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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3
    까먹지 말자.(6)
    벼루집
  2. 2007/04/17
    미끼들(3)
    벼루집
  3. 2007/04/10
    여수행 8시 57분(3)
    벼루집
  4. 2007/04/09
    흙장난(6)
    벼루집
  5. 2007/04/06
    마음은 길위에(3)
    벼루집

까먹지 말자.

 

금요일 네시에 출발해서 일요일 여섯시까지 광주에 갔다 왔다.

히유... 집에서 양재동 톨게이트까지 꽤 걸리는 데다

연우가 한계에 이르기 전에 휴게소에 내려서 쉬고, 쉬고 하느라

갈 때는 다섯시간 올 때는 여섯시간이 걸렸다.

결국 연우가 찌!짜!를 찾아대서 두차례 먹이고

밤에는 젖이 별로 없어서 혼 났다.

 

뭘 까먹지 않으려고 하냐면...

연우가 얌전히, 잘 있을 때 다가가서 말 걸어주는 것과

힘든 것, 아픈 것, 즐거운 것, 화나는 것, 슬픈 것을

그러냐고 가감없이 받아주는것과

네가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니까

엄마, 아빠는 이러저러하게 느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꾸 까먹는 이유는

사실 내가 이런 보살핌을 우리 부모로부터

받아본적이 없고 스스로에게도 인색하게 구니까

누군가 나한테 이렇게 해주면 얼마나,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몸에 착 배어 있지가 않은 것이다.

실은 감정을 그때 그때 솔직하게 나누는 것뿐인데...

 

올라오는 길에

안성 휴게소 지나고 찌찌 한번 먹이고

다시 카시트에 앉혀선

연우하고 나하고 각기

다른 쪽 창밖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연우는 좀 지친 듯 했다.

나는 그때 친정 엄마가 나한테 말하는 어떤 방식을

줄곧 내쪽에서 싫어하고 밀쳐내고 싶어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힘들다, 어쩐다 이런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 주질 않고

별소리 다한다,  다 그러고 산다 등등으로

묵살하는 방식이었고 그게  내쪽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못하도록 했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조용히 고속도로 변 풍경을 보고 있는 연우에게

말을 붙였다.

" 연우야, 차 오래 타고 힘들지. 어른도 싫은데

연우가 잘 와주니까 엄마는 너무 고맙다."

뭐, 이런 말이었는데

(사실 나중에 슈아가 한 말에 따르면,

그 말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바인데,

이런 말도 모종의 억압이 될 수 있겠다.

여기에 '힘들면 참지 말고 떼써도 돼'

이런 메세지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연우가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면서 씨익 웃는 것이다.

꼭 알아 들은 것 같이. 그리고

"엄마, 나 잘했지?" 이런 표정으로.

에구... 말 안 걸었으면 어쩔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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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들

 

화요일이라 학교에 왔다.

이런 저런 미끼들을 연구실에 뿌려 놓았지만

원체 피곤한 채로 도착하니까 영...

가장 큰 이유는 연우가 새벽에 찌찌를 자주 찾아서이다.

아.. 깨서 젖먹는 것 보단, 연우랑 나란히 자면서

애가 낑낑거릴 때마다 토닥이고 옆에서 숨쉬는 소리 내주느라

 잠을 깊이 못 자서 그런 것 같다. 

이건 하루 이틀이 아니고 무려 1년 4개월 열흘이 되가는데

여기에  피곤한 여정이 더해지니 감당하기 어려울랑 말랑 해지는가 보다.

 

미끼라 함은

지난번에 산 테* 물 끓이개, 그리고 음악을 잔뜩 받아논 외장형 하드,

그리고 뭔 브라질 산 오가닉 인스턴트 커피이다.

 

올 때 갈 때  기차에선 과제물 채점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미끼를 심어야 겠다.

재미난 책을 구해서 기차에서만 읽는 걸로 한다던가.

수업이 희한하게 들어서 무려 아침 7시 29분 기차를 타야하는

목요일에는 꽃무늬가 와장창 들어간 색동옷을 입고 

감히 소화하기 힘든 모자를 쓰는 걸로 정한다든지.

매주 그렇게 하면 영등포역 승객들 사이에 소문 나지 않을까.

그시간엔 학생들이 참 많던데.

'야, 저 여자 또 저러고 왔다, 아, 미쳐~'

정신 차리쇼!

파릇 파릇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  일 별로  신경도 안 쓴다고.

자기 청춘 지내기도 바쁘텐데, 뭘.

 

오호, 그러고 보니 화요일마다 포스팅을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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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행 8시 57분

 

학교에 오는 날은 되도록 여수행 8시 57분 기차를 타야 한다.

영등포-평택간 무궁화호 정기권을 끊었는데

이 기차 뒤엔 새마을 호가 두대 있고 9시 30분에야 다시 무궁화호가 있다.

 

맥심 커피에 바나나 우유를 넣으면?

 

의외로 우웩스럽지 않다.

 

이래 저래 집에서 뜨거운 물 소독할 일이 많고

수시로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도

*팔 이나 필*스 니 하는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무선 주전자를 못 사고

중국산 싼 걸 썼었다.

이상하게 그 돈이 너무 아깝더라고.

플라스틱 냄새가 하도 가시질 않아서

결국 찻 물은 늘 가스로 끓였는데

학교에 마음 붙이기 위해

*팔 주전자를 뚝딱 사서 오늘 들고 왔다.

 

옆 방은 80학번인 여자 선생님 방인데

말로만 들었지 만나 본 건 이번이 처음인,

80년대에 재미나게 학교 다닌 것 같은,

이쁘고 발랄한 사람이다.

말도 어찌나 종알 종알 잘 하는지

듣고 있으면 아,  머리 팽팽 돌아가는 사람이구나 싶다.

아무튼 평택 역 앞에서 이 사람 학생이 차를 대 놓고 있어서

덕분에 학교에 오니 10시 20분이었다.

바나나 우유는 이 대학원생이 준 것임.

 

집에 갈땐  7시 17분 열차를 타려고 좌석을 600원 주고 샀다.

(정기권만 가지고 있으면 입석이고 좌석을 지정 받으려면

그때 그때 좌석권을 사야 한다. )

ZL, 그니까  집에는 8시20분 쯤 들어갈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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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장난

 

오늘도 ZL 연구실로 왔다.

 

요것만 하고 그만 놀아야지.

학교가 멀어서 넘의 학교로 와가지곤

계속 컴퓨터 앞에 헤~ 하고 앉아 있었다.

 

16개월 반이 된 연우야,

연우에게 바램이 있어,

새벽 세시 반에 젖 먹으려고 깨지 말아 줄래?

세시 반에 규칙적으로 깨는 아이는

세시쯤에 깨우지 말고 미리 먹이거나 들썩여서

잠 주기를 바꿔주라는데  

엄마가 세시에 알람을 맞추고 자야 할까?

 

어제 오후에 연우를 데리고 집 앞 공원에 나갔다.

날이 제법 화창해서 공원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이 많았다.

잠시후 운동장 바닥에 앉은 연우는

흙 장난을 시작했다.

나는 혹시 아루나 미루네가 나와 있지 않을까 해서

두리번 거리고 있엇는데

유모차 끌고 지나가던 젊은 부부가

'어머, 쟤 흙 장난 한다, 귀여워~'

해서 알았다.

 

연우보다 한살 반 정도 많아 보이는 남자애가

가족이랑 지나가다 옆에 서서 연우를 바라보았다.

한참 손바닥을 땅에 비비고 모래를 들어서

뿌리는데 열중해 있던 연우가 그 애를 보더니

작은 돌멩이 하나를 건네 주는 것이다.

그 애가 멈칫 하고 있으려니까

그애 엄마가

'도현아, 아기가 준다, 받아 봐'

도현이가 작은 돌멩이를 받았다.

연우는 돌멩이를 주고 또 주었고

도현이는 계속 받았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도현이가 갑자기

흙장난을 제대로 시작했다;

모래를 쥐어선 사람들한테 뿌려댔다.

연우는 계속 손바닥을 운동장 바닥에 부비 부비하고

도현이는 모래를 뿌리고.

그러다가 도현이는 엄마한테 끌려갔다.

걔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와서

'아이구, 아기한테 흙 들어가면 큰일나,

이리 와'  야단쳤다.

연우야! 네가 먼저 시작한거잖아...

그런데 도현이한테 돌멩이 건네 준 거 무슨 뜻이야?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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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길위에

 

어쩌다 보니 옛날 영화 음악 같은 제목이 나와버렸다.

 

어찌 어찌해서 지난 주 금요일부터 어제 까지 매일 새로운 학교를 갔다.

앞으로는 화.수.목요일만 갈 예정.

가고 오는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 밖엔 할 말이 없다.

지금은 ZL 연구실에 혼자 앉아서 무지 좋은

집기류에 감탄하면서 역시 같이 제공된 뽀사시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뭐, 들고 나는 돈의 차이겠지.

멀기도 멀지만 학교는 아직 낯설고 연구실은 이렇게 저렇게 배치해 봐도

딱 이거다, 싶게 자리가 안 잡혀서

오늘은  남의 자리에 앉았는데도

얼마만에 안정된 마음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 동안 불평도 불평도 많이 했지만

젖어 있던 물에 다시 돌아왔으니 편안한 것이겠지.

 

포스팅은 하고 싶은데 지난 한 주간의 낯섬과 몸의 피로로 고단하구나.

그 전 연구소 동료에게 보낸 메일을 복사해서 붙이는 편법~

 

하루 감동하면 하루 황당하기가 그지 없고 그래요.

오늘은 목요일이라서 아침부터 계속 수업이 있었잖아요.

오후 수업이 농대 무슨 과인데

시작 전에 선배라는 녀석들이 잠깐 이야기 좀 하고 가겠다고 해서

옆에서 듣고 앉아있었어요.

이 녀석들이 글쎄, (복학생들 같은데 )

다짜 고짜 반말로 윽박지르면서

학회비 안내서 기합받았다고

부모한데 거짓말 한 녀석 누구냐고,

진짜 기합 주는거 일도 아니라고 하고

학회비 빨리 내고 학생증 만들게 사진도 빨리 빨리

내라고 하는 거에요.

알았나! 하고 가더라구요.

물론 교수인 나한테는 깍듯하게 절하구요.

학회비가 삼십 만원이나 하고 계좌로 입금하라나 봐요.

다른 과도 다 그런다네요. 과에서 관리하는게 아니라

학과장이란 감투를 쓴 선배들이 대충 관리한대요.

이게 무슨...

내가 진짜 다른 물로 오긴 왔구나 싶어서 약간

휘청하기도 했어요, 사실.

아이들이 왜 이런 것 부터 먼저 배울까요?

나중에 다른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총학생회라는 녀석들도 문제가 많고

(해병대 출신 아이들이 무슨 안전 시찰단인가를 만들어서

발대식도 했대요)

더구나 본부측과 적당히 결탁해서 서로 이용하는 사이라나 뭐라나 해요.

다른 문화가 없으니 그 공백을 이런게 파고 드는 건가 봐요.

다른 물이니 뭐니 사실 낯 간지러운 말이고

이 나이까지 오도록

이런걸 못 보고 지냈다는 것이 더 신통하오!

이 나라에서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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