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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살

 

하비 카프 박사님 덕분에  많은 엄마들은

자기집 안방에 자고 있는 작은 인간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침팬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침팬지랑 무슨 고급 언어를 주고받아? 그냥 침팬지로 대해주자,

이런 체념이 차라리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박사님!

침팬지가 자라면 망아지가 된다는걸 왜 숨기셨나요....

 

연우말이 더 어릴때 씻겨서 데리고 나가면 귀엽단 얘기도 많이 들었다.

말은 안해도 시선도 많이 받았었지! 한때는.

 국내뿐이냐,

미국에 한달 갔을때 슈퍼나 음식점 데려가서도 자꾸 말을 걸어서 난처했다.

동네 슈퍼 랄프에 유모차 끌고 데려갔을때 호호 할머니가 자기 남편한테

'쉬 이즈 쏘 큐트! '

하는 말도 귀에 쏙쏙 들어왔고

잠을 안자서 업고 동네 한바퀴를 돌러 나갔다가

바에서 놀고 나오는 흑인 언냐들이

'룩 앳 더 큐트 베이비!!!  블라 블라'

하는데다 복잡한 미소를 날려주고 돌아선 밤도 있었지.

(언니, 귀엽게 봐주는건 좋은데 말은 걸지 말아줘요~ 이런 의미로)

샌드위치 파는 줄이 아직 오분도 더 남았는데 뒤에 있는 언니 한분이

장난치고 말을 걸어서 땀 흘린 기억도 나는군.

 

요새는 나가서 꾀죄죄한 애가 우리 딸이다.

요새 연우는 일단 씻는걸 무지 무지 싫어하게 되서

어린이집에 갈때 세수하고 간 적이 없다.

물수건으로 코딱지 같은거 대충 닦아주는게 다고

이것도 허락해주면 고마운 날이다.

제대로 된 세수는 목욕할때만 하고

양치질은... 진짜 심각.

 치카 치카 하자고

기억나는 육아 책과 그림책에 있는 얘기를 섞어서

정말 부드럽고 재미있게 유도를 하지만

이 망아지가 그런 수사 뒤에 숨은 문명인의 강요를 모를리가 없다.

스스로 치약짜겠다 나서서 치솔을 질겅 질겅 씹고 다니다가

강아지가 뼈다귄줄 알고 물고온게 실은 슬리퍼라는걸 알았다는 듯이

내 앞에 와서 퇴! 하고 입에 물고 있던 치솔을 떨어뜨리고 간다.

그리고 그네 탈때 배 대고 타는건 어디서 배웠는지?

배를 대고 발로 굴러서 나중에는 두발이랑 두손을 쭉 편다.

아무리 '위험해, 조심해' 이런말을 안 하려고 해도

 진짜 곧 떨어질것 처럼 보여서 몇번 타면 가서 줄을 잡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타다가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고

멀쩡하게 앉아서 잘 타다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진적은 있다.)

 

 

 

망아지는 망아진데 그것도 말 하는 망아지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성능좋은 귀에

또박 또박 인과 관계 따지는거랑 불리할때 화제 돌리는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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