보하는 것에 대해 재계가 두려워하는 이유와, 이번 법안에서 왜 그들이 안도하는지가 명확해질 것이다. 손익계산서는 '매출-비용=이익'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래와 같다.

 

               매출

    -         매출원가                       ← 외주비 : 파견근로자 비용

---------------------------

               매출총이익

    -          판매비와 관리비

                        급여                    ← 인건비 : 정규직/비정규직

                        복리후생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세금과 공과

                        연구비

                        대손상각비

                        기타비용 등           ← 잡급 : 일용직 노동자

----------------------------

                영업이익

 

 

4.

  스웨덴은 노사정협의회가 아주 잘 돌아간다고 한다. 독일은 최고의사결정 기구에서 중요 결정을 할때 노조 인사가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도 사회통합이 잘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주체은 정부와 재계와 언론이다. 그들은 '사회의 부가 어떻게 생겨나는가'에만 집중하도록 하여 경제성장율에만 신경쓰도록 만들고, 잠재적 경제성장율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희안한 지표까지 만들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게다가 분배의 문제에서는 짜고치는 고스톱을 이미 여러번 돌린 판이다.

  어쨌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파견근로자든 모두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각각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게 구성되어 서로 대립하게 되어있으며,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돈은 되놈이 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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