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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시각

블로그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한 두달 전에 들썩였지만

어제 정말 개설해버린 계기가 있다.

뭐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니 딱히 계기란게 필요할까만

계기라고 못 박아 놓으면 어쩐지 더 의미심장하니까 일단 받아들이자.

 

남편은 나에 비하면  조용히 말하는 사람이다.

나는 조그만 것이라도 일단 나와 마주침이 일어난 일들에 대해

큰 소리로 경과 보고와 동시에

그 순간 오고간 여러가지 감정을 다 전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생각기에 중요한 일이라면 더더욱 몰두해서 이야기를 한다.

같이 살아보니 남편은 대체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거의 없다.

내가 물 끓이는 냄비 손잡이를 건드리려 한다거나

과일 깎다 칼을 휘두르며 얘기할 때처럼 당장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그 사람이 제일 말을 빠르게 하는 때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내가 큰 소리로 여러번 얘기할 것을 작은 목소리로 지나가면서 말하고

그건 내 수준에선 말하지 않은거나 같은 거라

뭘 들어도  제대로 듣고 있질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면 내 마음 속에서

이 사람은 변화도 없고 크게 마음이 움직이는 일도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게 되는 거다.

그리고 어쩌다 혼자 답답해져서 이러구 저러구 얘길 해보면

내가 휘두르는 말이 제풀에 텅텅 튕겨져 나온다.

말이 길어졌는데 계기란건 남편이 말하는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잘 듣고 싶어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시간과 속도를 이해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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