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0/02/02 17:13

2010/02/02

이야기를 할 때에는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얼마 전 신도림에서 술을 먹다가 알았다. 닭발이 맛있긴 맛있었는데 맵기도 하고, 아무튼 이야기를 꺼내면 정리안된 이야기, 된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와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나도 정신이 없고 상대방은 아마, 더 정신이 없겠지?

 

나도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 20살부터 조급하게 활동을 한 것 같은데 어째 지금이 더 조급한 것 같다.

이 단체, 저 단체 기웃거린 것도 아니었고 무조건 하나 찍어서 들어간 나는 아마도 너무 준비없이 활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요즘에 든다.

운동, 이 무브먼트는 일정량의 공감대를 필요로 하는 인간들의 그물이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반00투쟁을 전개하는 곳, 투쟁의 능력과 전술전략, 공감대와 인간관계는 대부분 육체적, 정신적 경험으로 부터 나온 다는 것, 그래서 대체로 나, 혹은 내 또래들이 운동을 하면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생이나, 청소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좀 했던 학생운동도 안하고 그냥 고삐리에서 벗어나 바로 활동을 시작했기에 내 또래를 만나고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자. 저 사람은 00학번에 00대학 00000출신에 예전에는 00에서 00활동을 했다던지, 혹은 저 사람은 학번은 00인데 학교는 모르겠고 아마 00000소속일꺼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인가! 정말?

저 사람들이 저런 활동을 하고 저 출신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꽤 중요한 것 같아. 적어도 내가 활동하고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정정도의 사람들도 말 못할 그런 암묵적인 힘(?).

소속감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00학번에 00대학에 00정파의 00단체(혹은 노조)활동가는 예전부터 쭈욱 있어온 전통과 역사의 운동권일 것이고 아마 소속감도 꽤 있을 것이다. 근데, 나는 별로 그런게 없다.

그냥 어디 단체 소속 활동가 정도? 하지만 안을 보면 다들 학생운동으로 묶여있으니 공감할 수 이야기도 한정적이고 말하는 것도 한정이 되어 있고 나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마다 약간 서글프다.

 

만약 기술을 배워서 현장에 취직해서 일하다가 노조를 알게되고 가입하고 투쟁을 하다가 인정받아 실력있는 노조간부가 되었다면 나는 서글퍼하고 있을까?

 

경험은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만 때론 유라고 생각한 것이 '무'로 돌아가는 것을 창조할 수도 있다.

 

*수정

 

내가 경험을, 학생운동을, 정파를, 소속을, 그 이외 모든 것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가끔은 이런 풍토가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쓴 것.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차이가 차별되는 세상!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 들 때면 내가 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와 계급투쟁,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노동자민중의 대상도 분간이 안가는데 저런 세심하고 어려운 의미를 내포한 단어를 우째 알겄는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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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17:13 2010/02/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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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낮에뜬달 2010/02/03 00:26 ADDR EDIT/DEL REPLY

    과거의 소속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소속감이 의미있다면, 그건 지금 어딘가의 소속인가 그것이 중요할 뿐이지. 만족스러운 그 무엇을 실천하는, '소속감'이 절로 뜨겁게 일어나는 어딘가에 니가 지금 서 있는가? 이것이 중요하다고...과거지향적(?) 소속감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싸움? 혹은 미련? 혹은 노가리만 남을 뿐. 그래서 그모양이야..=,.=
    여튼, 서글퍼할 거 한개두 없다. 너무 눈부셔서 차마 선을 그을 수도 없을만큼 새 하얀 도화지를 쥐고서,, 남의 먹 투성이 도화지를 부러워하지 말라고..^^; 조만간 봐... 담주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