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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6
    마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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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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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루집
  3. 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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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루집
  4. 2007/03/10
    울렁 울렁(3)
    벼루집
  5. 2007/03/06
    말도 안되는(3)
    벼루집
  6. 2007/03/02
    이분 안에 책 사기(9)
    벼루집

마감

 

빈둥거리기도 마감이 며칠 안 남았다.

뭐, 한참 빈둥모드가 이어질게 분명하지만

연구소에서 짐을 싸서 내일까지 우체국 택배로 부치려는 계획인데

매점에 가서 빈 상자 세개 얻어왔는데 벌써 오후 세시 반이다.

분명 정리 한답시고 이 서랍 열어보고 저 파일 열어보고

평소에 보지도 않던 책도

'어, 이런 책이 있었나'

하면서 한 번씩 아는 체 해줄게 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태가 갖춰져 있지 않은

무서운

잡동사니들...

확 버리면 되는데

이거 볼펜심 남았잖아,

저거 (나름 거금을 들여서 산 유기농 인스턴트 커피)는 음식물 쓰레기 아닌감?

유리병 채 버리면 안 되잖아...

원래도 어디 속하는지 몰라서 대충 창가나 책상 위에 쌓아 놓은 논문, 각종

종이들은 어쩌고?

아는 사람들한테 받아서 대충 안 보이게 찔러 놓은

애기용품들, 그리고 잘 듣지도 않은 시디들.

무엇보다 처음 이 방으로 왔을 때 부터 있던 각종 전기 기기 부품들은

버려도 되는 건가?

이런 저런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들은

수첩하나에 옮기고 버려야 겠지만

조만간 그 수첩도 짐이 되버린다.

핸드폰에 저장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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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기

 

다음 달부터 경기도내  모 국립대학교로 가게 되었다.

(IW, Lim 미안. 메일 먼저 보내려 했는데 요즘 당체 몸이 늘어져 있구나)

 

학교는 집에서 멀긴 하지만 출퇴근 가능 거리인 것 같고

수업만 하면 나머지는 자유로운 것 같고  일주일에 사흘정도만

가도 될 것 같다.

 

이것 저것 정리할 것들이 있는데

통 손이 가질 않는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빈둥거리고 있다.

휴식이 필요했나봐, 진짜로.

 

처음엔 정규직을 얻었다는게 실감이 안 났다.

그만큼 불안해했었나 보다.

아뭏든 눈 앞에 서린  투명한 막 하나가 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게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빈둥 거리는게 내가 원해서라기 보담

지금 나한테 꼭 필요한 처방인 것 같다

고 생각하며 빈둥거리는 요즘이다.

 

지금 이 포스팅도 간신히 올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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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앞글에 이어서..

아직 옆집 여학생을 만나지 못했다.

감쪽 같이 다시 예전 처럼 고요해지고

앞으로 뒤로 훔쳐봐도 여느 집 베란다요, 현관이다.

 

요즘 나와 ZL은 주말마다 신이 났다.

연우는 모르겠지만.

표정으로 파악하기에

최소한 즐거운 스트레스+ 호기심 천국 인 것 같다.

 

옆동에 미루네와 같은 단지 안에 사는 아루네 집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놀러갈 기회만 노리고 있다.

놀고,  먹고,  실컷 웃고, 책까지 기약 없이 빌리고,

보드 게임판을 거절 한 번 않고 건네 주는 대로 받아와서

우리끼리 새 룰까지 만드는 지경이다.

예를 들자면..

Carcassonne란 게임을 빌려왔는데 원래 한 판을 하면

한시간쯤 걸린다.  게임을 끝내고 말과 카드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성이 그려진 카드만 연결해서

최고로 넓은 성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는데

카드 한장이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아귀가 안 맞는 것이다.

어? 안 되네? 몇 번을 해봐도 안 되니까

이게 진짜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나 따지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됐다.

패리티가 어쩌구 저쩌구, 홀 짝이 이러구 저러구..

결론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쓰라는  논문이나 쓰쇼!

 

또 있다. 좌린과 비니가 낸 책을 한 권 얻어선

책 안에 있는 사진을 사겠다고 운을 떼 놓고

(원래 팔던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두 박스에 가득 담겨져 나온 사진들 속에서

어떤걸 가져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오늘 연구실에 가져와서 어디다 놓아야 하나 종종거렸다)

 

부작용도 있다.

우리가 노는데 정신 팔려 있는 동안

연우도 집중력을 최고로 높여서

집안 구석 구석을 탐험하고

미루와 실랑이 하고

아루를 밀어 버리고

나중에 체력이 바닥나서 졸린대도

엄마, 아빠가 냉큼 재우질 않으니까

넘어지고 부딪히느라 바쁘다.

그리고 밤에 자면서는 깨어 있을 때 일들이

다 해소가 안되었는지 평소보다 자주 깨고,

힘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미루가

다가와서 연우 손에 있는 물건에 강한 흥미를 보이며

잡아 당기는 날에는 

잠에서 안 깬 채로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이 좋은 세월이 얼마나 가려나~

어디로 이사가야 한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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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 울렁

 

말도 안 되는 스케줄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는 걸

알게 해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천하에 쓸데 없는 강의안, 계획서 따위를 만들고 인쇄하느라

tex을 치고 아까운 A4 용지를 수십장 까먹기도 했다.

 

아무튼 느긋한 토요일 오후.

연우 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산 도미노 중에서 스무 개쯤 꺼내서

어떻게든지 연우의 방해를 무릅쓰고 종을 울리려 애쓰고 있던 중이었다.

 

옆집, 아니면 윗집에서 갑자기 머리로 생각할 새 없이도

가슴을 먼저 울렁 울렁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인데 한쪽은 겁에 질려서 비명 지르면서 비는 소리,

한 쪽은  다른 사람을 공포에 몰아 넣는 목소리. (잘 묘사를 못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튕겨 일어나 주변을 살펴 보니 바로 우리 옆집 404호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집 현관 앞에 가 보니

여자 목소리는 그 집에 사는 중학교 다니는 여자애가 내는 소리였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전해오는 겁에 질린 목소리.

 

" 제발 그러지 마요.."

 

내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현관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기고

ZL한테 나오라고 해서 다 들리게끔

" 안에서 막 죽는 소리 났어. 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쩌구 큰 소리로 말하고 관리실에 가서 물어 봤다.

(그 집에 어른 드나드는걸 못 봤고 그 여학생과

대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애들 둘만 봤기에

걱정이 말도 못하게 됐다.)

 

아저씨는

" 그 집, 굉장히 점잖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

그런 소리 날 리가 없는데...

*** 상무인 아버지하고 어디서 어린이 집 하는 어머니랑

(이게 점잖다는 근거인가 보다)

아들들은 기숙사 살아서 주말에만 왔다 갔다 하고

딸만 같이 사는디."

라 한다.

 

남자 소리는 그 애 아빠였나 본데

참 이상한게 처음에 그 소음을 들었을 때는

분명 성인 남녀 간에 나는 소리 같았던 거다.

보통 아빠가 화를 폭발하는 상황이라면

--이것도 토할 것 같긴 마찬가지 이지만--

막 큰 목소리로 야단치고 애는

잘못했어요, 앞으로 잘 할께요. 안 그럴께요 등등

이런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뒤론 조용하다.

 

계속 속이 울렁 울렁하고

철렁 내려 앉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부모같이 어린 자식한테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온통 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에 절대적인 공포란 걸

부모를 통해서 먼저 경험하는구나.

만일 내 맘 속 깊은 곳의 의심처럼

(반복되는) 성폭력 같은게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있는 어두운 그림자, 파괴적인 모습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이라고

자기 안에 그런 부분을 수긍하고 다독여 가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사람은

그런 모습을 대면하는 걸 정말 힘들어 한다.

그래서  오늘 오후의 사건이 구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앎을 넘어서서  나의 감정적인 근간을 흔드는 것 같다.

이건 내 문제고.

 

아무튼  저녁에 놀러온 슈아한테 얘기하고서 좀 진정이 되었다.

내 마음이 하도 멀미가 나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슈아 말대로

그 여학생이 정말 도움이 절실한지

엘레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걸 잘 봐두었다가

말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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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스케줄이 잡혀 있다. 내일 안성에 갔다가 밤에 광주로?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 반에 본관에 집결? 나 참 기가 막혀서... 무엇보다 기가 막힌건 지금 포스팅 하고 있는 당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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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안에 책 사기

 

 

연우 없을 때는 연구소가 딱히 출근도장 찍는 곳은 아니니까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몸이 찌뿌둥 하면 집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휴일이란 개념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확실하지.

휴일=이모가 안 오는 날 이니까.

 

수요일에 연세대 갔다가 지하철역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연구소 복지카드를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봐도

안 받아주는 곳도 많고 책 사는게 결국 제일 맘 편한 일이란

결론을 내린 후론 석달에 15만원씩 쓸수 있는 건

주로  책 사는데 쓴다.

아, 지난 번에 ZL 농구공도 사 버렸구나.

 

복지카드로 사면 꼭 공짜로 무한정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슬프게도

몇 번 기분 냈다 싶으면 끝나 버린다.

당연한 일인데그럴 때마다 꼭 속은 것 같다.

 

맨날 알라딘으로만 사다가 서점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대로 딱딱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튼 이미 여섯시 반까지 집에 들어가긴

십분정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갑자기 이십여분 혼자 타고 갈

지하철안이 못 견디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서점에 들어갔다. 

좋아쓰~ 이제 이분안에 책을 골라 나오는 거야...

문 앞 잡지 코너에 사람이 몰려 있어

길을 뚫고 지나가는데 벌써 일분 소요.

계산하는데 한 삼십초 걸린다 치면 이제 눈에 들어오는 거

아무거나 사야하는 스릴 넘치는 순간이다.

마침 열린 책 출판사에서 내는 소설이 꽂혀있는 코너였다.

아이쿠,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 있구나, 일단 뽑아 들고

돌아가려는데 고개를 드니 엉뚱한 자리에

'틸리히 사상과 생애' 란 책이 있다.

이거? 저거?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젠.

둘 다 들고 계산대로 갔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지하철 안에서랑

집에 와서 화장실 문 걸어두고 변기에 앉아서 다 봐버렸고

틸리히는 .... 잘 못 산 것 같다.  70년대에 나온 비슷한 제목의

책인 줄 알았던 거지.   물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표지도 칙칙하고 연우도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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